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울산, 김건일 기자] 장시환(32)에게 7회는 주로 시작이었다. 장시환은 통산 222경기 가운데 195경기를 불펜에서 대기했던 전형적인 중간 투수다.
그런데 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장시환의 투구는 1회에 시작해 7회에 끝났다. 장시환은 6이닝 2실점, 시즌 2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팀은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장시환은 "5회까지만 던지자는 생각이었다"며 "울산 야구장 전광판은 투구 수가 안 나온다. 내가 몇 개를 던졌는지 몰랐다. 덕분에 투구 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졌더니 (7회까지) 갔다"고 웃었다.
장시환은 올 시즌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꿨고 팀 4선발로 낙점받았다. 지난 4월 2일 SK와 경기에서 2016년 6월 14일 이후 1022일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
하지만 5이닝을 넘긴 날보다 강판 당한 날이 더 많았다. 선발 등판한 11경기 가운데 5회를 못 채운 날이 6경기다. 평균 이닝이 4.12이닝. 규정 이닝을 70% 이상 채운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적다. 롯데 벤치는 "제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장시환은 이전 등판과 달랐다. 한화 타선에 공격적으로 맞섰다. 이날 투구 수 87개 가운데 57개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다. 4사구는 단 1개. 올 시즌 최소 기록이다.
장시환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패스트볼이 대부분 140km 대 중반을 넘었으며 최고 구속은 152km가 찍혔다. 한화 타선은 장시환의 공에 쩔쩔맸다. 여기에 커브, 슬라이더에 올해 새로 장착한 스플리터로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한화 타자들이 공략한 공은 좀처럼 내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오히려 투구 수만 줄여 주는 꼴이 됐다.
장시환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했다. 구원으로 오래 뛰다 보니 삼진을 잡으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선 최대한 볼넷을 주지 않고 맞혀 잡으려 했다.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수비들을 믿었다"며 "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졌다. 혼을 실었다"고 말했다.
장시환의 선발 전환은 양상문 감독이 계획했다. 양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장시환이 불펜에서 터뜨리지 못한 잠재력을 주목했다. 마침 장시환도 올 시즌 선발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장시환의 부진에도 양 감독은 "어느 정도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고 꾸준히 경기에 내보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양 감독은 "장시환이 승리를 못 했지만 좋은 경기 운영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칭찬했다.
장시환은 "감독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며 "딱 올 시즌 30경기가 목표다. (다음은) 30경기를 던지고 나서 생각하고 싶다. 이번 한 경기 잘했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꾸준히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2019시즌 KBO리그는 '파이어볼러' 전성시대다. 공인구 반발력 감소와 함께 빠른 공으로 타자와 정면승부하는 투수들이 각광받고 있다. 트렌드에 즉각 대처하는 디펜딩 챔피언 SK는 브록 다익손을 헨리 소사로 바꾸면서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앞세워 대권에 도전하기로 했다.
장시환은 평균 구속이 145.8km로 규정 이닝을 70% 이상 채운 투수 가운데 10위. 국내 투수 중에선 김광현(SK, 146.8km), 안우진(키움 146.4km)에 이어 3위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알고도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평가한다. 장시환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울산,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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