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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드민턴 초대형 이변 나왔다!' 83위인데, 디펜딩 챔피언 제압...최지훈, 중국 리시펑 상대 2-1 역전승

작성일: 2026.09.26 18:18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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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티비뉴스=이치노미야(일본), 신인섭 기자] 한국 남자 단식에서 제대로 된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세계 랭킹 89위 최지훈이 무려 77계단이나 높은 디펜딩 챔피언을 잡아내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최지훈(세계 랭킹 89위)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식 32강(2라운드)에서 중국의 리시펑(12위)을 2-1(18-21, 21-19, 21-18)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남녀 단식은 2·3라운드가 하루에 함께 편성됐다.

그야말로 엄청난 이변이었다. 두 선수의 세계 랭킹만 놓고 봐도 격차가 상당했다. 여기에 리시펑은 단순한 세계 정상급 선수가 아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섰다.

최근 흐름이 절정이었던 것은 아니다. 리시펑은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조기 탈락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지난 7월 중국오픈에서도 첫판에서 응우옌낫에게 패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나라오카 고다이를 상대로 첫 게임을 따낸 뒤 2게임에서도 크게 앞서다 역전패한 바 있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타이틀 방어를 노리는 중국의 강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그러나 리시펑의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은 첫 경기부터 최지훈에게 가로막혔다.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최지훈은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고 리시펑과 팽팽하게 맞섰다. 첫 게임 18-18까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를 이어갔지만 막판 연속 3점을 허용하면서 18-21로 첫 게임을 내줬다.

오히려 한 게임을 내준 뒤 최지훈의 움직임은 더욱 과감해졌다. 2게임 초반 7-1까지 달아나며 주도권을 잡았다. 리시펑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순식간에 7-7 동점을 허용했고, 8-10으로 역전까지 당했다.

최지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점수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고 19-19에서 승부처를 맞았다. 여기서 집중력이 빛났다. 먼저 두 점을 연달아 따내 21-19로 2게임을 가져오며 승부를 마지막 게임까지 끌고 갔다.

3게임은 체력전이었다. 긴 랠리가 거듭되면서 두 선수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상황에서 한 발을 더 뛴 쪽은 최지훈이었다. 끈질기게 셔틀콕을 받아내면서도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리시펑을 흔들었다. 6-6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리시펑이 추격할 때마다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어냈고 끝내 21-18로 마지막 게임을 끝냈다. 세계 랭킹 89위가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정작 최지훈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신이 만들어낸 이변을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날 16강까지 연이어 치러야 해 승리의 기쁨을 길게 누릴 여유도 없었다. 최지훈은 믹스트존에서 "아직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실감이 많이 나지 않는다. 일단 다음 경기가 거의 바로 있어서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기분은 좋지만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대진표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부터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 상대가 워낙 강했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보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코트에 들어갔다. 그는 "오히려 편했다. 워낙 잘하는 선수고 랭킹도 높은 선수니까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보자고 생각했다"며 "상대보다 실수하지 말고 열심히만 뛰자는 각오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 뛴 것 같다"고 웃었다.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끈기와 정신력이었다. 최지훈은 "딱히 특별히 잘된 것은 없었다. 리시펑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다"며 "나는 평소보다 실수를 조금 덜했던 것 같다. 랠리를 길게 가져가니까 상대도 지치고 나도 지쳤는데, 그 상황에서 내 정신력이 조금 더 좋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첫 게임을 아쉽게 내준 것도 오히려 약이 됐다. 최지훈은 "1게임에서 지고 오히려 더 편해졌다. 긴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펜딩 챔피언을 직접 끌어내렸다는 말에는 담담했다. 그는 "영광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워낙 그만한 선수들만 나오는 곳이다 보니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 출처 대한배드민턴협회

이번 승리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전해 온 한국 남자 단식에도 반가운 결과다. 최지훈을 비롯해 남자 단식에 출전 중인 유태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같은 방을 쓰며 서로 각오를 다졌다. 최지훈은 "(태빈이와) 같이 방도 쓰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남자 단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진한 종목이기도 하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며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괜찮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세계 랭킹 89위가 세계 랭킹 12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을 쓰러뜨렸지만 거창한 목표를 새롭게 세우지는 않았다. 이날 곧바로 다음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최지훈은 "바로 다음 경기를 이겨야 한다. 여기에는 잘하는 선수들밖에 없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며 다음 승부를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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