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욕심을 버리고 제구 위주의 피칭으로 전환한 김성민은 올 시즌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키움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완성형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와 동시에 “구속이 좀 더 올라와야 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혈기왕성한, 그리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이 청년은 그 단서를 지우고 싶었다.

2017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지명을 받은 김성민은 입단 후 구속과 싸웠다. 한창 때보다 떨어진 구속을 되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썼다. SK도 김성민의 구속이 올라올 것이라 낙관했다. 김성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번 떨어진 구속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금세 될 것이라 생각했던 김성민도 좌절의 시기를 겪었다.

김성민은 “구속을 올려보려고 여러 방법을 써봤다. 구속이 워낙 안 나오는 것은 사실이었다”고 떠올렸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140㎞ 남짓이었다. 김성민은 “정말 별별 방법을 다 써봤다. 하지만 뭘 해도 안 되더라”고 답답했던 심정읕 털어놨다. 그러던 도중 2017년 김택형과 맞트레이드돼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 입단 후에도 구속을 올리려는 노력은 계속됐으나,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때 키움 전력분석팀은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키움 전력분석팀은 “구속이 느리기는 하지만, 구속에 비하면 회전수는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문제는 볼넷이다”고 김성민에게 강조했다. 구속은 그만하면 됐으니 제구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는 것이었다. 김성민은 이 조언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김성민은 “어차피 더 올려봐야 140㎞대 초반일 것 같았다. 강하게 던지기보다는 제구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고 변신 과정을 설명했다.

좌완이기는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구속은 아니었다. 김성민은 이제 제한된 구속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칼제구와 변화구 구사 외에는 답이 없었다. 김성민은 “실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는 금세 드러나고 있다. 김성민은 올해 23경기에서 2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7의 호투를 이어 가고 있다. “이 구속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김성민의 얼굴에도 모처럼 미소가 돌아왔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꼭 성적이 잘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니다. 김성민은 “빠르게 던지려고 해도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무리하면 결국은 어디가 아프게 되어 있더라”면서 “전력분석팀에서 재작년부터의 성적을 뽑아줬다. 볼넷 비율만 줄이면 점점 좋아질 것 같다고 조언하셨다. 그래서 제구에 더 신경을 썼고, 제구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김성민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장 감독은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공끝이 좋다. 여기에 변화구 제구의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변화구 결정구를 자신 있게 구사하더라. 쫓아가는 경기든, 지키는 경기든 다양하게 나가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제 김성민은 더 이상 구속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대신 제구로 생존 경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은 더 붙는다. 김성민이 이제 막 신인 당시의 자신감을 찾은 느낌이다. “구속이 좀 더 올라와야 할 것”이라는 단서는 이제 머릿속에서 지웠다. 김성민이 김성민의 스타일대로 출발점에 올라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