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2017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김희진(왼쪽부터) 박정아 김사니 ⓒ 화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목표했던 통합 우승은 못했지만 '별 3개'를 달았습니다. 머릿속에 3,3,3이란 숫자가 떠오르는군요. KOVO컵, 정규 시즌, 챔프전 3번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명문 팀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 창단한 '막내 구단' IBK기업은행의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당수 배구관계자와 각 팀 감독들은 IBK기업은행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제 6구단으로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당시 '슈퍼 루키'로 불린 김희진(26)과 박정아(24)를 동시에 영입했다. 걸출한 두 젊은 공격수는 물론 이효희(37, 도로공사) 남지연(34) 등 베테랑 선수들도 합류했다.

여기에 2014년부터는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세터 김사니(36)도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신구 조화가 절묘하게 이뤄진 IBK기업은행은 프로 참여 원년인 2011~2012 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5시즌에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세 번 정상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3번, 정규 리그에서 3번, 코보컵에서 3번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현 V리그 여자부 최강팀으로 손색없는 성적표다.

▲ 우승이 확정된 뒤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는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가운데) ⓒ 화성, 곽혜미 기자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 이끈 이정철 감독,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 달리 부드럽게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량 향상을 위해 던진 쓴소리가 여자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여자부에서 선전한 팀은 '부드러운 리더십'이 통했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질책보다 칭찬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지난 시즌 최하위 팀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엄마 리더십'을 발휘한 박미희 감독은 흥국생명을 정규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따끔한 질책보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칭찬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IBK기업은행은 6개 구단 가운데 훈련이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1992년 효성배구단에서 시작해 호남정유(현 GS칼텍스) 현대건설 흥국생명에서 지도자로 활약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독사' 김철용 감독을 보좌한 경험도 있다.

그의 지도 방법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다. 엄격한 이 감독의 지도 방식은 선수들에게 긴장감도 안겨줬지만 강한 프로 의식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선수단을 장악하며 본인이 추구하는 배구를 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맞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동안 잔소리가 심했던 감독을 향한 악의 없는 세리머니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었지만 믿음을 심어주며 독려했다.

이 감독은 "첫 번째 두 번째 우승할 때도 (선수들이) 이렇게 세게 때리진 않았다. 내가 예전과 비교해 혼을 내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 눈치를 봤는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맞았다. 우승할 수 있으면 이런 맷집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BK기업은행이 선수 구성이 좋은 점도 꼽았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은) 좋은 선수로 구성이 된 것이 사실이다. 김희진과 박정아가 다른 팀으로 갔다면 완전한 주전 멤버로 뛰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붙박이 주전으로 뛰며 책임 의식이 생겼다. 리베로 자리에 남지연이 왔고 김사니라는 세터도 얻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노력이다. 남들보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2016~2017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MVP로 선정된 매디슨 리쉘 ⓒ 화성, 곽혜미 기자

FA 앞둔 김희진, 노장 선수들 IBK기업은행의 앞날은?

샴페인을 터뜨린 IBK기업은행의 앞날은 어떨까. 주장인 김희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로 풀린다. 그를 영입하려는 팀들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그리고 김사니와 남지연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이들은 다음 시즌까지 IBK기업은행에서 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김사니는 향후 진로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구단과 이야기 해야 한다. 아직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진로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상의한 뒤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김사니가 부상으로 빠지며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해 12월 IBK기업은행은 4연패했다. 당시 이 감독은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위기"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동안 코트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세터 이고은(22)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도로공사에서 이적한 이고은은 IBK기업은행을 5라운드 전승으로 이끌며 MVP(5라운드)로 선정됐다.

올 시즌 이고은은 부쩍 성장했다. 그러나 김사니의 진로가 불투명한 IBK기업은행의 미래는 확신할 수 없다.

팀의 기둥인 김희진은 FA로 풀린다. IBK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선수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김희진이 팀에 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들 블로커는 물론 아포짓(라이트) 포지션까지 해낼 수 있는 김희진의 비중은 매우 크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챔피언 결정전 MVP인 매디슨 리쉘(24, 미국)의 재계약 여부도 관심사다. 이 감독은 "선수 본인은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에이전트에게 확인했더니 팀 잔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리쉘의 답변은 신중했다. 그는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 집에 돌아가서 쉰 뒤 진로를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184cm인 리쉘은 국내 V리그가 선호하는 외국인 선수는 아니다. 큰 키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수비와 리시브가 뛰어나다. 그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해결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이겨냈다. 리쉘은 강타는 물론 연타와 페인트를 적절하게 섞으며 흥국생명 코트를 공략했다. 그는 2차전에서 33점, 3차전에서 42점, 4차전에서 36점을 기록했다. MVP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표다.

리쉘과 김희진, 여기에 김사니와 남지연 모두가 잔류하면 IBK기업은행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선수 변화가 있을 경우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도 준비해야 한다.

이 감독은 "KOVO컵, 정규 시즌, 챔프전 3번씩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명문 팀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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