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이 새해를 맞이해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국가 대표, 팀 우승, 올스타, 골든글러브까지 프로 선수로서 꿈꾸는 목표를 하나씩은 다 이룬 것 같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29)은 지난해 꿈 같은 한 해를 보냈다. 133경기 타율 0.324(516타수 167안타) OPS 0.835 10홈런 79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면서 평생 꿈으로 간직했던 골든글러브를 품으며 20대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허경민은 "멋지게 20대를 마무리 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겨울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게 결과로 나온 것 같아서 스스로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한 해를 잘 보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허경민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다. 야구 선수로서, 그리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조금 더 책임감이 생겼다. 야구만 보고 살아왔던 20대를 마무리하고, 조금은 낯선 30대를 맞이하는 허경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대 마지막 선물, 골든글러브

-골든글러브를 정말 받고 싶다고 했었는데. 받아보니 어떤가.

정말 좋다. 지금도 기분 좋다. 집에서 가끔 3루수 부문 발표하는 걸 찾아보기도 했다. 야구 하면서 꿈이었다. 골든글러브는 내게 꿈이었다. 야구 하는 동안 받아 볼 수 있을까 늘 생각했는데. 현실이 돼서 정말 기뻤다. 내가 한 게 맞나 싶었고, 내 손에 들고 있는 게 골든글러브가 맞나 싶었다. 

-결혼식 때 입은 턱시도를 입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왔었는데.

시상식 이틀 전에 결혼식에서 입었는데, 아내랑 맞춤까지 했는데 한번 입기는 아쉽지 않나 이야기를 했다(웃음). 아내가 결혼식에 하객분들도 많이 왔고, 좋은 기운이 있을 것 같으니 입고 가보자고 해서 입었는데 마침 수상을 해서 정말 좋았다. 

-보타이에 이니셜이 박혀 있더라.  

맞춤이라는 증거다(웃음). 처음에는 그냥 넥타이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시상식장에 내가 언제 보타이를 하고 가보겠나 싶어서 그대로 입고 갔다. 

-그동안 상 복이 따르지 않아서 올해는 꼭 '장식장을 채워보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장식장은 잘 채웠나.

집에 맞는 장식장을 알아보고 있다. (골든글러브는) 햇빛 안 들어오면서 잘 보이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은 2018년 평생 꿈이었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 한희재 기자
◆ 허경민을 바꾼 고토 코치의 믿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꼽아보자면.

80%는 좋은 코치님을 만난 덕분인 것 같다. 늘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고토 코치님(시즌을 마친 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로 복귀했다), 박철우 코치님과 함께했는데, 1년 동안 결과가 안 좋아도 '할 수 있다'는 말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고토 코치님께서 '너는 1번 타자를 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냥 내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듣기 좋은 말을 해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코치님의 믿음이 이렇게 나를 바꿀 수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도 고토 코치님과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아직도 많이 보고 싶다. 영원히 헤어지는 게 아니라 잠시 코치님이 좋은 야구를 배우러 가셨다고 생각하려 한다.   

-지난해 타격이 안 풀릴 때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기술적 변화도 있었겠지만, 올해는 타석에 생각을 정리하고 들어갔다고 볼 수 있을까. 

코치님께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정말 단순하게 '너는 공을 맞히기 위해 강하게 스윙만 하면 된다. 그다음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단순한 말 같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앞으로 야구 하면서 이 말만 생각하고 타석에 선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허경민은 포수 양의지(오른쪽)와 다른 팀이라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 아쉬웠던 준우승, 그리고 양의지와 이별

-행복한 한 해를 보냈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전혀 없진 않을 것 같다. 

우승까지 했으면 더할 나위 없는 한 해였을 것 같다. 하늘에서 우리에게 더 노력하라고 한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지금 또 각자 훈련을 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하려 한다. 

-준우승한 뒤에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최근 두산에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14.5경기 차로 정규 시즌 1위를 한 뒤에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한국시리즈 시작하기 전에 후배들에게 '우리는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해라. 4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가는 팀이 역대로 봐도 몇 팀이나 되겠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두산에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선수라면 최우선 목표는 팀 승리와 우승이다. 이 목표에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팀의 일원이라 감사했다.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4년 동안 그라운드에서 한국시리즈를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다음 시즌 두산에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포수 양의지가 없는 것이 아닐까. 선수들은 양의지의 빈자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양)의지 형은 남을 줄 알았다(웃음). 1선발보다 더 좋은 말이 있다면 그게 의지 형의 존재감이었다. 지난 3년 동안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이원석(삼성) 형이 나갔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번에는 의지 형이 빠졌는데, 선수들이 조금 더 강한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의지 형이 빠져도 두산은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다 같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민병헌이 이적했을 때는 차에서 울었다고 들었다. 양의지가 떠났을 때는 어땠나. 

아직도 의지 형은 두산 선수인 것 같다. NC와 계약한 뒤로도 몇 번을 마주쳤지만 아직 두산 선수인 것 같다. 왜 이런 이별이 많이 힘든 걸까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형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간 거니까. 병헌이 형을 보낼 때는 눈물을 흘렸는데, 이번에는 기쁘게 보내려 한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양의지가 두산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다음 날 계약 발표가 났다. 

사실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형까지 다 내가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선수들인데 다 가버렸다. 앞으로는 누구든 팀에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면 말을 안 꺼내야 할 것 같다. 팬분들께서 나 때문에 형들이 떠났다고 생각할 것 같다(웃음).

1987년생 형들 덕분에 나와 (박)건우, (정)수빈이 같은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친구들이랑 형들이 우리에게 해줬던 것들을 (류)지혁이나 (함)덕주 같은 후배들에게 해줘야 할 것 같다. 

▲ 허경민은 지난해 12월 4살 연상 여자 친구 오하나(왼쪽) 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하루 하루 즐겁게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 허경민
◆ 서른 살 허경민, 그리고 결혼

-3년 전만 해도 막내급 선수였는데, 20대가 지나가고 올해 서른이 됐다. 

세월이 무섭다(웃음). 엊그제 광주에서 잔뜩 겁을 먹고 혼자 서울에 올라온 것 같은데 지난 10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야구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일을 다 경험해 본 것 같다. 국가 대표도 해봤고, 팀 우승도 했고, 올스타로도 선정돼 봤고, 이번에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프로 선수로 모든 선수가 가진 목표를 한 번씩은 다 해본 것 같다. 

멋진 20대를 보낸 것 같다. 야구밖에 모르고 지냈다. 야구가 쉽지는 않지만, 야구가 편하고 야구만 생각하고 보낸 것 같다.  

-20대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때는 몰랐는데, 2015년에 우승할 때 마지막 삼진 잡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다. 우리 팀이 강해서 우승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 2년 동안 준우승을 하면서 그때가 많이 생각났다. 

-이제 서른이 됐다. 앞으로 30대는 어떤 야구를 할 것 같은지.

프로 들어와서 늘 3년을 쪼개서 계획을 세워 지내왔다. 앞으로 3년은 결과물을 많이 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제 더는 젊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구단이나 팀에서는 내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린 선수를 찾게 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어떻게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어릴 때는 그저 야구를 할 수만 있게 해주면 좋았다. 지금은 후배들에게 여러모로 모범도 돼야 하고, 앞으로 3년이 내 야구 인생을 결정할 것 같다. 그래야 30대 중, 후반까지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임감을 갖고 뛰려고 한다. 

-결혼 생활은 행복한가.

늘 우리 잘 살자는 말보다 재미있게 살자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 정말 재미있게 살고 있다. 오늘 인터뷰 하러 오기 전에 설거지를 하고 나왔는데, 아내가 계속 접시를 가져다줬다. 골든글러브 때 수상 소감으로 집에서도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고무장갑을 금색으로 바꿔주겠다고 하더라(웃음). 농담도 서로 잘하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 

▲ 올해 서른이 된 허경민은 앞으로 3년이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팀에 있는 1990년생 친구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을 했는데. 

안 그래도 내가 결혼을 하면서 수빈이랑 건우랑 누가 먼저 결혼할지 내기를 했다. 나는 수빈이가 먼저 결혼할 것 같다. 수빈이는 2번 타자고, 건우는 3번 타자니까 수빈이가 먼저 결혼할 것 같다.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늘 즐겁게 살자고 말한다. 잘 사는 것의 기준은 다 다르니까. 즐겁게 살자고 한다. 나중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겁게 살자고 생각하면 웃는 날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서 한 말인데 아내가 가훈으로 정하자고 해서 고마웠다. 

선수로 중요한 3년이 기다리고 있는데, 야구 선수의 아내로 살기 힘든 걸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더 즐겁게 지낼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으니까 잠시만 참아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늘 고맙다.

-2019년 새해에는 어떤 허경민이 되고 싶나.

허경민은 개인적으로 그라운드에서 홀로 빛나는 선수는 아니다. 늘 그렇듯 동료들을 빛나게 하는 주연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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