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민규 롯데 신임단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3일 밤 롯데가 발표한 성민규 단장은 1982년생으로 올해 나이 37세. 10개 구단 단장 중 가장 어리다.

간판타자 이대호가 성 단장과 동갑이다. 채태인 손승락도 같은 1982년생. 투수 송승준은 2살 형이다. 구단 내부에선 성 단장보다 나이 많은 직원이 수두룩하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한국 조직에선 파격적인 인사다.

성 단장은 "미국에서 말단으로 시작했을 때 미국 사람들이 항상 잘해 주길래 '왜 이렇게 잘해 주느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네가 지금은 커피를 타지만 나중에 내 상사가 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인사가 파격적이다"고 떠올린 뒤 "한국에선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일할 게'라고 하는 문화가 있는데 미국에선 '같이 일한다'는 말을 한다. 정서상 나보다 연배 있으신 분들은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분들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일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결론은 '롯데 승리' 하나 아닌가. 서로 협력해서 롯데가 이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나이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상원고를 거쳐 홍익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에서 야구 선수로 꿈을 키워 갔던 성 단장은 2006년 KIA에서 1년 만에 선수 생활을 접은 뒤, 2009년 컵스에서 프런트로 새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째. 롯데가 단장으로 공식 발표한 3일 밤에도 스카우트 업무를 위해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이 열린 기장 야구장에 있었다.

성 단장은 "매년 한국 팀에서 콜은 있었다. 단, 단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했는데 롯데가 될지는 몰랐다"며 "다른 팀과 인터뷰하려면 먼저 구단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 롯데에서 제안이 왔을 때 엡스타인 사장에서 전화해서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 사장은 2003년 28살 나이에 보스턴 단장으로 부임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엡스타인 단장은 과감한 운용으로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2012년엔 컵스 사장으로 부임한 뒤엔 2016년 염소의 저주를 벗겨 냈다.

성 단장은 엡스타인의 아래에서 일하면서 그의 운용 철학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성 단장이 김종인 대표이사와 인터뷰에서 강조한 '프로세스(과정)'은 엡스타인을 성공으로 이끈 철학 중 하나다.

성 단장은 "엡스타인 단장이 '넌 준비가 됐다'고 했다. 처음엔 남아 달라며 롯데의 조건을 물었다. 난 한국에서 단장을 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사람을 안 뽑고 기다리겠다. 나중에라도 네 자리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하더라"며 "잘려도 갈 곳 있다고 일하면 되겠느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일할 것이다"고 웃었다.

연고지 부산을 야구 도시로 만들고 원년부터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했던 롯데는 2년 연속 하위권에 빠져 있다. 올 시즌엔 최하위 위기. 그것도 팀 연봉 1위 팀이 거두고 있는 성적다. 게다가 최다 폭투, 최다 실책 등 각종 불명예 기록에 사직 구장엔 롯데 팬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김종인 롯데 대표이사는 "반복된 성적 부진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팬분들 앞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37세 젊은 단장에게 구단의 운명을 걸었다.

성 단장은 "부담은 어디를 가도, 어떤 일을 해도 있다"며 "지금까지도 부담스러운 일을 했다. 리포트 하나에 잘리고 말고가 결정됐다. (롯데가 인기 팀이라 해서) 특별한 부담은 없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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