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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은퇴 일문일답] "나는 이병규 팬" 고백…"앞으로도 뒤에서 후배들 돕겠다"

작성일: 2019.09.29 11:25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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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다 '아버지' 얘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 잠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데뷔 2년 만에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22⅔이닝을 던졌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했던 데뷔 2년째의 이동현은 쓰러지다시피 주저 앉아야 했다. 그의 다음 포스트시즌이 11년 뒤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세 번의 수술 끝에 19년 동안 프로 선수로 남아있을 줄 또 누가 알았을까.

LG 오른손 투수 이동현이 29일 현역 마지막 등판을 준비한다. 지난달 22일 통산 700경기를 달성한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2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은퇴 심경을 담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LG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도 창피하지 않았고, 저 스스로 자랑스럽고 영광이었다. 결정에 있어 단 한 번도 강요나, 강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 LG 이동현 ⓒ 곽혜미 기자

마지막 경기를 앞둔 29일 오전 이동현이 잠실구장 인터뷰실에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야구를 잘 못했는데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이동현과 일문일답.

- 어제 잠은 잘 잤는지.

"잠을 잘 못잤다. 신경을 많이 썼다. 선수로 마지막 출근이라. 아내와 잠을 많이 설쳤다. 감기도 걸리고 해서 몸 상태가(좋지는 않다)."

- 경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19년 동안 LG에 있으면서 마운드에 있을 떄 만큼은 대충한 적이 없다.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라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 몸을 만들지 않은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며칠 전부터 캐치볼은 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혼신의 투구를 하겠다"

- 상대가 두산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텐데. 

"부담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동생들을 믿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승패는 하늘이 정해줄 것이다. 동생들이 최선을 다할 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내 등판 타이밍을 준비하려고 한다."

"등판 시기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 없다. 부담 없는 상황이 될 거 같기는 하다. 한 타자를 상대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 은퇴 시즌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유광점퍼와 함께.

"유광점퍼가 무겁다. 다행히 제가 은퇴할 때 동생들이 가을야구라는 선물을 준 것 같다. 덕분에 명예롭게 은퇴한다. 고맙게 생각한다. 함께 유광점퍼를 입고 가을 야구를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박수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 세 번의 수술 등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두 번째 수술 뒤가 가장 힘들었다. 두 번째 수술 후 실패했을 때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도왔는지는 몰라도 좋은 분들을 그때 많이 만났다. 존경하는 분들과 전화 통화로 격려를 받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LG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차명석 단장님과 코치로 만났는데, 그때 중요할 때 기용해주신 덕분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2002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많은 팬들은 걱정을 하셨을 거다. 너무 많이 던진 것 아닌가 하고. 그때 김성근 감독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때 몸 관리를 잘 했다면, 더 잘 던졌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김성근 감독님께서 문자메시지를 주셨다. 불사조 같았던, 어리게만 느꼈던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시더라. 통화도 했는데 코 끝이 찡했다. 저 때문에 질타를 받으셨을텐데도 그렇게 연락해주셔서 감사했다"

▲ LG 이동현 ⓒ 잠실, 한희재 기자
- 100만 관중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은퇴 경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 700경기를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다. 은퇴 경기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했던 게 10년 연속 100만 관중을 했으면 좋겠다고 SNS에 글을 쓴 것이다. 저 역시 LG 팬이었다. 팬으로서도 그렇고 선수로서로도 그렇고 10년 연속 100만 관중이 명예로운 기록 아닌가. 내일 경기로 시즌이 끝나는데, 많이 와주시면 충분히 100만 관중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일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훈련할 것이다. 사인 못 받으신 분들 있으면 성심성의껏 해드리겠다."

- 현역 선수가 SNS에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은 아니지 않나.

"저도 이병규, BK9의 팬이었고 야구 팬이라 팬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런 댓글이 부담이나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제가 LG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나 답다고 생각했다. 그 글이 본심이고, LG 사랑을 직접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한국 야구가 위기라고 한다.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제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관중 수가 줄었다고 하지 않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들의 쇼맨십 부족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마운드에서, 타석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표출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나는 선배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앞으로 야구를 봤을 때는 그런 쇼맨십, 팬들을 위한 이벤트들이 좋아진다면 실력을 떠나 다시 흥행 할 수 있다고 본다."

"경기 나가면 그림을 그린다. 이 상황에서 타자를 어떻게 잡을지 준비한다. 생각대로 되면 포효를 했던 것 같다. 포효를 해야지 하고 한 건 아니다. 예전에 이종범 코치님을 삼진 잡고도 형들에게 혼난 적이 있다. 지고 있는 데 뭐하는 거냐고. 그래도 팬들이 그런 면을 좋아해주셨다."

-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금 동생들은 앞으로 몇 번이나 우승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제가 700경기에 나가면서 느낀 상황들을 후배들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얘기해줬다. 김대현 고우석 정우영 같은 동생들이 저의 잔소리 같은 조언도 잘 듣고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중에 은퇴를 한 뒤 '1점만 덜 줬으면', '삼진 하나 더 잡았으면' 하는 생각하지 말고 지금 후회 없이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멀리서 응원할 것이고, 은퇴 후에 안 볼 사이가 아니니까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주려고 한다."

- 앞으로 계획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사장님 단장님과 직접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표현은 과분하지만, 오래 뛰기는 했다. LG에서 더 오래 있겠다는 마음은 단장님과 같다. 뒤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돕겠다. 지금도 숨은 조력자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처럼 뒤에서 열심히 돕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한다."

- 한 팀에서 700경기 출전, 자부심이 될 것 같은데.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팬들이 프랜차이즈 대우를 해주시는 것이지 저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19년 동안 잘 흘러온 선수 이동현일 뿐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느끼지 않는다. 리그에 남는 기록을 남긴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지도 않았다."

- 시구를 아버지로 정한 이유는.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가 사실 강남 쪽에서 다른 집 일을 돕고 계신다. 어느날 일을 하러 갔는데 제 유니폼이 있었다고 한다. 내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을 못 하셨다고 한다. 식사 자리에서도 아들 얘기가 나오면 제가 아들이라고 말을 못 하셨다고 한다. 그게 너무 죄송했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야구장에 안 오셨다. 오늘 아버지와 마운드에서 진하게 포옹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시구자로 모셨다."

"아니 왜 사람을 울리고 그러나." 

"이번에 성인 되고 아버지와 처음 소주를 마셨다. 너무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저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울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LG 이동현 ⓒ 한희재 기자
이동현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1년 LG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 33경기에 등판한 그는 2년째인 2002년 78경기에 나와 124⅔이닝을 던지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10경기에서 22⅔이닝을 책임졌다. 2004년과 2005년, 2007년 모두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고도 기적처럼 마운드에 돌아와 700경기를 채웠다. KBO리그 통산 12번째 기록이다. 

700경기 동안 910이닝을 던졌고 53승 47패 41세이브 113홀드를 기록했다. 통산 평균자책점은 4.06, 그와 2001년 선수로 함께 뛰었던 차명석 단장은 "이동현은 단순히 기록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팀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앞으로도 계속 예우와 존중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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