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철인"…故안성기, 정우성·이정재→현빈 눈물의 배웅 속 영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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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혜원 기자] 고(故) 안성기가 동료와 후배들의 배웅 속 영면에 들었다.
고 안성기의 영결식이 9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채플홀에서 열렸다. 오전 8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고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열린 뒤, 9시부터 유족과 동료 배우들이 참석한 영결식이 진행됐다.
고인이 가는 마지막 길에는 같은 소속사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고,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등이 운구를 맡았다. 또한 많은 동료, 후배 배우들이 그 뒤를 따르며 함께했다.
5일장 내내 빈소를 지킨 정우성은 영화인 영결식에서 "선배님은 참 쉽지 않은 환경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항상 따뜻하게 부르셨다.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깊이와 철학이 담겨 있었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 겸손, 절제, 그렇게 선배님께서는 배려가 당연했고 자신에 대한 높임을 경계하고 부담스러워 하셨다"라고 추도사를 낭독하며 울컥했다.
정우성은 "선배님께서는 한국 영화를 온마음으로 품고 그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려고 무던히 애써주셨다.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시대인 안성기로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다 하려 하셨다. 당신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했던 분이었다.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무거웠다"라며 "한없이 고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님은 오히려 늘 의연하셨다. 그런 모습이 제게는 항상 철인처럼 보였다.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셨던 성정도 참으로 숭고하셨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고인과 13작품을 함께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배창호 감독은 "안성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었다"라고 추모했다.
배 감독은 "1980년 봄, 광화문의 다방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눴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스크린에서 봐왔고,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안형은 충무로에 복귀한 지 얼마 안되었고, 저는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줄 연기자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라며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었다. 세월이 흘러 노역을 부탁하기까지 13편을 함께했다. 3년 전 오랜만에 만난 안형은 투병소식을 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예술문화재단 일을 놓지 않았고 영화 '탄생'에도 출연했다"라고 했다.
이어 "영정 사진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장의 모습이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이라며 "그러나 인생이란 저물 때도 있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고 한다. 영화를 사랑한 안형,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안형, 투병의 고통도 말없이 감내했던 안형, 그동안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 안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우리를 울고 웃게 해준 주옥같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추모했다.
또한 영결식에서 고인이 생전 아들에게 남긴 편지가 공개돼 모두가 눈물 바다가 됐다. 고 안성기의 장남 안다빈 씨는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올라 안성기가 어린 자신에게 남겼던 편지를 읽었다.
안성기가 안 씨에게 남긴 편지에는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꼭 빼닮은 주먹보다 작은 얼굴을 처음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너를 보면 아빠는 부러운 것이 없구나"라며 "네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빠는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라고 아들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도전해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도전하면 네가 나아갈 길이 뭔지 보일 것이다.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고 했고, 안 씨는 고인이 남긴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보였다.
이날 장례 미사와 영화인 영결식에는 현빈, 정준호, 변요한, 오지호, 한예리 등 많은 후배들이 함께했다. 현빈은 큰 슬픔에 빠진 듯 비통한 표정을 보였고, 눈물을 흘린 듯 붉어진 눈으로 먹먹함을 안겼다.
또한 고 안성기를 기리는 추모방송도 이어진다. SBS와 MBC는 고인을 기억하고 그의 연기 인생을 되짚는 특집 방송을 편성한다.
SBS는 이날 추모 다큐멘터리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배우 안성기'로 고인의 삶을 돌아본다. 다큐멘터리에서는 5일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마지막 길과 후배들이 직접 운구에 참여한 발인 현장이 공개된다. 영화인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과정을 차분히 전달하며 평생을 영화인으로 살았던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MBC는 오는 11일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국민배우, 안성기'를 통해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시대의 얼굴'로 살아온 고인의 삶과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기록한다. 이미숙, 이보희, 박철민, 김상경, 서현진 등 후배 배우들과 임권택, 이장호, 배창호, 이명세 감독 등 시대를 함께한 영화인들의 인터뷰가 공개되며, 내레이션은 배우 변요한이 맡는다.
고 안성기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던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고인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5일 오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주며 한국 영화와 생애를 함께해 온 '국민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의 대중적 도약과 산업적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한국영화의 사회적·문화적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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