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故안성기, 투병의 고통도 말없이 감내…함께했던 기뻤던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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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배창호 감독이 오래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국민 배우' 고(故) 안성기를 떠나보내는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배창호 감독은 9일 서울 명동성당 채플홀에서 열린 안성기 영화인 영결식에서 "안성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었다"라고 추모했다.
배 감독은 '고래사냥' 등 안성기와 무려 13작품을 함께 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주인공이다.
그는 "1980년 봄, 광화문의 다방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눴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스크린에서 봐왔고,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안형은 충무로에 복귀한 지 얼마 안되었고, 저는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줄 연기자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라고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안형은 '만다라', '바람불어 좋은 날'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집으로 찾아와 유명 커피 광고모델 제의를 받았는데, 수락하면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고, 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연기에 매진할 수 있지 않겠냐며 추천했다"라고 38년간 이어진 '국민 커피' 광고 뒤에 숨은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배 감독은 "이후 오랫동안 그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안형은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안형이 이후 영화에만 전념하면서 '국민 배우' 호칭을 얻었는데, 혹시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었다. 세월이 흘러 노역을 부탁하기까지 13편을 함께했다. 3년 전 오랜만에 만난 안형은 투병소식을 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예술문화재단 일을 놓지 않았고 영화 '탄생'에도 출연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정 사진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장의 모습이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이라며 "그러나 인생이란 저물 때도 있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고 한다. 영화를 사랑한 안형,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안형, 투병의 고통도 말없이 감내했던 안형, 그동안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 안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우리를 울고 웃게 해준 주옥같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안성기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던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오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고인이 받는 세 번째 문화훈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주며 한국 영화와 생애를 함께해 온 '국민배우'로 평가받아 왔다"라며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의 대중적 도약과 산업적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한국영화의 사회적·문화적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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