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1등 욕심이 났다”…펑펑 운 양지인, 뼈아픈 ‘0점’도 LA 올림픽 향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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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아이치, 정형근, 배정호 기자] 경기장을 빠져나온 양지인의 눈에서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과는 정반대의 눈물이었다.
개인전 결선 진출 실패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함께 금메달을 준비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전날까지 한국은 여자 25m 권총 단체전 금메달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양지인도 완사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하루 뒤 예상하지 못한 한 발이 모든 흐름을 바꿨다.
양지인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25m 권총 본선에서 합계 575점을 기록해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상위 8명이 나서는 개인전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양지인은 완사에서 292점을 기록하며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파리 올림픽 챔피언다운 안정적인 경기력이었다. 하루 뒤 급사에서도 자신의 사격만 펼친다면 개인전 메달은 물론 단체전 금메달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기대가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왔다.
급사 21번째 발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격발하지 못하면서 한 발이 그대로 0점 처리됐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1~2점 차로 순위를 다투는 국제대회에서 한 발의 0점은 치명적이었다.
양지인은 최종 575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개인전 결선은 무산됐지만 봉서린과 오예진이 끝까지 버텼고, 한국은 세 선수 합계 1735점으로 중국(1743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1734점의 대만을 단 1점 차로 제쳤다.
메달은 목에 걸었지만 양지인은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뒤 결국 펑펑 울었다. 자신의 실수로 함께 준비한 선수들의 메달 색깔까지 달라진 것 같다는 미안함이 컸다. 개인 종목이면서 동시에 세 선수의 점수가 하나로 묶이는 단체전이었다. 양지인에게 0점 한 발은 자신의 결선 진출 실패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전날 자신이 가장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키웠다.
양지인은 경기 뒤 실수가 나온 이유를 스스로 돌아봤다.
“어제 1위를 해서 오늘 더 잘 쏴야 한다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그게 오늘 실수로 이어진 것 같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전날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지만 동시에 ‘오늘은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도 커졌다고 했다. 평소 하던 대로 쏘기보다 전날의 성적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양지인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지난 6월 충북 청주에서 만난 양지인은 파리 올림픽 이후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결과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까 정작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지만 새로운 부담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스스로 “나 올림픽 금메달 딴 사람인데 왜 이것도 못하지”라고 생각했다.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바꿨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준비한 걸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전날 1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자 자연스럽게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욕심은 나지만 그 욕심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던 양지인이지만 실제 승부에서 자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사격은 그 미세한 차이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종목이다. 몇 시간 동안 잘 쏘더라도 단 한 번의 흔들림이 전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양지인은 파리에서는 그 압박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아이치에서는 반대로 좋은 결과를 눈앞에 두고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를 한 발의 실패로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양지인은 아직 22세다. 파리 올림픽에서 이미 선수로서 가장 높은 곳에 섰지만 다음 목표를 준비하기에는 충분히 젊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8 LA 올림픽을 향한다. 다시 국내 선발전과 국제대회를 거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LA 올림픽을 향하는 길에서 분명한 숙제를 남겼다. 잘 풀리지 않을 때뿐 아니라 잘 풀릴 때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다. 전날 1위에 올랐더라도 다음 날에는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사격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했다.
기록지에 남은 0점과 개인전 결선 탈락, 단체전 은메달의 아쉬움은 바꿀 수 없다. 대신 왜 흔들렸는지는 확인했다. 전날 좋은 성적이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이어졌고, 그 마음이 자신의 리듬을 흔들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에도 양지인의 사격은 계속됐다. 아이치에서 흘린 눈물 역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8 LA 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뼈아픈 한 발은 언젠가 다시 큰 무대에 섰을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할 한 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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