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현희 ⓒ 태릉,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태릉, 김민경 기자] "그럼 엄마 꼴찌네?"

세 살배기 딸의 한마디에 힘을 냈다. '엄마 검객'으로 돌아온 여자 플뢰레 대표팀 맏언니 남현희(35, 성남시청)가 4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딸이 어리지만 메달 색을 구별한다. 아이가 경기장 전광판에 나오는 저를 보고 좋아하니까 뿌듯했다. 그래서 아이 목에 메달을 걸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국내 대회에서 3위를 한 뒤 집에서 딸에게 메달을 걸어 줬더니 '엄마 3등 했네'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엄마 꼴찌네?'라고 했다(웃음). 그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을 거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왔다. 올림픽 4개 대회 연속 출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남현희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고 4위도 해 봤는데, 금메달이 숙제로 남았다. 올림픽에 3번 나서면서 '깡'으로 최선을 다해서 연습했지만 1위를 못한 아쉬움이 컸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다음 올림픽은 없을 줄 알았지만 런던에 이어 리우까지 기회를 얻었다. 2013년 4월 예쁜 딸을 낳고 행복했지만 선수 생활은 장담할 수 없었다. 남현희는 "아이를 낳고 다시 펜싱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올림픽 티켓을 직접 확보해야 했는데, 출산하면서 1년 쉬고, 또 1년 정도 몸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난 1년 반 동안 티켓을 따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4번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는 남현희 ⓒ Gettyimages
1년 넘게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하면서 떨어진 랭킹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엄마의 힘으로 해냈다. 남현희는 지난 3월 쿠바 하바나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플뢰레 그랑프리에서 3위에 오르면서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엄마의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을 딸을 위해 힘들어도 참으면서 훈련하고 있다. 이정운 남자 플뢰레 코치는 "남현희는 무릎 관절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이날 오른쪽 무릎을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한 발로 버티는 동작을 잘 못 한다. 뒷발(오른발)의 힘을 받아서 차고 나가야 하는데 그 동작이 안 되니까 테이핑을 안 하면 삐끗하거나 통증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칼을 잡은 남현희는 올해로 펜싱 23년째다. 그동안 경쟁자들은 대부분 피스트를 떠났다. 남현희는 "런던 올림픽 이후 모든 나라 선수들이 세대교체가 됐다. 출산하고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신예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어서 데이터가 없었다. 지금도 상대 선수들을 많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남현희는 "주위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운도 따라야 한다고 하셔서 지금은 부담을 덜고 편하게 경기에 나서려고 한다. 제 기량을 발휘해서 어느 선수랑 붙더라도 즐기면서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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