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진단①] "배에 기름 꼈다" 韓 야구 향한 원로의 이유 있는 독설

작성일: 2021.08.08 05:20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4위에 그친 뒤 아쉬워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배에 기름이 껴서 그런지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 느낌이다."

한국 야구 원로 가운데 한 명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이유 있는 독설을 날렸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이 6개 나라만 참가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문 것도 아쉬움이 컸지만, 대회 전부터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야구계 전체에 일침을 가했다. 

김 전 회장은 7일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 6-10으로 역전패한 뒤 '박선영의 에이트'에 출연해 "방역 수칙을 못 지키는 프로 선수, 대표 선수가 어디 있나. 요즘 초등학생도 지키는 방역수칙을, 그런 책임감 없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장에서는) 플레이가 느슨해졌다. 돈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배에 기름이 껴서 그런지, 진짜 야구 팬들은 좋은 플레이를 보러 오는 건데 예전처럼 열심히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평했다. 

야구 원로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었다. 지난달 초 원정숙소 술자리 스캔들이 시작이었다. 똑같은 외부인 2명과 NC 다이노스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한화 이글스 윤대경, 주현상, A선수,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 안우진 등이 방역 수칙을 어긴 술자리를 가졌고, 이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상 최초로 KBO리그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민우와 한현희는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대표팀 전력에도 큰 손해를 끼친 사태였다. 

박민우와 한현희는 스스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걷어찼다. 올림픽에서는 대회에 참가하기만 해도 포상으로 10포인트가 주어진다. 1포인트당 FA 등록일수 1일로 환산한다. 3위는 20포인트가 더해지고, 준우승은 10포인트, 우승은 20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 금메달을 얻으면 총합 60포인트를 챙길 수 있는 제도다. 박민우는 포인트를 챙기면 1년을 앞당겨 올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올 수 있었고, 한현희 역시 올 시즌 뒤 FA 시장에 나와 몸값을 더 끌어올리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박민우는 KBO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한현희는 KBO로부터 36경기, 구단으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으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몸값을 더 올릴 기회를 놓쳤다. 

올림픽 동메달까지 주어지는 병역 혜택 역시 무산됐다. 한국 야구는 올림픽에서 2000년 시드니 동메달, 20008년 베이징 금메달을 획득해 과거 20명이 병역 혜택을 누렸다. 올해는 투수 조상우, 박세웅, 원태인, 이의리, 김진욱, 내야수 강백호, 김혜성 등 7명이 대상자였는데 메달 획득 실패로 아쉬움을 삼켰다. 

물론 김 전 회장의 발언이 야구 선수 전체에 해당하는 독설은 아니다. 주장 김현수는 타율 0.400(30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두르고도 대회를 마친 뒤 눈물을 훔쳤다. 김현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도 "나를 비롯한 고참들이 국제대회에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못 된 것 같다"고 자책했다.  

마당쇠로 나선 불펜 투수 조상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치른 7경기 가운데 6경기에 등판해 146구를 던질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몇몇 일탈을 저지른 선수들 때문에 야구 대표팀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소집됐고,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도 2008년 베이징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부담감의 무게만 커진 상태에서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 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시 "배에 기름이 꼈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 김 전 회장이 봤을 때는 선수들이 리그 최고로 평가받아 태극마크를 달면 FA 등록일수 포상도 나오고 병역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인데, 오히려 척박한 환경일 때보다 못한 플레이를 보여준 데 아쉬움이 커 보였다. 이번 대회로 한정하지 않아도 야구팬들이 원하는 선수들의 투지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도쿄에서 실패를 앞으로 한국 야구가 새로 태어나는 자양분으로 삼길 기대했다. 올림픽에서 부진과 술자리 스캔들, 그리고 리그 중단 사태까지 모두 야구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김 전 회장은 "팬들이 없으면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한 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