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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n 도쿄, 르포] '양보 없고 감동 있는' 남북전…축구와 사람들

작성일: 2017.12.13 06:30 조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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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조형애 기자] "다 한국 취재진 같은데요?"

북한의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첫 공개 훈련 날. 꽤 많은 취재진을 보고 일본 기자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이랬다. 아, 둘러보니 과연 그러했다. 오히려 그는 물었다. "북한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죠?(자신은 이미 동료가 일본 훈련장에 가서 북한 취재를 왔단다)"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글쎄요, 같은 핏줄이라서?"

'남의 나라'라고 생각했던 북한에 대해 한겨레라는 말이 툭 나왔다. 영어가 짧아 나온 말. 어쩌면 인지하고 있지 않은 사이 가지고 있던 생각인지 모른다.

일본 출장 6일째에 이어 7일째에도 북한을 만났다. 12일, 남자부 남북 대결이 펼쳐진 날이다.

"리버블릭 오브 코리아 &디피알 코리아"

코리와와 코리아. 경기장에 나란히 걸린 국기와 얼핏 피슷하게 생긴 선수들과 'KOREA' 똑같은 글씨가 참 묘했다. 뭔가 대단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입장 전 터널은 비장하기 보단 따뜻했단다. 서로 이야길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는 게 영상 취재팀의 귀띔이다.

경기엔 형 동생, 위 아래가 없지만 감동은 있다. 의사 소통이 다 되는 사이. 목소리를 더 높여 각자의 승리에 열중하다가도 넘어진 상대에게 어깨 툭, 머리 톡 미안함을 그렇게 표현했다.

경기가 1-0 한국 승리로 끝난 뒤 남북한 선수들, 아니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북한 주장 리명국이다. 경기 직후 이뤄지는 플래시 인터뷰는 감독, 선수 중 1명을 택해 이뤄진다. 이번엔 용감하게(?) 리명국을 요청했다.

북한의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이자 간판 선수 겸 주장. 경기 도중 가장 승부욕을 보이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선 좀처럼 말을 들어보기 어려운 이가 리명국이다. 자책골로 승리를 내준 리명국은 다가서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상해 있었다. 겨우 설득에 성공.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짧은 정적 끝에 자책 섞인 말로 경기를 돌아봤다.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계속 실점하니까 선수들에게 힘이 못돼줍니다. 잘 못해서 말하기 힘드네요. 뒤에서 잘 해줬으면 좋겠는데, 능력이 떨어집니다. 제가."

북한 선수들은 참 말 한마디 듣기가 어렵다. 1차전 일본과 경기 취재 당시에도 선수들은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2차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말 없이 믹스트존을 스쳐 갈 뿐이었다.

그때 정일관이 나왔다. 이번 대회 북한 대표팀 유일한 유럽파. 가장 잘 알려진 선수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1차전 뒤 그는 "부상입니다"라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완곡한 인터뷰 거절이다. 그는 매몰찬 사람이 아니었다. 3일 만에 다시 만난 정일관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믹스트존을 거의 빠져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줍고, 순수해 보였다.

"중국 팀도 오늘(12일) 경기 하는 만큼 서로가 체력이 다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정신력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승점) 3점이라도 벌어야죠."

시간이 도와주지 않아 더 이상 만남은 불발됐다. 끝까지 믹스트존에서 일본 기자를 만나고 있던 리영직 이야기를 들어 볼 생각이었으나 북한 관계자가 대뜸 리영직을 불렀다. "영직, 다들 기다린다우." 리영직은 결국 "미안해요, 미안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곧장 버스로 달려갔다.

한국 선수들에게서는 보다 친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리)명국이 형'이라면서 가장 선수단을 반가워했다는 장현수다.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 가서 잘 하라고 말해주더라"면서 리명국의 응원울 전하기도 했다.

"옛날처럼 이야기 안하고 그런 선수들 아니다. 유연해졌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남북전. 그리고 축구와 사람들. 두 코리아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날 90분 축구가 수놓인 밤은 모두에게 같았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양보는 없었지만 감동, 묘한 울림은 있었다.

[영상] ⓒ스포티비,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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