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병 김민우는 '왕고'가 됐다. ⓒ송경택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송경택 영상 기자]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라고들 한다. 그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중계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축구하는 군인, 상주 상무 선수들이다. 상주의 축구에도 이른바 '병장 축구'가 있을까? 김민우가 그 질문에 답했다.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선 개막을 앞두고 K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짙은 녹색 약복엔 빨간색 상병 계급장을 달고 김민우가 등장했다. 이제 상병이 됐다는 김민우는 빨간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한결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선임들은 모두 전역했고 그는 이른바 '왕고'가 됐다. 이젠 나름대로 머리 스타일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가 생겼다. "(머리 스타일을)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최근에 휴가를 나갔다가 깎고 왔다. 아무래도 후임 기수들이 들어와서 여유롭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일병 때보단 편안하다. 이제 7개월 남았다."

부대의 최선참 김민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주 선수들도 병장 축구를 합니까?" '병장 축구'는 군대의 '은어'다. 병장쯤 되고 나면 그리 뛰지도 않으면서, 자신에게 패스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는 식이다. 축구 선수들이라지만 상주에는 깐깐한 군기와 선,후임 관계도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김민우의 증언을 따르자면 눈치가 보이는 선임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병장 축구' 없이 편안하게 축구를 하고 있다고. "사람따라 다르다. 무서운 선임 있으면 눈치 보는 후임도 있다. 저는 굉장히 편한 선임이다. ('병장 축구'를 했던 선임은?) 저는 그렇게 무서워하진 않았는데 동기나 후임들이 무섭게 본 선임이 바로 울산 현대에서 뛰는 김태환 선수다. 상당히 무서운 걸로 유명했다.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다행일 수도 있는데 오버래핑 나갔는데 공이 안 들어오면 무서운 제스처를 했다.(웃음)"

상주의 다소 특수한 상황에서 내세우는 '선수 기용 방식'이 있다. 소속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비교적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가동해 출전 기회를 준다. 여기에 군인 팀답게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다. 김민우는 조직력을 팀의 최고 강점으로 꼽았다. 상위 스플릿에 들어 지난 2시즌처럼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지난 시즌부터 같이 발을 맞췄다. 로테이션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직적인 면을 많이 보완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는 시즌 내내 발을 맞춘다. 단점이라면 역시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오는데, 득점 같은 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어렵다."

좋은 축구를 위해 선,후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팀을 만들었다는 것이 김민우의 설명. 상주 팬들에게 '병장 축구'가 아니라 작고 빠른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벌떼 축구'를 기대하라고 예고했다. "올해 상주는 공수 양면에서 조직적인 게 강점이다. 시간을 많이 들였다. 공격진에 키가 큰 사람이 없다.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뚫을 것을 계획하고 있다. 상주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팬들 계신다. 경기장에 찾아오시면 준비했던 것을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전역까지 7개월. 김민우는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팬들에게 아낌 없는 팬 서비스를 약속했다. 사진 촬영, 사인 요청 등 모든 것이 '오케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비역이 될 날을 기다리며 축구 인생 2번째 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민우는 "일단 수원으로 돌아간다. 올해 말까진 수원에서 뛴다고까지만 말하겠다"면서 "(수원) 팬들의 사랑에 지금도 감사한다. 상주에서 좋은 경기하다가 건강하게 돌아가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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