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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 유산슬 아닌 유재석의 고백[현장종합②]

작성일: 2019.12.19 17:45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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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석(유산슬)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유재석으로 만나는 두 개의 자아. MBC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는 국민MC 유재석을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변모시켰다. "날 좁 괴롭혀줘"라던 유재석을 위해 '무한도전'부터 호흡을 맞춰 온 김태호 PD가 준비한 문을 열면 벌어지는, 허를 찌르는 릴레이 역할놀이가 대박이 났다. '뽕포유'란 판에 발을 들인 유재석은 어느덧 반짝이 무대의상을 입고 흥을 발산하는 유산슬이 되어버렸다. 두가지 정체성을 오가는 유재석은 종종 당혹스러워 보이지만, 새로운 기쁨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유산슬(유재석)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물론 유재석도 유산슬도 모르게 준비됐다. 홀을 가득 메운 기자들을 보고 잠시 놀란 유재석은 물론 유산슬로서 답변을 이어갔지만, 30년을 방송인으로 살아온 그의 본래 자아는 불쑥불쑥 튀어나와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놓곤 했다. 흥과 재미와 진정성이 넘쳤던 기자회견. 그 속에서 유산슬이 탈을 쓴 유재석의 고백만을 모아 일문일답으로 구성해 봤다. 

▲ 유재석(유산슬) 제공|MBC
▶유산슬로 활동하며 느끼는 새로운 감동과 즐거움이 있나.

"분명히 많이 있다. '무도가요제'나 공연을 한 적도 있지만 정말 제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위기, 처음 경험한 분위기와 생동감과 에너지가 있다. 얼마 전 구례에 갔을 때 그곳의 수많은 분들과 같이 노래를 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했다. 함께 춤춰주시고 목마르다고 물먹고 하라는 생생한 박수와 응원이 저에게 전에 없는 느낌으로 큰 에너지가 됐다.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제가 가수 유산슬이니까 이렇게 해볼 수 있지 않나. 제작진에게 왜 이렇게 당황스럽게 하지 했지만 지나고 보면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유산슬이란 캐릭터는 유재석에게 어떻게 남을까.

"캐릭터란 내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보시는 분이 재밌다고 해주셔야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한 사람의 예능인 개그맨인 유재석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사한 유산슬이란 캐릭터를 얻은 것 같다. 제가 그 캐릭터에 맞게 노력해야 하는 캐릭터이기에 걸맞게 활동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저에게는 평생 기억할만한 캐릭터다."

▶'놀면 뭐하니'는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다이나믹하게 활동하는 동력이 있다면.

"때로는 사람이기에 지칠 때도 있지만, 늘상 과거에 일이 없을 때를 생각한다. 그 생각만 하면 힘든 일도 기분좋아지고 즐거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때 늘상 생각했던 게 '저에게 기회를 한번만 달라'는 거였다. '그때도 불평불만이 있다면 벌을 내려도 좋다'고. '무한도전'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런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다양한 예능이 많이 있지만 한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다. 개그맨이고 예능을 하는 입장에서는 늘상 다양한 장르가 있었으면 좋겠고 다양한 신인이 배출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존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스튜디오보다는 밖에 나가 있는 게 저에게 맞기도 하다."

▶너무 힘들어 놀고 싶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하지 않았나. 예전엔 힘들어도 열정으로 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내년이면 제가 마흔아홉이다. 나이 5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도 좋고 즐겁지만 때로는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둘째가 돌이 지났고, 큰아이는 초등학생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가까운 데라도 여행을 못 갔다. 이런 부분이 가족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늘상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도 (아내) 나경원씨와 그런 이야기를 살짝 했다. 정말 미안하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는 올 2월까지는 휴가를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왔다. 가족에 대한 생각만 하면 내가 바쁘게 빠르게 달려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유산슬에 대한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드러내놓고 유산슬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어디선가 노래가 나오고 뮤비를 보는 것도 같다. 그런데 저도 일부러 집에 가서 음악을 크게 틀거나 하지 않는다. (아들) 지호도 가끔 흥얼거리는 걸로 봐서는 부르지 않나 생각이 잠시 든다. (딸) 나은이도 이 음악을 좋아한다. 돌이 얼마 안 지나 몸을 흔드는 정도지만 몸을 들썩이며 좋아한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째다. 지난해만 해도 유재석의 위기를 지적하는 기사가 많았다.

"계획하며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갑작스럽기도 하다. (무한도전 폐지가) 스스로나 멤버들은 당시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프로그램이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상황에 결정이 내려진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당시 '무한도전' 이후 계획이 없는 상태였다. 괜찮은 척 하는 게 아니라, 저에게는 매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매주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지금도 기사회생이란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드린다. 제가 연예계에 몸담은지 내년에 30년이 된다니 깜짝 놀랐다. 무명기간 9년을 빼면 21년이지만 그것도 감사하고 긴 시간이다."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소감이 어떤가.

"2019년을 이야기한다면 지금 알아주지 않지만 진심이 통할 날이 있을 거다 하는 생각이 전달이 된 것 같은 해다. '유퀴즈'도 저 스스로 이게 될까, 하지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시즌1보다 시즌2가 사랑받은 것 같아 감사드린다. '너 혼자 거창한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듣지만, 거창한 걸 하겠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다른 걸 해야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도전하면 실패할 수 있다. '그래도 실패했잖아' 이런 결론이 나면 편안히 도전하기가 쉽지는 않다. 현업에 계신 제작진도 그런 고민을 하시는 것 같다. 새로운 걸 원하는 시청자가 계시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막상 기획안으로 내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현저히 작다. 아무래도 안정적이고 당장 효과가 나는 기획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프로그램이 결과론적으로는 시청률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현실적인 걸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저의 생각에 함께해준 제작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트렌드를 만들 능력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은 없다."

▲ 유재석(유산슬) 제공|MBC
▶내년 계획은?

"2020년 계획은 없다. 더불어 주변, 가족들을 돌아보면서 함께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을 가지려 한다. 어떤 도전을 하게될 지, 도전하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뭔가 잘못됐다면 지적해 주시고 위기 떄는 위기라고 해주시고 잘못된 방향이면 잘못된 방향이라고 이야기해주시길 바란다.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주셔야 발전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유재석에게 김태호란?

"김태호PD 이야기를 하자면 저와 마음이 잘 맞는 PD 가운데 한 분이시다. 늘상 저에게도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 하는데 저보다 더한 사람이 김태호PD같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김태호PD가 '그게 될까' 한 게 됐을 때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늘상 새로운 시도, 변화를 한다. 동생이지만 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따를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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