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승 주역 로페즈의 추억, 그리고 14년 뒤 이 선수… 美日 동반 관심 받을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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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9년 KIA는 투‧타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여러 영웅들이 활약한 가운데,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에서 팀 마운드를 이끈 아퀼리노 로페즈(48)는 여전히 KIA 팬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선수다.
로페즈는 2009년 29경기에서 190⅓이닝을 소화하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의 호성적을 거뒀다. 당시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상황과 휴식일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팀에 공헌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MVP는 7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친 나지완에게 돌아갔지만, 경기장의 많은 팬들이 ‘로페즈’의 이름을 연호할 정도로 큰 공헌도를 쌓았다.
당시 KIA 투수코치였던 이강철 kt 감독은 로페즈에 대해 자기 고집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성실한 프로였다고 떠올린다. 이 감독은 “술을 마셔도 위스키 딱 한 잔만 마시고 그 다음부터는 안 마시더라”고 웃었다. 한편으로는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싱커를 너무 잘 던졌던 투수로 기억한다. 실제 로페즈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 싱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KBO리그에는 변형 패스트볼의 개념이 별로 없을 때였다. 흔히 직구로 불렸던, 포심패스트볼이 주류였다. 싱커는 옆구리형 투수들의 전유물로 여겼다. 오버핸드가 싱커를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당시 로페즈의 팀 동료이자 토종 에이스였던 윤석민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로페즈의 싱커가 너무 좋아서 많이 배우려고 했었다”고 떠올렸다. 마치 신문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윤 위원은 “미국은 힘대힘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투심 계열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반면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 일본은 미국 선수들처럼 힘은 없다보니 공의 회전을 극대화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고교 시절에도 ‘직구부터 잘 던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변형 패스트볼은 프로에 와서 배웠던 시절”이라고 떠올렸다.
로페즈는 2011년까지 KIA에서 뛰다 2012년 SK에서 5경기를 뛰고 통산 32승과 함께 KBO리그 생활을 마무리했지만, 그 싱커의 충격은 여전히 많은 관계자들이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싱커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구종을 잘 던지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로페즈의 싱커는 KBO리그가 변형 패스트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제는 KBO리그에서도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는 국내 선수들이 많다. 투심패스트볼이나 컷패스트볼을 던지고, 심지어 두 구종 모두를 던지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완성도의 차이지만, 이제 더 이상 포심패스트볼이 대다수였던 시대는 아니다. 그리고 올해 이 변형 패스트볼의 ‘끝판왕’이 KBO리그에 나타났다. 로페즈가 KBO리그에 싱커를 선보였던 그 시절과 비슷한 충격이다. 바로 에릭 페디(30)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워싱턴)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선수라 기대치 자체는 워낙 컸다. 뚜껑을 열면 그것에 못 미치는 ‘화려한 경력자’들도 있었는데 페디는 그렇지 않았. 페디는 26일 현재 시즌 22경기에 선발로 나가 132⅓이닝을 던지며 16승5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 선수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1.00에 불과하다. 노시환(한화)과 더불어 올해 리그 최우수선수(MVP) 최고 유력 후보다.
여러 장점을 가진 선수지만, 역시 최대 장점은 변형 패스트볼이라는 게 윤 위원의 진단이다. 페디는 포심패스트볼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다. 대신 투심과 커터를 모두 던진다. 여기에 스위퍼 등 다른 변화구를 섞는다. 타자의 눈에서는 말 그대로 똑바로 오는 공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윤 위원은 “스위퍼 등 변화구도 있지만 타자들로서는 투심과 커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홈플레이트에서 공이 조금씩 움직이니 타자들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150㎞짜리 공을 쳐야 하는데 그게 투심이나 커터로 날아오면 힘들다. 투심의 구속이 느리면 그나마 타자 눈에 궤적이 조금 보일 수도 있는데 150㎞ 이상의 공은 찰나의 순간이다. 게다가 150㎞의 투심이 일정하게 휘지 않는다. 로페즈의 싱커는 예쁘게 떨어지기는 했는데 궤적이 거의 똑같았다. 반대로 페디는 때로는 많이 휘고, 때로는 상대적으로 똑바로 온다. 그 특성 때문에 변화구 대처도 덩달아 어려워진다. 투심 대처도 어려운데 슬라이더나 커브가 날아오면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페디는 투구시 폼이 약간 벌어지는데 이런 폼은 공이 다소 날릴 수밖에 없다. 벌어지는 투구폼의 경우는 운동 능력도 좋아야 버틴다”면서 “페디는 몸도 좋고 힘도 있다. 그래서 이 폼을 버티면서 투심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극대화한다. 폼이 벌어지면서 커터를 던지는 것은 손목으로 공을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데, 페디는 그런 감각까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디는 25일 리그 최강의 타선이라는 LG를 홈으로 불러들여 7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6번째 승리를 거뒀다. 자기 컨디션만 받쳐주면 상대 타선의 수준과 관계없이 매우 높은 퀄리티의 투구를 할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만약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로페즈처럼 시리즈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시즌이 종반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힘이 떨어진 기색도 없다. ‘트랙맨’ 기준 이날 페디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4.8㎞에 이르렀다. 8월 2일 사직 롯데전 최고 구속이 151.7㎞, 8월 8일 인천 SSG전은 152.8㎞, 8월 13일 수원 kt전은 153.1㎞, 8월 19일 잠실 두산전은 154.2㎞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최고 구속이 계속 오르는 것이다. 실제 페디의 거침 없는 높은쪽, 몸쪽 패스트볼 승부에 LG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페디를 지켜보는 미국과 일본 스카우트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기세다. 이미 한국에 스카우트가 있는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이 페디의 투구 내용을 지켜봤고,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와 오릭스 등 몇몇 구단들이 한국에 직접 스카우트를 보내 페디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미국 복귀 가능성, 일본 진출 가능성도 모두 열려 있는 셈이다. 마치 14년 전 로페즈가 그랬던 것처럼, 팀 동료들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까지 페디에게 ‘배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교실은 올해까지일 수도 있다는 위협이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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