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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프 블루오션 찾는 SBS, '신선함'과 '생소함' 사이[초점S]

작성일: 2026.08.27 06:00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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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SBS
▲ 제공 SBS

[스포티비뉴스=홍혜민 기자] 포화 상태에 접어든 연애 예능 시장에서 SBS가 전에 없던 소재로 승부수를 띄웠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청춘들의 사랑을 담은 데 이어 이번에는 AI와 인간의 데이트까지 꺼내 들었다. 익숙한 연애 리얼리티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겠다는 시도 속, 파격적인 소재가 신선함을 넘어 시청자의 공감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SBS는 최근 연애 예능의 외연을 넓히는 실험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한 '내 남은 연애'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이하 '기이안 연애')를 새롭게 내놨다. 두 프로그램은 남녀 출연자들의 만남과 감정 변화를 관찰한다는 연애 예능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각각 투병 경험과 AI라는 낯선 소재를 결합해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했다.

'내 남은 연애'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거나 생사를 오가는 투병을 겪었던 2030 청춘들이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단순히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갖고 최종적으로 커플이 되는지에 집중하기보다 삶의 유한함을 일찍 체감한 이들이 사랑과 관계를 대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는 데 무게를 뒀다.

'시한부 연프'라는 생소한 소재와 관련해 기획 초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서 개인의 질병과 투병 경험이 예능적 장치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으나 제작진은 투병 자체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려를 달랬다. 이을솔 PD는 "투병 경험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는 큰 흔적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연출적으로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병력을 극적인 반전 요소로 사용하기보다 이를 일찍 공개한 뒤 출연자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우려와 궁금증 속 막을 올린 '내 남은 연애'의 국내 성적은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 하는 모양새다. 3회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1.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 25일 방송된 4회는 0.7%까지 떨어져 자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향후 반등 가능성에 기대를 키운다. '내 남은 연애'는 지난 21일 기준 일본 OTT 플랫폼 아베마의 K-POP 랭킹 1위를 차지했고, 홍콩 뷰 한류 예능 차트 2위와 대만 프라이데이비디오 인기 콘텐츠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 지역 역시 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66개국으로 확대됐고 러시아 지역 방영권 계약도 성사됐다. 기존 연애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소재가 국내 시청자층 확대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했으나, 해외에서는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BS가 다음 카드로 꺼낸 새 연프 '기이안 연애'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번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로맨스라는 연애 예능의 기본 전제 자체를 흔들었다. 기안84, 장도연, 이유비가 '인간 대표'로 나서 AI 파트너와 실제 데이트를 진행하고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설정이다.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인간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AI가 빠르게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 현실에 최근 젊은 세대의 연애 기피 현상까지 접목했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와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AI가 교감의 대상이 된다면 이를 어디까지 '관계' 혹은 '사랑'으로 볼 수 있는지를 예능을 통해 실험한다.

연애 예능의 형식을 빌렸지만 AI 시대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관한 일종의 사회 실험 성격을 더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일 첫 방송 1.7% 시청률을 기록했다. 독특한 소재에 기존 연프와 비슷한 재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AI와의 데이트를 통해 '현타'를 겪으며 좌충우돌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전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분위기다.

SBS가 잇따라 선보인 '내 남은 연애'와 '기이안 연애'는 소재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하나의 예능 전략으로 수렴된다. 이미 수많은 프로그램이 비슷한 장치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강한 자극으로 경쟁하기보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관계와 인물을 연애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시한부 경험자의 연애'와 'AI와의 연애'라는 한 문장만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설명된다는 점에서도 차별화 효과는 분명하다.

다만 독특한 설정이 곧 대중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재가 낯설수록 시청자가 출연자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기까지 더 높은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투병 경험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개인사가 자칫 화제성을 위한 장치로 받아들여지거나, AI와의 데이트가 현실적인 연애의 감정보다 실험적 설정 자체에 매몰될 경우 '신선하다'는 첫인상이 지속적인 시청 동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내 남은 연애'의 국내 시청률과 해외 반응이 엇갈리고, '기이안 연애' 역시 이제 막 시청자들의 평가대에 오른 만큼 아직 SBS의 실험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분명한 것은 연애 예능의 포화 속에서 SBS가 이미 성공이 검증된 공식을 답습하는 대신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익숙함을 버린 선택이 새로운 연애 예능의 가능성을 열지, 혹은 대중성을 잡지 못 한 새 시도에 그칠 지. '블루오션'을 향한 SBS의 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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