▲ 잠실야구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지난 13일은 KBO 리그 불펜 투수들에게 '수난의 날'이었다. 이날 5개 경기 중 4곳에서는 뒷문 싸움에 실패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한 팀들이 생겨났다.

LG는 김지용(⅓이닝 4실점)이 무너지며 두산에 4-7 역전패를 당했고, SK는 채병용(1이닝 3실점)의 부진으로 한화에 8-11 승리를 내줬다. 롯데도 KIA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7-10 패배로 윤길현(1이닝 3실점)이 패전투수가 됐다. 넥센은 선발 한현희가 2이닝 만에 부상으로 교체된 뒤 불펜이 10점을 내주며 NC에 5-14 완패를 당했다.

한 팀당 60경기 정도를 소화한 최근 불펜투수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고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등판이 잦고 스트레스가 큰 불펜투수들에게 더욱 가혹한 시점이 다가온 듯 보인다. 6월 구원 평균자책점 1위(1.30) NC 정도를 제외하고는 각팀마다 불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선두 KIA는 시즌 초반부터 헐거운 뒷문이 아킬레스 건으로 꼽혔다. 팀 순위는 1위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5.97로 10위. 마무리를 맡은 임창용은 6월 3경기 2패 2⅓이닝 4실점을 기록한 뒤 자청해 2군에 내려갔다. 김진우가 불펜에서도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고 한승혁, 홍건희, 심동섭, 박지훈 등 어린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 김윤동, 정용운 등의 호투가 그중 반갑다.

삼성은 올 시즌 투타 밸런스에서 고전하며 최하위로 쳐져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5.85)도 9위에 랭크돼 있다.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불펜에서 '고인 돌 빼기'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악순환을 부르기도 했다. 그나마 선발에서 부진했던 장원삼이 불펜으로 투입되며 좌완 가뭄을 해소했다. 6월 들어 불펜 평균자책점이 3.04로 2위까지 치고 오르며 최하위의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SK 역시 불펜이 약한 것이 약점. 불펜 평균자책점(5.05)은 4위지만 블론세이브가 11개로 리그 최다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개막부터 컨디션이 안좋았던 박희수를 대신해 마무리로 투입된 서진용이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박희수, 채병용이 각각 2개를 기록했다. SK가 상위권으로 더 치고 오르기 위해서는 13일 한화전 같은 경기를 줄여야 한다.

넥센은 김세현, 이보근이 연이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필승조 꾸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아직 어린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 한화는 최근 몇 시즌간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후유증이 완전히 낫지 않고 있다. 롯데는 불펜 세대 교체가 원활하지 않아 가끔 삐걱대는 모습. LG와 NC, 두산 정도가 골고루 강한 불펜진으로 버티고 있다.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찾아오고, 많은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들의 구위가 떨어지면 불펜투수들에게 더 많은 짐이 지워진다. 그렇기에 모든 팀은 불펜투수들의 체력 안배와 고른 성장을 신경쓰려 하지만 매일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1군 특성상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투수 풀이 두터운 팀들이 긴 시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올 시즌 어느 팀이 '불펜 여름나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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