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안 "'학씨부인' 이번 생은 잘산다고…'멋진 신세계' 외사랑, 책임감 느꼈죠"[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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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배우 채서안(30)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해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서다. '학씨 부인'으로 불린 그녀는 동그란 눈과 하얀 피부, 쏙 패인 보조개가 인상적인 얼굴로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내와 사는 그 시대의 어떤 여인들을 대변하며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작품 하나 잘 만난 신예인 줄 알았던 그녀가 실은 수많은 단역과 조역을 거쳐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 올라온 배우인 걸 알게 된 건 그 다음의 일이다. 이젠 자꾸 화제작에서 채서안의 얼굴이 보인다. MBC '21세기 대군부인'에선 아이유 오빠 이재원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능청스럽게 변신하더니, 막 막을 내린 SBS '멋진 신세계'에선 임지연-허남준 커플을 위협하는 다 가진 여자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눈부신 성장과 변화의 길목에서 만난 채서안, 그녀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옮겨본다.
Q.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엔 연기와 무관한 전공이었다. 광고연출을 준비했다. 그런데 광고란 것이 아무래도 광고주 컨펌을 받아 가며 하는 일이고, 어떤 한계를 느꼈고, 공부할수록 뭔가 정답이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당시 PT를 도맡아 했는데, 좀 독특하게 준비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라이프스타일을 연극처럼 보여줬는데 독창적으로 봐 주시더라. 뭔가 쾌감이 있었다. 대학 다니다 말고 엄마한테 '나 연기가 하고 싶다'고 했다. 심각하게 안 생각하셨는지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시더라. 입시학원 다니며 준비해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 연극전공 19학번 신입으로 입학했다. 그게 저의 전환점이다. 지나고 보니 강단 있는 선택이었다."
Q. 출세작이 된 '폭싹 속았수다' 이전에 여러 작품에 크고 작은 역할로 출연했더라. 이 정도면 정말 오디션 열심히 보고 다 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학교생활 하고 재밌게 연기 배우고, 연극 말고도 방송 영화도 하고 싶었다. 있는 오디션을 다 보다시피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시놉시스 많이 보고 대본도 보고 감독님도 많이 만나 뵈었다.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첫 작품에 잘되는 친구도 있고 주목받는 분도 있지만, 비교하다 보면 끝도 없다고 생각했다. 늘 준비하고 오디션을 보고 그랬다. 20대를 그렇게 보냈다."
Q.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최대훈)의 아내인 '학씨부인' 영란 캐릭터를 맡았다. 어떻게 합류했는지.
"유종선 감독님의 '종이달'(2023)에서 임가든이란 역을 했다. 얄미운 캐릭터를 잘 살렸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참 재밌다 생각하던 찰나, 오디션에서 자꾸 낙방했다. '내가 매력이 없나' '경쟁에서 밀리나' 이런 생각으로 좌절했을 때 '폭싹 속았수다' 오디션이 잡혔다. 대본도 안 주시더라. 즉석 오디션이었는데, 제가 아줌마스러운 모먼트가 있다고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거다. 현장에서 집중도가 높아져서 (이미도가 연기한) 미숙이도 했는데 좋아하시더라. 큰 작품인 건 알았지만 전체를 모르고 제 캐릭터만 연기했다."
Q. '폭싹 속았수다'가 촬영이 길고 공개되기까지도 오래 걸린 작품이다. 그 전에는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면서 공장까지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낙담하던 시기였다. 사람 만나 웃으며 대화하기가 싫었다. 그러다 보면 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사실 저 연기했어요' 하기가 싫은 거다. 당시엔 떡공장도 다니고, 데이터 업그레이드 단기 알바도 하고, 콘센트 만드는 공장 아르바이트도 하고, 카드 단말기 조립도 했다. 몸 쓰는 일, 손 쓰는 일, 머리 쓰는 일을 다 했다. 무거운 책임감 없이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면 끝나는 일이 뭔가 좋았다. 어딘가 짓눌리면서 살다가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면서 이번엔 시나리오를 써보자 했다. 한예종을 준비했는데 1차에 붙었다. '아, 나는 연기가 아니라 글이구나' 하면서 2차를 준비했는데, 면접에서 교수님이 '29살인데 뭐 했어요?' 하고 물으시는데 '저 연기했다'고 말을 못하겠는 거다. 그냥 공부하고 일했다고 했다. 그러고 2차에선 떨어졌다."
Q. 그러던 중에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되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영란 캐릭터로 아이유가 그린 애순, 금명과는 또 다른 그 시절의 여인을 그렸다.
"낙담하던 시기에 '폭싹 속았수다'가 오픈이 됐다. 작년 3월인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생각하면 해돋이처럼 떠오르는 작품이다.
시대극이 좋다. 옷 입고 분장하면서 더 몰입할 수 있다. 감독님이 저를 왜 뽑았을까 하면서 연습 많이 했다. 분장 복대를 차면 영란이가 된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유 선배가 상대다 보니까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분은 해야 할 게 많은데 제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 모습들 찾아보고 노래도 많이 들었다. 임산부 연기를 하려고 경험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Q. '폭싹 속았수다'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다. '21세기 대군부인'에선 완전히 다른 캐릭터 한다영을 연기하기도 했고.
"사실 캐스팅 디렉터분들 연락이 많이 왔는데 제가 너무 오래 쉬었더라. '못 할 것 같다' 하면서 오디션을 봤는데, 저한테 너무 기대하는 게 많으시더라. '안 돼요, 저 연습 좀 하고 올게요' 했는데 '안 된다, 내일 거 보셔야 한다' 하셨던 것이 '21세기 대군부인'이었다. 한숨을 푹 쉬고 갔는데, 다행히 너무 좋아해 주셨다. 아이유 선배님과 이렇게 또 인연이 닿을 수 있구나 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 '남편이 누구세요?' '전체 리딩 전에 리딩할 수 있어요?' 라고 당돌하게 물어봤는데 (남편 태주를 연기한) 재원 선배가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더라. 딴에는 전체 리딩에서 어색한 부부가 되기 싫어서 그랬던 건데. 덕분에 재원 선배와는 시작부터 친해질 수 있었다. 시청자분들 반응이나 댓글이 너무 재밌었다. '학씨부인 이번 생엔 잘 살고 있군' 하시는데 공감했다. 사랑꾼 부부 케미, 둘만의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재원 선배가 정말 아이디어가 많으시다. 잘 이끌어주시고 다영이를 살려주신 것 같다."
Q. 그렇게 코미디를 보여줬는데, 이번 '멋진 신세계'에서 연기한 모태희는 코미디 기운을 쫙 뺐다. 욕심도 났을 것 같다.
"진짜 그랬다. 내가 코미디가 되나? 욕심이 나더라. '멋진 신세계'를 보면 차세계, 신서리가 너무 재밌다. 두 분이 개그 코드가 잘 맞고 감독님이랑도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 제가 보는 신마다 웃기다. 현장에서 웃음을 많이 참아가면서 코미디 하고 싶다 이 생각을 했다."
Q. 빌런 최문도가 있지만, 모태희 또한 실제 서리-세계 커플의 러브라인을 대놓고 위협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모든 걸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여자이면서 차세계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놉시스에 모태희는 '은방울꽃인 것 같지만 찔레꽃'이라고 돼 있다. '봄날의 햇살'이라고 하시더라. 준비하면서 제 또래 재벌가 젊은 친구들은 어떤가 많이 서치했다. 요즘 재벌 딸들은 어떤가, 정말 봄날의 햇살인가.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이런 밝음을 원하셨구나 했다.
그런데 태희는 엄마와 관계가 좋지 않다. 결혼관도 비관적이고 사랑에 대해서도 미숙하다. 잘 교육받고 잘 컸고 혼자 힘으로 회사도 차렸는데 사랑에 대해서는 교육을 못 받은 것 같다. 사랑은 누가 교육해 주는 게 아니니까. 보고 흡수하는 거니까. 사랑이 부족한 친구구나 하고 결점을 느꼈다. 재벌이라는 걸 가져가는 것도 중요한 숙제였고, 외향과 다르게 내면의 아픔을 후반부에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걸 연구하려고 했다."
Q. 다 가진 태희가 왜 자신을 밀어내는 차세계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태희가 외사랑이다. 세계를 짝사랑하는데 시청자들은 '왜 저렇게 세계한테 집착하지' 하신다. 시놉에는 '엄마처럼 살지 않는, 멋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써놨는데 왜 이렇게 집착하고 못되게 구나 하시는데, 태희 서사가 부족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시청자들이 바라볼 때 물론 조금씩 납득시켜주는 신이 있으면 좋겠지만 세계와 서리의 사랑 이야기가 더 보여야 하지 않나.
방해꾼이라는 거야, 도와준다는 거야, 사랑하는 거야, 그냥 승부욕이야 하는데, 그냥 모호하게 가져가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가면 드러난다. 태희는 처음에는 둘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었지만, 후반부에는 둘을 이어주는 키가 되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보면서 성숙해진다."
Q. 채서안이 모태희를 볼 때는 어땠나.
"초반에는 이해가 잘 안 돼서 감독님, 작가님한테 어렵다고 했다.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고, 7살 때 좋아한 남자에 30살에 집착할 것 같지 않은데 어렵다고 했다. 감독님도 태희가 세계를 좋아하는 걸로 안 보인다고, 집착하는 요인을 잘 못 찾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라. 저로선 답답하기도 했다.
이해가 안 될 때는 역지사지를 했다. 거꾸로, 재벌이 무명 배우인 채서안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봤다. 보잘것없다 생각하는 서리가 나보다 좋다고? 모태희는 그러면서 타오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희의 성격적 욕심, 승부욕이 있다고 생각했다."
Q. 매력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그려가고자 했는지.
"감독님이 제게 모태희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왜인지 궁금했다. 중후함, 우아함이 있는 얼굴로 매서운 연기를 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봄날의 햇살에 먹구름을 한번 껴 보겠다' 하고 잘해보겠다며 합류했다. '진짜 악녀는 모태희'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모태희가 악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다. 다만 이기적일 순 있다. 파렴치한 방법을 쓰는 악녀로 보였으면, 하지만 여유롭고 순진한 얼굴로 못되게 굴었으면 했다. 5부부터 나왔지만, 해야 할 몫이 있으니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했다.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Q. '멋진 신세계'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두 자릿수 시청률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예상은 했나.
"임지연 선배님이 워낙 잘 어울리셨다. 극도 재밌고, 사실 현대 과거 오가는 이야기 잘 안 된 게 없지 않나.(웃음) 극도 재밌고 대사들에 복선도 많다. 감독님이 연출적으로도 세심하게 만드는 것들을 시청자도 발견하시더라. 회가 지날수록 더 잘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Q. 허남준과 호흡은 어땠나. 사실 극 중에서 서안 씨에게는 늘 매섭고 쌀쌀맞게 굴었다.
"허남준 선배님은 본캐부터 대형견 매력이 있으시다. 순박한 청년 같기도 하다. 상대방을 엄청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지금 잘되신 것이, 저는 너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감각적으로 연기를 만들어주셨다. 모태희에게 그렇게 매섭게 대하셨지만, 저는 상처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컷 하면 바로 순진무구한 본캐로 돌아가신다."
Q. 본명은 변서안이다. '폭싹 속았수다'부터 바뀐 이름인지.
"'폭싹 속았수다' 크레디트까지는 변서안이라고 올라갔다. 후에 가족끼리 활동명을 같이 지으면서 이름 중에 '서' 자를 살렸다. '안'은 제가 넣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성은 예쁜 성을 찾았다. 그렇게 지어서 작명소에서 추후에 감정을 받았다. 이름 때문에 잘 풀렸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각인되는 이름인가보다.(웃음)"
Q. 스스로 생각하는 채서안은 어떤 사람인지. 다가온 30대는 어떻게 채워가고 싶은지.
"채서안은 자아를 찾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번 생에서 뭘 하고 뭘 할 수 있는지. 그것이 연기라는 게 너무 행복하다. 그걸 어떻게 작품에 녹여낼까 하면서 산다. 뭐 안 한다. 저를 자꾸 채워가면서 살고 있다. 집에 틀어박혀 사부작사부작하면서. 30대 때는 임지연 선배님처럼 연기와 더 친해지면서 극을 이끌어가고 싶다. 이전에도 좋아했는데, 정말 많은 점을 배우고 싶은 선배님이다. 저도 그런 역량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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