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 이정후(19)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신인으로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성적이다. 이젠 신인 역대 최다 안타(154개)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고졸 신인 선수로서 이런 임팩트를 준 선수는 1994년 김재현 이후로 처음이라는 말이 공연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 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이 보여주게 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에 만족한다면 누구도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정후에겐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기술적이라면 이정후는 좀 더 무서운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개척해야 할 신세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이정후의 타구별 각도와 스피드에선 매우 흥미로운 부분을 읽어낼 수 있다.<상단 그래픽 참조>

일단 이정후는 전체적으로 타구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아니다. 평균 129.4km를 기록, 평균을 조금 밑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땅볼 타구는 138km로 조금 빨라졌지만 발사 각도가 -11도 근처(이상 각도 -5~10도)에서 형성돼 아주 좋았다고 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라인 드라이브와 플라이볼이다. 일단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각도나 스피드가 모두 이상적이다. 타구 각도가 13.9도로 안정적이고 이를 뒷받침 하는 타구 속도도 143.1km로 좋았다. 빨랫줄 같은 타구로 만든 안타가 많았음을 뜻한다.

반면 플라이볼 타구로는 별반 재미를 보지 못햇다. 발사 각도는 33.1도로 이상적(이상적 각도는 25도~35~40도)이었지만 타구 스피드가 132.5m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발사 각도로 보다 많은 안타와 홈런을 치기 위해선 150km 이상의 스피드가 따라와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 보다 15km 이상은 더 빨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단 발사각도가 이상적이라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이정후가 공을 띄울 수 있는 능력은 지니고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타구에 어떻게 스피드와 힘을 붙이느냐가 남아 있다.

이정후는 시즌 후 넥센의 전공인 벌크 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중 증량을 통해 힘 키우기에 나선다. 벌크 업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이정후는 올 시즌 보다 더 무서워질 수 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에서 일단 140km 이상의 빠른 스피드를 보여준 만큼 플라이볼 타구도 스피드가 향상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심재학 넥센 수석 코치는 "몸이 커지고 힘이 붙으면 일단 지금 보다 무거운 배트를 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배트 무게만으로도 일단 자연스럽게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본인이 노력해 타구를 더 강하게 때릴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타구 발사각은 코치들이 만들어 주기 쉽지 않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발사각에서 이상적인 모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힘만 실으면 된다. 타구 속도만 붙으면 보다 많은 안타(홈런)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다.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가치가 더 높다. 그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한 답 또한 명확하게 나와 있다. 스스로와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정후가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중.장거리형 타자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늘 그렇 듯 일단 갖고 있는 기술적 재능은 매우 빼어난 선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