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8연패 실패'인데 "나름대로 노력을 하긴 했다" 발언...받아온 지원과 규모 고려하면 씁쓸했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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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카자키(일본), 신인섭 기자] 한국 여자 양궁이 28년 동안 지켜온 아시안게임 왕좌를 내줬다. 충격적인 결과만큼이나 경기 후 나온 선수들의 답변도 씁쓸함을 남겼다.
강채영(현대모비스), 오예진(광주은행텐텐양궁단), 이윤지(현대모비스)로 구성된 한국 여자 리커브 대표팀은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에 세트 스코어 3-5(54-54, 56-56, 51-55, 54-54)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단순히 금메달 하나를 놓친 패배가 아니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98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2002 부산, 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까지 이 종목에서 7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28년 동안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왕좌를 지켜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인미답의 8연패에 도전했다. 그러나 마지막 결승에서 인도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94 히로시마 대회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였다. 랭킹 라운드에서는 강채영이 685점으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작성하며 개인 1위에 올랐고, 오예진이 678점, 이윤지가 677점을 기록했다. 세 선수의 합계는 2040점. 2위 중국(1992점)을 무려 48점 차로 따돌린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토너먼트, 특히 금메달이 걸린 결승에서는 랭킹 라운드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변수가 있었다. 이날 오카자키 경기장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화살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수들이 까다롭게 느낄 만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한국 선수들에게만 불지 않았다. 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인도 역시 같은 사대에 섰고 같은 거리에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활을 당겼다. 오예진도 경기 뒤 이를 인정했다.
오예진은 "바람이 헷갈리긴 했는데 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어야 됐다. (바람에 흔들린 상황에서) 빨리 헤어나오지 못해서 아쉬웠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결국 변수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 역시 실력이다. 28년 동안 아시아 정상을 지켜온 한국 여자 양궁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패배의 충격에 비해 다소 무덤덤하게 들릴 수 있는 답변이 나왔다. 이윤지는 경기 소감을 묻자 "조금 아쉬운, 전체적으로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더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금 아쉬운 경기'라는 표현으로 정리하기에는 이날 한국 여자 양궁이 잃은 것이 너무 컸다. 한 대회에서 한 차례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아니었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7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며 28년 동안 이어온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연속 우승 기록이 끝났다. 한국 여자 양궁이 32년 만에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가져오지 못한 날이었다.
한국 양궁 선수들이 짊어지는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도 이윤지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저희가 지금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저희는 나름대로 노력을 열심히 하긴 했다"고 답했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힘겨운 준비 과정과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여자 양궁의 8연패가 좌절된 직후라는 상황과 대표팀이 받아온 지원의 규모를 고려하면 가볍게 흘려듣기 어려운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 양궁은 국제무대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실제 경기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국내 훈련 과정부터 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양궁협회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경기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체계적인 지원도 이어져 왔다.
이윤지 역시 주변의 지원에 대해 "저희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대한양궁협회를 비롯해서 여러 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안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결과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다시 아시안게임 사대에 서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 역시 결과 하나로 지워질 수 없다.
하지만 세계 최강을 자부해 온 한국 양궁 국가대표에게 국제종합대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특히 1번 시드로 출발하고도 28년 동안 이어온 연속 우승 기록을 내준 결과라면 무엇이 부족했고 왜 패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복기가 뒤따라야 한다.
오예진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저희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다. 아쉽지만 감사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도움을 준 이들을 향해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 분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며 "1등해서 대한민국 국기를 제일 가운데에 올려놓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여자 단체전에서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998 방콕에서 시작해 부산, 도하, 광저우,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항저우까지 이어진 금빛 계보가 나고야에서 끊겼다.
한국 여자 양궁이 아시아 무대에서 패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상대국의 경기력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한국 역시 언제든 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단순히 '아쉬운 은메달'로 받아들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랭킹 라운드에서는 경쟁국을 압도하고도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 그 우위를 지켜내지 못했다. 강한 바람이라는 변수에 흔들렸고, 결국 같은 조건에서 활을 쏜 인도가 마지막에 웃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긴 했다"는 말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패배다. 한국 여자 양궁이 다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는 4년 뒤에야 찾아온다. 그때 다시 왕좌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날의 충격적인 패배가 왜 나왔는지, 세계 최강이라 불렸던 한국이 무엇을 놓쳤는지부터 냉정하게 되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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