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78채 값, 한 푼도 안 쓰고…'미그기 귀순' 故이웅평 48년 삶 재조명→아내 소회까지 '먹먹'('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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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이웅평 대위 미그기 귀순 사건'의 뒤에 숨겨진 안타까운 삶과 죽음이 '꼬꼬무'에서 조명됐다.
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239회는 '기수를 자유로 돌려라!-북에서 온 이웅평'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는 온앤오프 효진, 가수 청하, 배우 윤유선이 리스너로 함께해 감시와 공포,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 이웅평의 삶을 따라갔다.
북한 초엘리트 군인이자 공군 대위였던 이웅평은 휴가지 바닷가에서 라면 봉지 한 장을 발견했다. 뒷면에 적힌 '유통 과정에서 변질된 제품은 즉시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는 남한이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그의 상식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이후 친척 문제로 아버지가 숙청당하자 체제의 모순을 직감한 그는 목숨을 건 비행을 결심했다.
1983년 2월, 당시 29세였던 이웅평은 비행 훈련 중 편대를 이탈해 레이더망을 피하는 초저공비행을 감행했다. 대한민국 수도권 전체에 대공 경계경보가 울렸고, 서울 하늘을 뒤흔든 일촉즉발의 상황 속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이 그를 에워쌌다. 이웅평은 항복 신호를 보낸 끝에 수원 비행장에 착륙했다.
"북한의 비밀을 폭로하러 왔다"라며 귀순한 이웅평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구소련 최첨단 주력 전투기인 미그기를 확보하고 북한의 군사 기밀을 제공받은 대가로 당시 고급 아파트 78채를 살 수 있는 거액인 15억 6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웅평은 이후 공군 소령으로 정식 임관했다.
이웅평의 귀순 과정을 지켜본 청하는 "소름 돋는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이웅평은 대통령보다 많은 한 해 900회 이상의 안보 강연을 하고 150만 인파를 운집시키며 BTS급 인기를 누린 '반공 아이돌'이 됐다. 하지만 화려한 삶 뒤에는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암살에 대한 공포 속에서 생활해야 했고, 독극물 테러에 대한 두려움과 국가기관의 감시도 늘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첫눈에 반한 과외 교수의 딸 박선영 씨와 결혼한 뒤 신혼집의 도청 장치를 직접 뜯어내고 보안사령관을 찾아가 항의한 아내의 강단 덕분에 비로소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웅평은 풍요로운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탈북민 지원에도 앞장섰다. 1987년 함경북도 청진 의과대학 의사 김만철 씨 일가 11명이 일본 해역에서 표류한 끝에 대만으로 이송됐을 당시 정부의 비밀 특사로 대만에 급파돼 김만철 씨를 설득하고 대한민국 귀순을 이끌어냈다.
이후 귀순 군인들은 물론 간첩까지 자신의 집에 초대해 일상을 공개하고 전향을 도왔다. 나아가 북한의 동포와 군인들이 자유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절마다 가족사진을 찍어 대북 전단에 실어 보냈다.
윤유선은 "굉장히 용감하다"라며 두려워하지 않는 이웅평의 마음에 감탄했다.
그러나 이웅평은 1997년 간경화로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또 한 번 죽음의 사선을 넘어야 했다. 아내의 혼신의 노력 끝에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국내 최초나 다름없는 간이식 수술의 기회를 얻었지만, 수술 전 "통일을 못 봤다"라며 죽음을 앞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던 누나 등 가족의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이웅평은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는 귀순 당시 받은 15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통일 후 북한 가족들을 위해 남겨뒀을 정도로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을 향한 마음이 컸다.
결국 병원으로 이송된 이웅평은 2002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윤유선은 "너무 허망한 죽음"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방송 말미 이웅평의 아내 박선영 씨는 "그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과 울림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는 소회를 전하며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사후 24년만에 다시 다뤄진 고 이웅평의 이야기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웅평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 흘리면서 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했다는 게 마음 아프다", "이웅평과 아내의 러브스토리도 한 편의 영화 같다", "자유란 쉽게 얻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얻기 힘든 것", "미그기를 몰고 탈북한 용기가 대단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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