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원이 훈련할 때 쓰는 글러브. 실제 글러브보다 작다. ⓒ김건일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지난 10월 23일 한화가 훈련을 하던 시각, 한화 더그아웃엔 작은 글러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글러브는 크기가 매우 작았다. 프로 선수는 물론이고 일반 성인이 쓰는 글러브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학생이 쓰는 글러브라고 하기에도 작았다.

채종국 한화 수비 코치는 글러브를 가리키며 "어린아이들이 쓰는 글러브가 맞다"고 대답하며 "그 글러브는 (정)은원이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코치는 "훈련을 할 때 쓰는 특수한 글러브다. 국내 업체에 제작을 맡겼다. 넥센에서 썼을 때 효과가 좋아서 한화에서도 쓰게 됐다. 물론 선수들의 손에는 안 맞다. 작다. 그러나 글러브가 작기 때문에 포구할 때 더 집중하게 된다. 또 일반 글러브를 쓸 때보다 공을 빨리 뺄 수 있는데 같은 동작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하)주석이도 쓴다. 효과가 좋아서 다들 만족해한다"라고 흐뭇해했다.

▲ 한화 유격수 하주석(왼쪽)과 2루수 정은원. '특수 글러브 효과 어때?' ⓒ곽혜미 기자

채 코치는 2008년 은퇴하고 2009년 북일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 2군에서 수비 코치를 했다. 이때 당시 넥센 감독이었던 염경엽 감독이 추구했던 세밀한 야구를 눈으로 보고 배우면서 지도자로 경험을 쌓았다.

채 코치는 지난해 한화 2군 수비 코치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올 시즌 한용덕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처음으로 1군 수비를 맡았다. 

채 코치가 실전에서 펼친 또 다른 기술이 있다. 채 코치는 여느 수비 코치처럼 수비 시프트를 많이 지시했다. 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많지 않았다. 액션이었다. 채 코치는 "선수들이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엔 발로 땅을 파는 등 집중을 안 하는 장면이 많다. 이때 벤치에서 지시를 하면 일단 벤치를 쳐다보지 않겠나. 실제로 수비 시프트는 많이 지시하지 않았다.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용덕 감독은 정규 시즌 3위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 중 하나로 발전된 수비를 꼽았다. 특수 글러브로 수비 훈련을 받은 두 젊은 내야수가 핵심이었다. 유격수 하주석은 올 시즌 수비력이 한 뼘 더 성장했고 신인 정은원은 수비로 베테랑 정근우를 밀어내고 주전 2루를 꿰찼다.

선수들에게 언제까지 특수 글러브 훈련을 시킬 것인지 물었다. 채 코치는 "내가 그만하라고 해도 선수들이 알아서 계속하려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난 선수 시절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치로 내가 아는 바를 선수들에게 전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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