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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켜는 하버드생' 그런데 AG 메달도 땄다…23살 필리핀 육상스타 "은퇴하면 의대로" 엄친딸 인증

작성일: 2026.10.02 03:26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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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필리핀 '프리뷰'
▲ 출처 필리핀 '프리뷰'
▲ 필리핀 여자 육상 국가대표 빅토리아 보송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이자 음악인, 미래의 의사를 꿈꾸는 그의 특별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필리핀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 필리핀 '프리뷰'
▲ 필리핀 여자 육상 국가대표 빅토리아 보송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이자 음악인, 미래의 의사를 꿈꾸는 그의 특별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필리핀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 필리핀 '프리뷰'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공부는 하버드대에서 했다. 전공은 신경과학이었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했고 대학 시절에는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일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무대는 연구실도, 병원도 아니다.

400m 트랙이다.

필리핀 여자 육상 국가대표 빅토리아 보송(23)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이자 음악인, 미래의 의사를 꿈꾸는 그의 특별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필리핀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필리핀 매체 '프리뷰(Preview)'는 1일(한국시간) "빅토리아 보송은 누구인가. 2026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를 만나보자"는 제목으로 보송의 성장 과정과 육상 경력, 남다른 학업 이력을 집중 조명했다.

보송은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800m 결선에서 2분05초34를 기록했다.

중국 우훙자오와 바레인 넬리 코리르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곧바로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프리뷰는 "23세 선수의 점점 화려해지는 경력에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성과가 추가됐다"며 "대학 시절부터 800m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경기 결과를 제외하고도 보송에 관해 알아야 할 이야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력부터 범상치 않다.

보송은 지난해 5월 미국 최고 명문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전공은 신경과학, 부전공은 글로벌 헬스였다.

그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한 수준이 아니었다.

의대 진학에 필요한 필수 과정을 모두 이수했고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직접 근무했다. 임상 경험을 쌓고 의사들의 진료 현장을 참관하면서 선수 생활 이후까지 일찌감치 준비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 그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만든 800m 역시 애초 계획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메인주 컴벌랜드에서 성장한 보송은 고교 시절 100m와 200m, 400m를 뛰던 전형적인 단거리 선수였다. 하버드대에 입학할 때도 그의 정체성은 '스프린터'였다.

운명을 바꾼 이는 케바 톨버트 코치였다.

톨버트 코치는 보송에게 800m를 한번 뛰어보라고 권유했다. 보송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800m 특유의 고통이 싫었다. 특히 두 번째 바퀴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힘겨움을 견디는 게 고역이었다.

▲ 빅토리아 보송(사진)은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800m 결선에서 2분05초34를 기록했다. 중국 우훙자오와 바레인 넬리 코리르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 필리핀 '프리뷰'
▲ 빅토리아 보송(사진)은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800m 결선에서 2분05초34를 기록했다. 중국 우훙자오와 바레인 넬리 코리르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 필리핀 '프리뷰'

하지만 제대로 훈련하기 시작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대학 2~3학년 때부터 800m에 본격적으로 집중했고 기록은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실내 경기에서 2분07초 안팎이던 기록이 2분04초, 다시 2분02초까지 내려왔다. 마침내 중거리 선수의 상징적인 벽 가운데 하나인 2분대마저 깨뜨렸다.

이때 보송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프로'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그는 육상 전문 매체 '시티어스 매그(Citius Mag)'에 "그때 '좋아, 나도 프로 선수가 될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단거리 출신이라는 뿌리는 버리지 않았다.

800m를 주 종목으로 삼은 뒤에도 스피드와 스타팅 블록 훈련을 꾸준히 이어갔다. 출전 거리도 200m부터 1000m까지 폭넓었다. 스프린터로 다져 놓은 속도를 중거리 경쟁력으로 바꿔 나갔다.

필리핀 대표가 된 과정에도 사연이 있다.

보송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머니 카탈리나 아티엔자 박사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받았다. 외가 가족 역시 어린 보송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필리핀은 단순히 어머니의 고향만은 아니었다.

보송은 미국 지역지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에 어린 시절부터 필리핀을 자주 찾았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국제대회에서 필리핀을 대표하겠다는 목표로 이중국적과 필리핀 여권 취득 절차까지 밟았다.

그리고 2년 뒤.

가슴에 필리핀 국기를 달고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공부와 운동이 전부도 아니다.

보송은 네다섯 살 무렵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했다. 어린 시절에는 경쟁적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갔을 만큼 진지했다.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육상과 음악이 자신의 정체성에서 거의 똑같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진학 뒤에는 잠시 악기를 내려놨다.

신경과학 공부와 의대 진학 준비, 육상 훈련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했다.

졸업 뒤 다시 악기를 꺼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를 재개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배우기 시작한 기타까지 틈틈이 즐기고 있다.

보송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치열하게 기록을 다투는 트랙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가라앉히는 '명상'에 가깝다.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 출처 필리핀 '프리뷰'
▲ 출처 필리핀 '프리뷰'

지금은 육상에 '올인'하고 있다.

하버드를 졸업한 뒤 뉴발란스와 계약해 프로에 뛰어들었다. 보스턴에 남아 자신에게 800m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톨버트 코치와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수업도 없다. 연구실 업무도 없다.

대학 시절 여러 갈래로 나뉘었던 시간을 이제 온전히 육상에 쏟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흰 가운을 입겠다는 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다.

먼저 프로 육상 선수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는 게 보송의 계획이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한 뒤 두 번째 인생을 의학에서 시작하려 한다.

보송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육상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그 시간이 끝나면 반드시 의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한다. 23세에 아시안게임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그런데도 아직 꿈 하나가 더 남았다.

지금은 트랙을 달린다.

그 레이스가 모두 끝나는 날, 보송은 의대라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설 생각이다.

▲ 출처 필리핀 '프리뷰'
▲ 출처 필리핀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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