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91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이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북한과 경쟁을 벌이던 시기를 다룬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이 나서고, 북한 대사관에서는 림용수(허준호) 대사,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이 나선다.
20년 먼저 소말리아 외교전에 뛰어든 북한 대사관이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을 맞는다. 바레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면서다. 반군들이 보복 명목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대사관을 약탈하는 지경이 되면서 외교관들이 무법지대 전쟁터에 고립되는 특수 상황이 벌어진다. 소말리아의 어린 아이들까지 소총을 들고 장난스레 위협을 가하는 공포상황은 점차 관객들의 피부에 소름으로 와닿기 시작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탈출'이다. 배경에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펼쳐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고립된 남과 북의 일행들이 내전 상태의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과정에 가장 힘을 줬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관객의 인상을 압도하는 것은 스케일이다. 소말리아를 대신한 모로코의 100% 올 로케이션 비주얼은 리얼함 그 자체다. 현지의 가슴아픈 피해 상황까지 다소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후반부 탈출 시퀀스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탄탄한 배경을 구현했다. 이국적 풍광은 영화가 흘러갈수록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고립 상태를 더욱 막막하게 느껴지게 한다.
주요 등장인물이 적지 않지만 조연들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비교적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 대사관 쪽에서는 유도리 있지만 비교적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한신성 대사와 어딘가 껄렁껄렁하지만 편법도 서슴지 않는 강대진 참사관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인다. 왠지 안맞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묘하게 서로를 보완하며 생존을 위한 페달을 번갈아 밟아나간다.
북한 대사관 쪽의 림용수, 태준기의 조합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로 균형을 유지한다. 생존이라는 대의를 위해 침착하게 움직이는 림용수 대사가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남·북 대사관의 분위기를 신뢰 관계로 묶어준다면,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고 날을 세운 태준기의 캐릭터는 안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담당한다. 이렇듯 남과 북의 특수한 관계성은 내전 상태라는 큰 갈등 구조 아래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묘한 긴장감으로 분위기를 밀고 당긴다.
이들이 합심해서 탈출을 도모하는 가운데 차츰 총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느껴질 만큼 생생한 현장감이 화면에 가득 차오른다. 관객도 어느 순간부터는 모가디슈에서 탈출하는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긴박한 탈출 과정이 속도감있게 흘러가고, 목숨을 건 운명 공동체가 되면서부터 남과 북의 간극을 점차 유대감이 채우는 과정이 가슴을 일렁이게 한다.
카체이싱은 이견 없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듯 하다. 중무장한 차량 4대가 탈출 장소로 가는 과정이 아슬아슬함 그 자체다.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이는 총알 수천 발을 뚫고 생존을 위해 질주하는 과정은 마치 지켜보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관람'이 아닌 '체험'의 쾌감을 주는 현장감과 생생함을 구현한 연출이 '모가디슈'의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다. 류승완 감독이 시사 직후 영화 소감보다 먼저 아이맥스, 4DX, 돌비 애트모스 관람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다만 탈출의 성패가 어느 정도 결정나는 순간부터는 높은 밀도로 유지해왔던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한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몰아치듯 에너지를 쌓아왔던 구성상 어쩔 수 없이 엔딩까지 헛헛한 느낌이 이어지지만, 남과 북이라는 특수관계가 주는 여운이 일렁이며 그 공백을 메운다. 이같은 서사의 끝에 '신파' 치트키를 쓰지 않고 끝맺음을 비교적 담백하게 그린 점이 세련된 연출이라는 인상이다. 극장 문을 나선 이후 곱씹을 수록 만족스러운 관람이 될 작품이다.
7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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