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속 인물들의 불륜 행위는 단순히 시청률만을 위한 자극적 요소가 아니다. 작품 속 여러 군상들의 욕망과 민낯을 그려내는 도구로 쓰인다. 상류층 부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붙여가며 일말의 죄책감 없이 불륜 행위를 저지른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정신승리는 그들의 가식적인 삶을 가장 잘 비춰준다.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탓에 걷잡을 수 없이 엉켜버린 '품위있는 그녀' 속 품위 없는 불륜 관계도를 살펴보자.

극 중 불륜 코드의 큰 축을 담담하는 인물로는 정상훈(안재석 역)과 이태임(윤성희 역)이 있다. 그들은 각각 조강지처 김희선(우아진 역)의 남편이고, 대학 후배이자 딸의 미술 선생님이다. 정상훈은 완벽한 아내 김희선과 딸 이채미(안지후 역)의 미술 선생님 이태임을 모두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무개념 남편이다. 이태임은 자신을 미술계에 입문시켜준 김희선을 배신하고 그 남편 정상훈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실은 눈치 빠른 딸 이채미가 쭉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어설픈 거짓말로 김희선도 차츰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이다.

김희선과 이기우(강기호 역)는 마음공부 수업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아직은 김희선에게 변호사로서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플라토닉한 관계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속을 알 수 없는 이기우의 태도에 김희선은 매사 단호하게 선을 긋지만, 일찍이 사별한 그의 사연을 들은 후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남사친'에서 그칠지 로맨스를 가장한 불륜으로 이어질지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다.

김희선을 비롯 유서진(차기옥 역), 이희진(김효주), 정다혜(오경희)는 자녀들의 영재 중학교 입학을 위해 구성된 학부모 모임의 멤버들이다. 유서진과 정다혜는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불륜으로 복잡하게 엉켜있다.

유서진은 브런치 모임의 최고 연장자이자 성형외과 원장 송영규(장성수 역)의 부인이다. 그런 유서진을 잘 따르는 행동대장격의 정다혜는 송영규의 내연녀이기도 하다. 정다혜는 툭하면 손찌검을 일삼는 자신의 남편 채동현(김봉식 역)에게 느껴보지 못한 자상함에 반해 불륜을 저지른다.

둘의 사이는 조강지처 유서진 혼자만 모르는 상황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습니다'라는 수신 불명의 문자와 전화를 받고도 단순히 장난 문자로 치부했다. 송영규의 병원 직원들은 매번 상황보고를 해 불륜관계를 도우며 원장에게 아부한다. 이 소문을 들은 김희선은 정다혜에게 "이쯤에서 그만두라"며 충고하기도 했다.

이희진은 남편 김법래(서문탁 역)가 운영하는 호텔에 자신의 띠동갑 연하 내연남 송태윤(최기석 역)을 주기적으로 불러들여 불륜을 저지른다.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희진의 은밀한 사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호텔 직원 이영훈(미스터김 역)에게 들켜버려 현금과 승진을 요구당한다. 그는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남편 김법래에게 은근슬쩍 이영훈의 정규직 계약을 부탁한다. 수상쩍게 여긴 남편은 이영훈을 불러 추궁하고 그동안의 일을 듣고 분노한다. 이희진에게 어떤 고비가 찾아올지 기대를 높이는 상황이다.

학부모 모임 멤버 남편들의 친분도 두텁다. 그들은 함께 골프를 치며 내연녀를 두고 생활하는 것을 자랑처럼 떠들고 정보를 공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연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각자의 아내들이 이사실을 가십처럼 떠들어 옮긴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