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미치겠더라, 부모님도 동생도 전화를 못 해"…간절했던 737일, 11승 에이스 부활 다짐했다

작성일: 2023.09.29 07:50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0경기 넘어가니까 미치겠더라. 부모님도 동생도 내게 전화를 못 했다."

길고도 길었던 737일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최채흥(28)이 부활을 알렸다. 최채흥은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4구 6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선발승으로는 지난 2021년 9월 2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6⅓이닝 4실점) 이후 737일 만이고, 구원승까지 포함하면 2021년 10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4⅓이닝 무실점) 이후 698일 만이었다. 삼성은 최채흥의 호투에 힘입어 선두 LG를 11-1로 대파했다. 

최채흥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2018년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해 왼손 선발투수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20년에는 26경기에서 11승6패, 146이닝,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며 왼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시즌 5승9패, 122⅓이닝, 평균자책점 4.56으로 다소 부진한 뒤로는 상무에 입대해 다시 칼을 갈았고, 올해 6월 전역하자마자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그만큼 박진만 삼성 감독의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1승이 이토록 간절할 줄은 몰랐다. 최채흥은 시즌 15경기 만에야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전까지 14경기에서 7패만 떠안으면서 57⅓이닝, 평균자책점 7.38로 고전했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박 감독은 경기에 앞서 "상무에서 제대하고 꾸준히 던지긴 했지만, 상무에서는 퓨처스리그 경기다 보니까 집중력이나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1군과 달리 경기가 띄엄띄엄 있기도 하고, 1군은 꾸준히 나가야 하니까 체력적인 문제도 있다. 올 시즌 마무리 훈련부터는 체력적인 것들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단점으로는 직구 볼의 힘이 입대 전보다 더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장점인 변화구를 살릴 수 있다. 이번 마무리캠프,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발투수로서 부족한 게 많다"고 덧붙였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한 우완투수 육선엽(18, 장충고)과 경쟁까지 언급했다. 박 감독은 "그만큼 준비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최채흥이) 내년에 몇 번째 선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겨울과 내년 봄에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원래는 스프링캠프 때 신인들을 배제했는데, 몸 상태나 상황이 되면 투수들은 1군 캠프에 데려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과는 다 경쟁해야 한다. (최채흥이)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경쟁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공교롭게도 최채흥은 박 감독이 쓴소리를 한 날 호투를 펼쳤다. 최채흥은 경기 뒤 박 감독의 냉정한 평가가 자극이 됐는지 묻자 "기사를 요즘 안 본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다행이다. 이제 앞으로 계속 잘해야 한다. 방향이 조금은 잡힌 것 같다. 안 좋은 것들을 계속 연구하고 원인이 뭔지 몰라 답답했다. 지금은 원인을 안 것 같아서 잘된 것 같다. 직구가 스피드가 떨어져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힘도 없고 볼 각도도 안 좋다 보니까 중심에 맞는 타구도 많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런 점을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 최채흥과 하이파이브하는 박진만 감독 ⓒ 삼성 라이온즈
▲ 최채흥과 하이파이브하는 박진만 감독 ⓒ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이 파악한 문제의 원인은 중심 이동에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상무에 있을 때부터 준비한 게 구속을 올리고 싶어서 여러 시도를 했다. 상무에서는 내가 던지는 영상을 볼 수가 없고, 느낌만 갖고 했다. 힘이 잘 써지니까 그 방법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나와서 투구 폼을 보니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더라. 그런데 경기를 해야 하니까 하긴 했는데, 변화구도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떨어지고 직구도 원하는 만큼 안 가서 연구를 더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경기부터 원인이 뭘까 하다가 중심 이동에 시선이 갑자기 갔다. 중심 이동을 바꾸니까 힘도 잘 써지고 힘도 붙는 느낌이 들더라. 지난 경기에 던진 뒤로 이게 원인이라 생각해 준비를 잘했다. 오늘도 공에 힘이 있었던 것 같고, 변화구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이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어렵게 문제를 해결하고 챙긴 승리라 더더욱 값졌다. 최채흥은 "2021년 시즌이 진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힘들 수 없다 생각했는데 올해 더 힘들었다. 야구는 역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올해 많이 힘든 시즌이기도 했고,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너무 안도했던 것도 같다. 올겨울부터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는 훨씬 잘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최채흥이 힘들까 같이 마음을 졸였던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진짜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 싶었다. 너무 힘들었고, 가족에게 내가 전화를 못 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동생도 내게 눈치가 보여서 전화를 못 했다. 그래서 가족한테 그렇게 하지 말고 더 편하게 하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많이 힘든 시기이기는 했다"며 이제 조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표현했다. 

다음 시즌 경쟁을 예고한 박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내년에는 기대에 부응하리라 다짐했다. 최채흥은 "이렇게 못하고 있는데도 기회를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쓴소리도 많이 해주시는데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있다. 맞는 말씀을 하시는 거니까. 앞으로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은 경기 뒤 "최채흥이 드디어 제대 이후 첫승을 올렸는데 일단 축하하고, 시즌 끝날 때까지 오늘(28일)과 같은 솔리드한 모습을 계속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