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원 감독(가운데)과 KGC인삼공사 선수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영준 기자] 올 시즌 '신바람 배구'의 주인공은 KGC인삼공사다. 지난 2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GC인삼공사는 여자 배구 판도를 바꾸며 올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KGC인삼공사는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1(25-14 20-25 25-20 25-22)로 이겼다.

KGC인삼공사는 4라운드에서 GS칼텍스, 도로공사, 흥국생명을 차례로 눌렀다. 현대건설마저 꺾은 KGC인삼공사는 11승 9패 승점 33점으로 3위 현대건설(12승 8패 승점 34점)을 바짝 추격했다.

KGC인삼공사의 상승세는 '고춧가루 부대'의 개념을 넘었다. 올 시즌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한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현대건설을 따라잡으며 '3강 구도'가 아닌 '4강 구도'를 형성했다. 지금과 같은 KGC인삼공사의 기세가 하반기에 계속 이어질 경우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봄 배구'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약체로 평가받은 '외인부대'에서 '돌풍의 팀'으로 변신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우리 팀은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약하다. 그러나 조직력으로 뭉치면 강해진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의 선수를 보면 걸출한 공격수는 물론 노련한 세터도 없다. 미들 블로커들의 높이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배구는 해결 능력을 지닌 공격수와 뛰어난 세터의 비중이 매우 크다.

KGC인삼공사의 날개 공격수는 모두 다른 팀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15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김진희(24)는 올해 전성기를 맛보고 있다. 일신여상을 졸업한 김진희는 2011년 1라운드 5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175cm로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그는 백업 선수로 주로 활약했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현대건설에서 김진희는 자신의 날개를 펴지 못했다. 2015년 6월 KGC인삼공사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코트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김진희는 KGC인삼공사의 팀 분위기에 대해 김진희는 "팀 분위기는 뒤처지는 사람 없이 다 함께 간다"며 "감독님도 계속 재미있게 하라고 주문하신다. 그래서 더 신나게 뛰어다닌다"고 덧붙였다.

▲ 최수빈(왼쪽)과 김해란 ⓒ 곽혜미 기자

최수빈(23)도 프로 입단 5년 만에 그늘을 벗어났다. 2012년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그는 올해 KGC인삼공사의 돌풍에 참여하고 있다. 세터였던 한수지(28)는 올 시즌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런 변신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서남원 감독은 팀 사정을 고려해 한수지를 중앙으로 옮겼다. 서 감독은 이런 결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수지는 중앙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수지는 현재 '블로킹 퀸' 양효진(28, 현대건설)에 이어 블로킹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한 명의 미들 블로커 유희옥(28)도 강팀 IBK기업은행에서 온 선수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유미라(29, IBK기업은행)와 트레이드됐다. IBK기업은행에서 백업 멤버로 활약한 그는 김진희처럼 KGC인삼공사에서 꽃길을 걷고 있다.

프로 데뷔 12년차인 세터 이재은(30)도 KGC인삼공사에 온 뒤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2005~2006 시즌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2010년부터 팀의 주전 세터로 나섰지만 최고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2013년 KGC인삼공사로 팀을 옮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팀 분위기가 살아나며 자신감을 얻었다. 세터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은은 대형 거포가 없는 KGC인삼공사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27)의 사연도 남다르다. 그는 올 시즌 가장 힘겹게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트리아아웃에 참여했지만 어느 팀에게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 알레나 버그스마 ⓒ 곽혜미 기자

배구를 접고 다른 길을 찾던 그는 행운의 기회를 얻었다. KGC인삼공사가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선택한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KGC인삼공사는 미들본 대신 알레나를 선택했고 이 결정은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알레나는 현재 득점(582점), 공격 종합(43.71%), 오픈, 퀵오픈, 백어택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외인부대' KGC인삼공사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으며 봄 배구까지 노리고 있다.

서남원의 '매직' 겨울 넘어 봄까지 이어질까

서 감독은 "어떤 이들은 우리 팀이 수비와 리시브가 안 좋은데 어떻게 이기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좋아진 것은 서브와 블로킹이다. 리시브가 흔들려고 이를 연결하는 힘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KGC인삼공사는 팀 서브와 팀 블로킹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리시브와 수비 부문에서는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승부처에서 나타나는 집중력은 매우 뛰어나다.

한 계단씩 올라가며 상위권 팀들을 긴장하게 했던 KGC인삼공사는 어느새 3위 현대건설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 정도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 있다.

서 감독은 "속마음은 플레이오프가 가고 싶은 것이 목표다"며 "그러나 눈앞에 있는 한 경기와 그 다음을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멀리보고 가는 것보다 이렇게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김진희도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지만 우리는 다음 경기만 보고 가겠다. 욕심이 생기면 힘이 들어간다. 한 경기 한 경기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올 시즌도 반환점을 돌아 5라운드와 6라운드만을 남겨 놓고 있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유리하다. KGC인삼공사의 선수층은 그리 좋지 않다. 봄 배구로 가려면 남은 경기가 모두 중요하다. 서 감독은 "부상이 없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감독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팀 워크가 이뤄졌기에 어느 팀을 만나도 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2013~2014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GS칼텍스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2시즌 동안 최하위에 그쳤다. 서 감독의 지도력과 정신력으로 똘똘 뭉친 KGC인삼공사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고개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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