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 판독(VAR)이 주어져 이강인이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비디오 분석(VAR)이 정정용호의 운명을 갈랐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3-3로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기며 4강 티켓을 받았다.

1983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 진출이다. 과정 자체가 정말 극적이었다.

이기면 4강에 결승 진출 가능성까지 보장되는 중요한 경기였다. 정 감독은 이강인(발렌시아 CF)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잘 버티던 한국은 전반 37분 코너킥 수비 과정에서 순간을 놓쳐 케빈 디아뉴에게 실점하며 0-1로 전반을 마쳤다. 무실점으로 종료해 후반을 바라보는 전략이 막힌 것이다.

후반 시작 후 경기는 요동쳤다. 17분 이지솔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볼을 받는 과정에서 오세뉴 니앙에게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VAR를 통해 니앙이 뒤에서 밀어 넘어트린 것을 확인했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이강인이 나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는 VAR이 가동됐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VAR로 결과를 확인했다. 지고 있던 한국에는 단비처럼 느껴진 VAR이었다.

그러나 29분 VAR이 한국을 울렸다. 유수프 바지가 볼을 치는 과정에서 이재익의 핸드볼 파울이 VAR로 확인됐고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이브라히마 니안이 나섰고 킥을 시도한 것을 이광연이 막았다. 그런데 주심이 다시 VAR과 동시이 이광연에게 경고를 줬다. 킥 과정에서 두 발이 모두 골라인에서 벗어났다. 니안이 다시 키커로 나섰고 골망을 흔들었다.

▲ VAR로 페널티킥을 다시 차게 하는 바람에 화가 났던 이광연 골키퍼(왼쪽) ⓒ연합뉴스

이후에도 VAR은 계속 나왔다. 41분 문전 혼전 중 볼이 골라인을 통과해 골이 됐다. 그러나 황태현이 헤더 경합 과정에서 니안의 왼팔에 맞은 것이 확인됐다. 천운이었다.

44분에는 바지가 빠른 공격으로 골을 넣었다. 그러나 슈팅 직전 앞선에 동료가 있었고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미 세네갈과 비교해 하루를 덜 쉬고 경기를 치러 체력이 떨어졌는데 VAR이 경기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놀랍게도 후반 종료 직전 이지솔의 헤더 골이 터졌다. 이강인의 코너킥을 이지솔이 세네갈 수비 앞에서 머리로 잘라 넣으며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끝까지 버틴 한국이 90분에서 30분을 더 추가하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연장 전반에도 한 차례 VAR를 참고하는 듯 했지만, 주심은 일단 정심으로 판단하고 경기를 진행했다. 6분 조영욱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3-2가 됐고 한국은 환호했다. 남은 시간을 버티면서 세네갈의 조바심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장 후반 3분에도 VAR로 핸드볼 파울을 확인하며 한국을 심리적으로 흔들었지만, 선수들은 침착했다. 참고 경기에만 집중하면 됐다. 아깝게 종료 직전 실점해 승부차기로 가는 살얼음 승부를 봐야 했다.

VAR은 승부차기도 흔들었다. 2-2에서 한국의 5번째 키커 오세훈의 킥을 골키퍼가 막았지만, VAR을 통해 먼저 골라인에서 떨어진 것이 확인, 무효와 동시에 경고가 주어졌다. 오세훈이 다시 킥을 했고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세네갈 마지막 키커가 실축하며 한국의 극적인 4강 진출이 확정됐다. VAR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한 판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