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극하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작성일: 2019.01.26 09: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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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원래 문충일 작가의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지원작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어바웃필름이 이를 발전시켰고 배세영 작가 등이 각색한 것을 제가 받아봤다. 아이템이 좋아서 놓칠까봐 후딱 잡았다. '재밌겠다, 내가 하면 더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 개봉하고 나서 준비하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2개 있었는데 잘 안 됐다. 오리지널을 욕심내면 안되겠구나 했다.
-'스물'에 이어 '바람 바람 바람'을 했다. 계속 코미디를 했는데도 '웃기고 싶었다'고 했는데.
'바람 바람 바람' 때 감정적 정서적으로 고생을 했다. 비평에 대한 강박도 있었고. 좋아해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폭넓게 사랑받지도 못했다. 일단 부모님께서도 '힘내세요 병헌씨'부터 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안 하고 계신다. 영화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하신다.(웃음) 이전 작품들은 내면에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걸 굳이 코미디로 만드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에는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재 자체가 편안하고 통쾌하고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명절에 온가족이 보고 즐거웠으면 좋겠는데, 했다. 제 혼자 생각에 설에 보면 기분좋은 시작이 되겠다 했는데 타이밍이 맞았다.
-'극한직업'은 어떤 부분이 끌렸나.
설정 자체, 아이템 자체가 재밌었다. 위장창업을 했는데 대박이 난다는 자체가 피식 웃음이 났고 배세영 작가 각색 버전도 재밌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너댓 번 웃은 건 처음이었다. 전체적인 구조나 분량에 있어서는 요정도만 잡고 가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재미있었다. '이 재미에 내가 조금만 보태면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연출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후반작업까지 변하지 않았던 게 '웃기자' '몰아붙이자'였다. 이래도 되나 싶을 때까지 가보자 했다. 편집 때 걷어내면 된다 했다. 모든 캐릭터가 한 번 등장했으면 웃기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캐릭터가 생명력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캐릭터라도 등장하면 일단 고민을 했다. '웃기자'는 생각만 하는 기분좋은 강박이 있었다. 웃기기 위해서 불필요한 신을 추가하지 않는 선 안에서 꼭 필요한 신 안에서 고민을 계속 했다. 그 고민이 즐겁더라. 저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모두의 아이디어가 결집된 결과물이다. 저 역시 열어두고 임했다.

제목도 좋았다. EBS '극한직업'도 잘 본다. 극하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 경찰공무원이 갑자기 소상공인이 된다. 그들의 외침이 어느 정도는 표현이 됐다고 생각한다. 경찰공무원 어려운 거야 역사적으로 그랬던 거고, 소상공인이 어렵다. 저도 장사를 해봐서 아는데, 작은 우동집을 하다가 망했다.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 안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 경험치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공감을 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굉장히 대중적이고 포괄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이들을 응원하는 감정이 생기더라.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은 조금 더 비현실적이더라도 통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소상공인은 다 목숨을 건다'는 대사에 울컥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행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도 장사를 해봤다는 경험치가 있다. 장사를 하는 그 시스템 안에도 부조리한 것이 많다. 또 그 와중에 돈 버는 애들은 있다. '소상공인은 다 목숨을 건다' 그 외침, 고반장(류승룡)의 외침이 시나리오를 쓰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너네도 알잖아, 우리도 알잖아, 다 아는데 왜 그럴까. 속시원하게 고반장이 이긴다는 거야 누구나 아는 사실인거고, 그 외침은 정말 제 안에서 진심으로 나온 말이다. 물론 그냥 웃으시기만 하셔도 좋다.
-다섯 배우들의 합이 좋다. 캐스팅만으로 그럴듯하다.
다들 1순위 배우였다. 류승룡 선배님은 제작사 대표님께서 이 아이템을 개발할 때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격하게 공감했다. '딱이다. 내가 할 일도 없을 거다' 했다. 그러고 나서 류승룡의 오케이를 받아낸 뒤에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를 신선한 조합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하던 분들이 하면 식상할 수 있겠다 했다. 진선규 선배가 하면 무조건 신선하지 않을까 했고, 이하늬씨도 마찬가지였다. 막내 재훈은 공명이 프레시하게 해줬다.
영호(이동휘) 캐릭터가 가장 문제였다.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캐릭터는 보여지는 게 약했다. 뭔가 미친 것 같은데 정신줄 잡아야 하는 캐릭터인데 그렇게 잘 나올지 몰랐다. 이동휘가 잘 해줘서 그런 것 같다. 영호 캐릭터가 가장 문제였다. 이동휘가 그걸 굉장히 잘 해줘서 다섯의 밸런스는 이동휘 덕에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도 알 거다. 똑똑한 사람이다.
-언급한대로 그간 소비되지 않았던 이미지로 나온 이하늬가 신선했다.
장형사를 시나리오로만 봤을 때는 그렇게 새롭지 않았다. 이하늬가 오니까 굉장히 새로웠다. 명절 때 친척들 모이면 말 재밌게 하는 걸걸한 이모나 사촌누나를 생각했는데 이하늬가 오니까 유니크하게 캐릭터가 바뀌더라. 분명히 예쁜데 예쁘다고 해선 안되는 캐릭터가 됐고 그 안에서 완급조절을 굉장히 잘했다. 볼살 장면도 떨리지 않은 버전이 있었는데 지금 버전 스태프 반응이 너무 좋았다. '하늬씨, 안되겠어요' 하고 썼다. 본인은 좋아했다. 리딩 때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기에 '당신이 하면 새롭게 나올 것이다' 이야기만 했다.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혼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플레이다. 다섯 배우 모두를 칭찬해야 할 일인데 그 안에서 캐릭터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진선규는 어땠나. '범죄도시'로 막 떴을 때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캐스팅했다.
마형사 경우, 안웃길 순 없다. 신선함에서 오는 재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첫 테이크부터 '됐다'고 생각했다. 안심하고 그냥 가려고 하는데 진선규 선배가 '컷' 하고 보면 저를 계속 보고 있다. '좋은데요' 정도로 안심이 안되셨나보다. 그러다보니까 나중엔 제가 흔들렸는데, 처음 제가 생각한 게 맞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처음부터 잘 하셨다. 못생겼다? 괜히 그러신다. 비와이 머리를 하셨는데 스태프가 귀엽다고 다 난리가 났다.
-류승룡은 진짜 감독이 할 일이 없었나.
디렉션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제가 생각한 그대로 딱, 너무 완벽하게 잘 하셨다. '나도 감독인데 뭐라도 하나 해야' 하는데 할 게 없더라. 내가 괜히 껴서 저렇게 만들어놓은 걸 해칠 수 있겠다 해서 가만히 있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하는 대사도 디렉션을 하나도 안 한 거다. 그런데 너무 재미가 있었다. 처음 하셨을 때부터 귀에 쏙 들어왔다.
-역사적 폭염 속에 고생하며 촬영했다.
폭염에 추격신을 찍었는데, 감독으로서 아쉽고 안타까운 시퀀스다. 정해진 기한 안에 찍어야 했다. 그런데 기상관측 이래 최고 폭염이었다. 스케줄이 안 나와서 미루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찍었다. 컷 계산을 정확히 해야 했고 테이크도 많이 갈 수 없었다. 배우 스태프에게 감사한데 조금 아쉽다. '조금 잘 찍을 수 있었는데' 하는 감독으로서 욕심이 남는다. 관객은 웃으시는데 나는 마음이 아리고 그랬다. 되려 마지막 액션신은 오히려 복받았다 싶을 정도로 잘 찍었다. 스케줄적으로도 무리가 없었다. 날씨가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촬영지가 광양이었는데 터가 좋아 잠도 잘 오더라.
-음악도 재미있다. 마지막 액션신의 '영웅본색2' 패러디도 그렇고, '미안 미안해'도 그렇고.
음악도 비싸다. 그런데 마지막 이미지와 그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것도 끝까지 고민했다. 밝힐 순 없지만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이걸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끝까지 했다. '액션 하고 끝까지 왔는데 갑자기 '영웅본색'이 이상하지 않아? 안살래' 했는데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촬영감독님이 이걸 생각하고 찍었나 싶을 정도였다. 편집기사도 말도 안하고 곡을 붙여놨는데, 일단 그걸 보고 나니까 딴 걸 붙일 수가 없었다.
'미안 미안해'도 제 선곡이 아니다. '바람 바람 바람' 때 '레베카'를 사게 했던 연출부가 있다. 원래는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였는데 '미안미안해'가 더 재밌지 않냐 하더라. 붙여놓으니까 재밌네 해서 시나리오 회의 때 바꿨다. 대중적이기도 하고 엄마 아빠 생각도 났다. 명절엔 트토트 아닌가.
-촬영 내내 푸드트럭을 대기시키고 튀긴 치킨이 463마리라고 하더라. '극한직업'을 보면 치킨을 먹으러 가고 싶다.
제가 그렇게 많이 죽인지 몰랐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썼나. 저는 한 번도 안 먹었다. 물론 치킨은 매주 먹는다. 계절음식 취급하면 안된다. 직접 튀겨 먹는다. 그런데 현장 소품으로 쓰는 닭은 안 먹었다. 예전 미신인데, 소품은 감독이 먹으면 안된다고, 그럼 망한다고 해서 순진하게 따랐다. 그러고는 집에 가서 잘 튀겨먹었다. 저도 편집하면서 끝나면 치킨을 먹으러 가고 그랬다.
-수원왕갈비치킨은 어디서 떠올렸나.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 때는 갈비치킨이 없었는데 나왔더라.

-'극한직업'은 메시지도, 감동 한 스푼도 욕심내지 않고 웃긴다.
이번 작품 뿐만이 아니라 제가 추구하는 형식이다. 아주 없다고는 생각 안한다. 적당히 했다. 제가 일단 오그라들어서 못 봐주겠는 것도 있고. 신파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눈물이 필요하다면 할 거다. 하지만 '극한직업'이나 '바람 바람 바람', '스물' 모두 그런 게 꼭 있어야 한다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공감 안에서 누군가 약간 울컥할 수 있을 정도? 그 정도면 이 이야기의 감정이 잘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 감동이나 눈물이 처음부터 목적은 아니었다. 눈물이 필요하다면 할 거다.
-차기작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준비하고 있다. 체질은 코미디 아닌가?
JTBC 하반기 편성이다. 여자판 '스물' 이란 이야기도 나왔는데 주인공이 3명이라는 것 말고는 '스물'과 전혀 상관이 없다. 제 체질은 코미디다. 멜로 할 때마다 힘들다.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정말 괜찮은 거니 매일 질문했다. 오글거리는 멜로신을 찍는 게 보는 건 좋은데 찍는 건 힘들더라. 이번에 드라마에서는 해야 한다. 스태프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극한직업'을 개봉하며 한말씀.
내놓을 때마다 똑같다. 대중 영화니까 많이 웃었으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이번에 좋은 소리 들었으면 좋겠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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