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포수 이성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리그에 LG 이성우와 나이가 같거나 더 젊은 1군 코치가 8개 팀에 12명이나 있다. 1981년생이면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는 뜻이다. 이성우도 그들처럼 될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전 소속팀 SK는 그에게 프런트 자리를 제안했다. 

구단의 생각과 달리 이성우는 여전히 마스크를 원했다. 방출 후 새 팀을 찾던 그를 LG가 품었다. 그런데 호주 캠프에서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옆구리 부상으로 오키나와 2차 캠프 합류가 불발됐다. 퓨처스리그 출전도 4월 말에야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그래도 이성우는 기다렸다. 

LG는 개막 후 한동안 주전 유강남-백업 정상호의 포수 구성을 바꾸지 않았다. 이성우의 1군 콜업은 정상호의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키움전에 선발 출전해 류중일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이틀 뒤 1일 NC전에서도 이성우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나올까 싶던 LG 백업 포수가 이틀 만에 다시 선발 출전한다는 것, 분명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이성우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았다.

▲ LG 이성우가 4일 잠실 kt전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는 장면.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됐다. ⓒ 곽혜미 기자

이제는 당분간 주전이다. 유강남이 3일 손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류중일 감독은 이르면 열흘 뒤를 복귀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적어도 8경기는 '백업의 백업' 이성우, '그 백업의 백업의 백업' 전준호가 안방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임시 주전 첫 경기, 이성우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4회 1사 만루에서 역전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냈다. 수비에서는 1회 제구 난조로 고전하던 이우찬을 다독여 승리투수를 만들어줬다. 경기 후 이성우는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며 쉴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렇게 긴장하면서 뛰는 건 몇 년 만인 것 같다. SK 때만 해도 많이 내려놓고 있었다. 못 쳐도 다음에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방출되고 여기 오지 않았나. 나를 데려오신 분 처지도 있을 거고…."

"LG 와서는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흔들리면 안 되니까.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긴장한다. 팀만 이기면 상관없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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