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임창용-안지만이 빠진 자리를 소속팀 후배로서 메우고 있다. 이미 팀에서부터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사이드스로 투수. 올해 모습도 기록에 비해 괜찮았으나 아직 확실히 리그 특급 불펜으로 자리 잡은 선수는 아니다. 한국시리즈에서 특급 셋업맨-마무리의 공백을 메울 신예는 프리미어12에서도 그들의 빈 자리를 책임질 예정이다. 김인식 대한민국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이 심창민(23)을 발탁한 이유. 바로 소속팀에서 짊어진 임무의 연속성 때문이다.
김 감독은 26일 대표팀 선수들의 합숙 장소인 서울 구로구 노보텔 앰버서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방마님 강민호(30, 롯데)와 다목적 오른손 투수로 기용될 이대은(26, 지바 롯데 마린스)이 함께 참석한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큰 악재가 있으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은 시간 동안 좋은 전력을 갖춰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께 보답하겠다. 일단 B조 예선에서 3승 이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악재 중 하나는 바로 삼성 주축 투수들이 도박 혐의로 인해 제외된 점. 이미 디펜딩 챔프 삼성은 선발 윤성환(34)과 특급 셋업맨 안지만(32)-마무리 임창용(39)이 도박 혐의로 집중 포화를 맞는 바람에 이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사회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의로 인해 이들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김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왼손 선발 장원준(30, 두산), NC 마무리 임창민(30), 그리고 오른손 잠수함 투수 심창민을 선발했다.
장원준은 12승을 올리며 두산 이적 첫 해 제 몫을 했고 임창민은 31세이브(2위)를 기록하며 NC의 플레이오프 직행 주역이 되었다. 삼성에서 선발된 심창민의 올 시즌 성적은 61경기 6승3패9홀드 평균자책점 4.28. 평균자책점이 높아 보이지만 심창민은 올 시즌 계투 추격조는 물론 필승조로도 두루 활약했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수(WHIP) 1.16에 피안타율 0.219로 세부 성적은 특급 계투로 놓기 충분하다.
그런데 김 감독이 심창민을 발탁한 이유는 단순히 좋은 구위와 기량 뿐만이 아니다. “장원준은 선발요원이다. 체인지업이 최근 많이 좋아져 경기 운영 능력도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고 선동렬-성준 코치도 뜻을 같이 했다. 임창민은 올해 꾸준히 잘 했고 변화구 구사력도 다른 좋은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제일 낫다는 평을 받았다”라며 장원준, 임창민 발탁 이유를 밝힌 김 감독. 심창민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발탁 이유를 이야기했다.
“심창민은 소속팀에서도 임창용, 안지만이 빠진 자리를 막고 있다. 이미 본인 스스로도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낄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에서 던지는 데 대한 책임의 무게, 사명감이 더하지 않을까 싶다.”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현재도 심창민은 왼손 차우찬(28)과 함께 팀의 셋업맨-마무리 자리를 번갈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26일 두산과 1차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8회 허경민-민병헌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차우찬에게 바통을 넘기며 불안한 모습을 비췄다.
기본적으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고 젊은 나이에 비해 출장 경험도 많은 것이 대표팀 발탁 이유다. 여기에 같은 팀 선배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빠진 빈 자리를 채우는 만큼 대표팀에서 책임 의식으로 공백을 메워주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다. 부진한 모습이라면 이는 '야구 연좌제'가 될 수도 있으나 성공한다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심창민은 김 감독의 지략을 '신의 한 수'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영상] 김인식 감독 인터뷰 ⓒ 영상편집 배정호.
[사진1] 김인식 감독 ⓒ 스포티비뉴스.
[사진2] 심창민 ⓒ 대구,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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