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에서 온 선수(OAR) 자격으로 출전한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왼쪽)와 알리나 자기토바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이번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남자 싱글입니다.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의 '점프 괴물'들이 무시무시한 4회전 점프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죠.

하뉴 유즈루(23, 일본)와 네이선 천(18, 미국) 그리고 유노 쇼마(20, 일본)가 펼치는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 경쟁에 가장 들뜬 곳은 일본입니다.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오직 하뉴만 취재하기 위해 강릉을 찾은 기자가 60~80명 정도입니다. 또 강릉에서는 하뉴를 응원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일본 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가 열렸죠.

하뉴는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출전했습니다. 우승은 네이선 천이 차지했고 이들의 흥미진진한 승부는 올림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비교해 여자 싱글의 흥미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 선수들이 상위권을 장악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열기가 식었습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펼치고 있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images

그러나 최근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 우승 후보 두 선수가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습니다. 현역 최강자로 불리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와 '천재 소녀' 알리나 자기토바(15, 이상 러시아)가 그들입니다. 메드베데바는 11일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역대 최고 점수(81.06점)를 받았습니다.

자기토바는 12일 열린 팀 이벤트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했죠. 고난도의 점프를 아무렇지도 않은 뛰며 개인 최고 점수인 158.09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팀 이벤트에서 우승한 국가는 캐나다입니다. 노장의 저력을 발휘한 패트릭 챈(28, 캐나다)는 조국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큼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히로인은 자기토바였습니다. 15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기를 마친 자기토바는 믹스트존에서 러시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아쉽게도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 취재진과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자기토바의 답변은 평창 올림픽 공식 정보제공 사이트 '마이인포 2018'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스스로 5점 만점에서 4점을 주고 싶다. 아직 불안한 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우승에 대한 질문에 자기토바는 "내 목표는 스케이팅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기토바는 물론 메드베데바에게도 "서로에게 경쟁의식을 느끼는가?"란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경쟁자보다 서로가 잘 되기를 원하는 동료에 가깝다"고 응수했죠. 팀 이벤트를 마친 러시아 선수들은 일본 니가타로 떠납니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오는 21일에 열립니다. 8일간의 준비 기간이 있기에 두 선수는 니가타에서 3~4일 훈련한 뒤 강릉으로 돌아옵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팀 이벤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타노 점프(머리 위에 팔을 들고 뛰는 점프)를 뛰고 있는 알리나 자기토바 ⓒ GettyI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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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바는 19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스케이트를 신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 메드베데바는 2015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곧바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최고의 자리에 오릅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메드베데바는 총 15번의 국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13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기록적인 면을 볼 때 메드베데바는 김연아(28) 이후 가장 압도적인 일인자입니다.

메드베데바가 러시아의 심장부인 모스크바 출신이라면 자기토바는 우드무르트 공화국 이젭스크에서 2002년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아이스하키 코치입니다. '알리나'라는 이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예바(35, 러시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메드베데바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 예브게니아는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2008년 2012년)를 달성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8, 러시아)와 똑같습니다.

러시아 선수 치고 아담한 체구도 두 선수의 공통점이죠. 메드베데바는 159cm, 아직 성장 중인 자기토바는 156cm입니다.

▲ 여자 싱글 국가대표 박소연(왼쪽)과 셀카를 찍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메드베데바 인스타그램 캡쳐

자기토바는 지난해 3월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7~2018 시즌 시니어에 데뷔한 그는 5개의 국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습니다.

자기토바의 급부상이 있기 전에는 올림픽에서 메드베데바의 압도적인 우승이 유력했습니다. 그런데 자기토바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기술의 난이도와 퀄리티는 자기토바가 우위에 있습니다.

메드베데바에게는 '플러츠(플립에 가까운 잘못된 러츠를 부르는 말)'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뛰어난 선수가 점프를 잘못 뛰는 버릇이 생깁니다. 방상아 SBS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은 "플러츠는 스케이트 에지가 익숙해지기 전에 고쳐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쉽게 교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유명했던 아사다 마오(28, 일본)도 플러츠로 고전했습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우승을 다툴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왼쪽)와 알리나 자기토바 ⓒ GettyIimages

중요한 점프인 러츠를 제대로 뛰지 못하는 메드베데바는 기술 구성에서 자기토바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기토바는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롱에지나 회전수 부족으로 인한 언더 로테가 지적된 점프가 없었습니다.

두 선수는 모두 강한 정신력을 지녔습니다. 집중력도 매우 뛰어나 실전 경기에서 좀처럼 실수하지 않습니다. 메드베데바는 프로그램 구성요소점수(PCS)에서 자기토바를 앞섭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자기토바에게 진 메드베데바는 유럽선수권대회 때보다 한층 좋아진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이들의 대결은 '기술의 자기토바' VS '관록의 메드베데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자기토바의 급성장으로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이 한층 재미있어졌다는 점입니다. 21일까지 누가 더 단단하게 준비하고 오는지는 쇼트프로그램은 물론 23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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