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일본 야구 만화의 클리셰 가운데 하나는 주인공이 투타 모두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4번 타자 왕종훈>의 '왕종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4번 타자와 에이스를 도맡아 학교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는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단 현실 속에선 이들처럼 투수와 타자 모두 재능이 있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선수층이 얇고 경기 수가 적은 아마추어에선 이같이 투타를 같이 하는 이들이 여럿인데 시즌이 길고 선수가 많은 프로에선 투수와 타자가 확연하게 나뉜다. KBO 리그에선 원년인 1982년 김성한(당시 해태) 전 KIA 감독이 유일하고,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시도한 선수들은 종종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1916년 베이브 루스(당시 뉴욕 양키스)뿐이다. 1982년 투수로 10승, 타자로 홈런 4위 타점 1위 등을 기록했던 김 전 감독은 "원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부상 위험도 있다"고 토로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투수와 타자 모두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꽤 구체적이다. "타석에선 헥터 노에시, 투수로는 이대호를 상대하고 싶다"고.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로도 타자로도 고교 최고의 선수였다. 투수로는 시속 153km를 던졌고 야수로는 4번 타자 포수를 맡았다. 2015년 11월 20일 고척돔 개장 첫 홈런을 때렸다.
강백호는 일단 외야수로 뛴다. 오랫동안 강백호를 지켜본 kt 스카우트 팀은 "타격 능력은 고등학생 이상, 향후 4번 타자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한 좌익수를 맡기기로 했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 주전 좌익수로 낙점됐다. 물론 투수를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다. 김진욱 kt 감독은 "선수 의사를 존중해 투수로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23, 닛폰햄)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 '이도류(二刀流)' 열풍을 몰고 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투수와 타자가 모두 가능한 만화 같은 선수로 주목받았다. 패스트볼 구속은 150km를 훌쩍 넘겼고, 고교 통산 56홈런을 쳤으며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3.8초였다. 현재 키는 193cm, 몸무게 93kg. 야구 선수로는 모든 것을 갖췄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3,085개)을 갖고 있는 장훈은 "투타 겸업을 하다가 양쪽 모두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2014년 시즌부터 투타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60km를 훌쩍 넘어갔고 지난해엔 타자로 104경기에 나와 타율 0.322에 홈런 22개를 때렸다.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접어든 메이저리그는 지금 오타니 열풍이다. 오타니가 포스팅을 선언하면서 포스팅 신청 상한액 2,000만 달러를 제시하는 팀이라면 어디든 협상이 가능하다. 금전 부담이 적은 만큼 30개 구단 모두가 오타니에게 관심이 있다. 일본과 미국 언론은 "돈보단 투타 겸업을 보장하는 팀이 오타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타니는 신인 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하다가 투타 겸업을 보장한 닛폰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오타니를 지명타자로 쓰기 위해 넬슨 크루즈를 외야로 보낼 수 있다"고 영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야구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이도류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탬파베이 신인 브랜든 맥케이(21)다. 그의 공식 포지션은 투수 겸 1루수. 맥케이는 2015년 루이빌 대학교에서 투수와 타자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번째로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은 7백만 달러로 구단 역사상 2012년 헌터 그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일반적으로 구단은 고교 시절 투타 겸업을 했던 선수에게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탬파베이는 맥케이를 존중해 '모두 해보라'고 했다. 맥케이는 올 시즌 싱글 A에서 투수로는 2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0, 타자로는 36경기에 출전해 4홈런 22타점 타율 0.232 출루율 0.349 장타율 0.376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에도 투수와 야수를 모두 할 것으로 보인다. 탬파베이는 오타니와 협상에서 맥케이를 모델로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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