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아시안게임 도전' 첫 출전→韓 양궁 새 역사 썼는데..."굉장히 송구스럽다" 김종호가 환하게 웃지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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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카자키(일본), 신인섭 기자] 하루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들기 어려웠던 김종호가 한국 남자 컴파운드의 역사를 새로 썼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얻은 개인전 출전 기회를 금메달로 연결했다.
김종호는 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대만의 창청웨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컴파운드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다. 컴파운드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남자 선수가 개인전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김종호가 처음이다.
김종호의 이날 경기력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8강에서 랭킹라운드 전체 최고점인 712점을 쏜 중국의 랴오자하오를 143-142로 꺾었다. 첫 엔드에서 28-30으로 뒤졌지만, 마지막 엔드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준결승에서는 인도의 가네시 마니 라트남 티루무루를 상대로 148점을 쐈다. 15발 가운데 무려 13발이 10점이었고, 9점은 단 두 발이었다. 148-144로 승리하며 결승에 오른 김종호는 창청웨이까지 넘어 한국 남자 컴파운드의 숙원이었던 개인전 금메달을 완성했다.
하지만 하루 전 김종호의 모습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였다. 남자 단체전에서 4위에 그친 아쉬움이 너무 컸다. 김종호는 경기 다음 날까지도 그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단체전이었다. 김종호는 "컴파운드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다 따고 나오겠다고 약속했는데 하나밖에 못 따서 굉장히 송구스럽다. 솔직히 개인전을 제가 따게 될지는 몰랐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체전이 끝난 뒤에는 밤잠까지 설쳤다. 김종호는 "어제는 진짜 잠도 못 잤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팀 동료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정말 힘들었고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김종호는 "남은 경기까지 의기소침한 채로 할 수는 없었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개인전을 할 수도 있는데 이걸 포기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 발 한 발만 집중해서 쐈다. 김종호는 "한 발 한 발 긴장이 돼서 그냥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발씩 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지막 승리 포인트가 되는 화살까지 와 있더라. 그냥 한 발 한 발에만 집중해서 쐈다"고 돌아봤다.
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점수와 경기 흐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외부 정보를 차단했다. 그는 "귀를 닫고 제 발바닥만 보고 있었다. 상대에게 주어진 시간이 20초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몸을 준비했고, 제 부저가 울리면 거기서부터는 활 쏘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물론 금메달이 눈앞으로 다가온 마지막 순간에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김종호가 생각한 것은 결과가 아닌 '10점'이었다. 김종호는 "마지막 엔드를 남겨 놓고는 솔직히 (메달 색깔을) 조금 의식했다. 그래도 어차피 이기는 거라면 멋있게 9점보다는 10점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집중하자고 생각하니 다시 바닥만 보이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자신감은 없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호는 이날 점심을 먹을 때까지 자신의 경기력을 걱정했다. 관계자가 직접 "기록이 좋으니 자신을 믿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김종호도 "점심을 먹다가 체할 뻔했다"고 했다.
그런데 경기장에 올라서자 오히려 생각이 단순해졌다. "막상 올라가니까 그렇게까지 긴장되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면 멈췄을 때 쏘면 되고, 계속 불면 버티다가 쏘면 되고, 흔들리면 오조준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 한번 밀어붙여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준결승이 큰 고비였다. 인도의 티루무루를 상대하면서 서로의 경기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종호는 15발 가운데 13발을 10점에 꽂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이겨냈다. 그는 "4강에서 인도 선수와 경기할 때는 서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도 잘 이겨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했다.
대표팀 동료 최용희의 탈락도 있었다. 김종호는 당초 최용희와 함께 결승에 오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종호는 "용희 형이 결승에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희 형에게 가는 선수를 제가 최대한 힘들게 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우연찮게 용희 형이 떨어졌다. 그다음부터는 그냥 '내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메달의 의미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김종호의 아시안게임 이력에 있다. 2014 인천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이번 아이치·나고야까지 네 차례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단체전에서는 이미 정상에 서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개인전은 네 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종호는 "개인적으로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에 도전하게 됐다. 우여곡절도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8년 단체전 금메달과 이번 개인전 금메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특별한지 묻자 쉽게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그는 "2018년 단체전은 제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 생사의 기로에 걸려 있던 경기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며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네 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땄다. 두 개 모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한국 컴파운드는 금메달 5개 싹쓸이를 목표로 일본에 입성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금메달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담이 커졌다. 김종호가 마지막 남자 개인전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컴파운드 대표팀은 금메달 하나를 챙겼다.
김종호는 자신의 금메달이 한국 컴파운드 전체에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한국에서 훈련하고 있는 컴파운드 후배들과 동료, 선배들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조금 더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금메달을 땄지만 단체전의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기 어려운 종목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두통과 불면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김종호는 "경기가 잘 안 되면 화가 난다고 표출할 수도 없고 더 수그러뜨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두통도 심하고 잠도 잘 못 잔다"며 "오늘은 그나마 조금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제 단체전 생각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을 이야기할 때도 동료들이 먼저 나왔다. 김종호는 이번 대회에서 함께했던 선수들과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설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랐다. "지금 같이 했던 동료들과 또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제가 정말 10점만 쏠 수 있는 선수가 돼서 동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컴파운드 일정은 김종호의 금메달로 끝났다. 이제 아시안게임 양궁의 무대는 리커브 대표팀으로 넘어간다. 김종호는 "마지막 경기에서 금메달 하나를 따서 바통 터치를 해줬다. 리커브 선수들도 조금 더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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