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의 연출을 맡은 최병길PD는 사실 코미디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앵그리맘>을 처음 접했을 때도 무거운 주제 저변에 깔려 있는 웃음 코드를 먼저 생각했다고. 이에 최적화된 캐스팅, 분위기를 업시키는 재즈까지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된 부분이었다. 무거우면서도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앵그리맘>의 비결이 여기에 있었던 셈이다.
재미1) "접시물만 떠다 줬을 뿐이야!" 곳곳에 숨어 있는 애드리브 찾기! 항상 대본대로 많이 안 가서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웃길 수 있는 상황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경이 죽고, 아란은 병원에 입원한 아주 무거운 씬이지만 환자 두 명의 앙상블이 분위기를 확 반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재미2)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을까, 삼선짬뽕을 먹을까. 단어 하나에도 영혼을 담는다! 최종적으로 선택 받은 음식은 '간짜장'! "인천상륙작전 때 차이나타운에서 간짜장 먹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은 이렇게 탄생했다.
재미3) 모든 캐릭터는 한 땀 한 땀 빚어낸 결과물 강자의 조력자 공주 역시 이름만 공주였지 원래는 나이트클럽 사장이자 강자의 친구 정도의 설정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부하 설정은 아예 없었던 부분. 그러나 조폭이라는 무거운 설정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찌 보면 작위적일 수도 있는 공주-종만-상만 세사람의 현재 모습이 탄생했다. 처음에 공주 역을 연기하는 고수희조차도 반신반의 했던 설정이지만 이제는 직접 미국에서 의상을 공수해오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재미4) 배우들의 개그 본능과 이를 끌어내는 최병길PD의 열정! 강자의 전설을 설명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덧붙여졌다. 사실 찍으면서도 이게 실제 방송에 나갈 수 있을 지 확신이 없었다고. 무엇보다도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직접 와이어를 타고 고생해야했던 배우 김희선. 현장에서 대본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에 거부반응을 보일 법도 한데 그녀에게 숨어 있는 개그 본능이 이 장면을 120% 살려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다양한 장치들에서 꼭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최병길PD의 고민이 엿보였다. 마지막 인사까지 "뭘 해야 재밌을 지"를 고민하면서도 <앵그리맘>이 하고자 하는 본연의 이야기들을 "외면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후 <앵그리맘>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앞으로 또 어떤 대사, 장면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고민 끝에 탄생하게 된 것일지, 또 마냥 가벼울 수 없는 <앵그리맘>의 큰 갈등 구조들이 어떤 방식으로 풀리게 될 것인지 집중해서 드라마를 시청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