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상 한희재 기자·글 김건일 기자] 넓은 수비 범위로 타자들의 안타를 셀 수 없이 뺏어 낸 정근우에겐 '악마 수비'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정근우는 SK 시절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루수 골든글러브 3개를 얻었다. 타격과 주루 역시 국내 최고였다. 소속팀은 물론이고 국가 대표 2루는 그의 자리였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 2루는 그의 자리가 아니다. 강경학과 정은원 두 젊은 내야수에게 2루를 내줬다.
5월 이후 정근우는 2루수로 한 번도 못 나가고 있다. 7월엔 좌익수로 출전하더니 현재는 1루 미트를 끼고 있다. 프로에 와서 2루수로만 뛰어왔던 정근우에겐 모두 생소한 포지션이다.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구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근우는 "내가 결과를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야수든지 1루수든지 감독님께서 써 주려고 해 주는 것이다. 선수라면 당연히 따라가는 게 맞다.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나가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1루수가 된 지 2개월. 그러나 정근우는 '초보 1루수' 답지 않다. 수비를 곧잘 한다. 2루수로 보여 줬던 수비를 1루에서 보여 준다. 특유의 날랜 움직임과 번뜩이는 수비 감각 덕분이다. 리그 1루수 가운데 수비 범위가 가장 넓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즌 전부터 1루수가 고민이라고 했던 한용덕 한화 감독에게 큰 힘이다.
정근우는 "이제 내 1루 미트를 쓴다.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1루수가 처음이기 때문에 눈으로 봐 왔던 것을 실천해 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이 깨물고 어떻게든 부딪혀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확정 지었다. 시즌 전 일본 오키나와에서 "무시 받지 않겠다"고 다짐한 정근우로선 감회가 남다르다. 더군다나 아들과 가족이 한화 팬이기에 기쁨이 두 배다.
"첫째 아들(재훈)이 야구를 시작했는데, 아빠가 가을 야구를 하면서 한화라는 팀이 더 강하고 잘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 재훈이도 야구를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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