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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황금세대' 차준환-유영, '빙판의 꽃길' 걸을까

작성일: 2016.10.17 05:30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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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준환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6)가 빙판을 떠난 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암흑기에 빠졌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실제로 김연아 이후 각종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쓰는 세계적인 선수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열악환 환경과 얇은 선수층 에서 보석 같은 선수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부상 이겨 내는 강한 정신력 보여 준 차준환

차준환(15, 휘문중)은 이런 보석 가운데 가장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차준환은 1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년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회장배랭킹대회(이하 랭킹전)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89.62점 예술점수(PCS) 77점을 더한 166.62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5.82점과 합친 총점 242.44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김진서(20, 한국체대)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차준환은 지난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귀국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랭킹전을 앞둔 차준환은 부상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오른쪽 발목과 골반에 부상이 있었던 그는 휴식 없이 랭킹전에 나섰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하며 75.82점으로 2위에 그쳤다. 오른쪽 다리와 발목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 차준환 ⓒ 한희재 기자

이런 문제점을 차준환은 이겨 냈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비롯한 8가지 점프 요소를 모두 깨끗하게 뛰었다. 두 번 뛴 트리플 악셀은 완벽했고 콤비네이션 점프도 흔들림이 없었다. 쿼드러플 살코에서는 가산점(GOE) 1점을 챙겼다.

차준환은 프로그램 몇 군데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위기가 있었다. 프로그램 클린을 방해하는 곳곳에 깔린 덫을 그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피했다. 부상을 이기고 프로그램을 깨끗하게 해낸 차준환은 뛰어난 재능과 실력은 물론 강한 정신력까지 갖췄다. 경기를 마치고 난 뒤 그는 절룩거리며 힘겹게 퇴장했다.

경기를 마친 그는 "부상이 있었지만 경기에 나설 때는 아픈 것을 잊어버리고 준비해 온 걸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남자 싱글은 오랫동안 김진서(20, 한국체대)와 이준형(20, 단국대)이 이끌어 왔다. 올 시즌 급성장한 차준환은 216.88점으로 2위에 오른 김진서를 무려 25.56점 차로 따돌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차준환은 "형들을 이기고 올라갔다는 느낌은 없다. 그것보다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기에 만족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와 7차 대회에서 우승한 차준환은 '왕중왕전'인 파이널에 출전한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은 12월 8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막을 올린다. 차준환은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 부상 관리도 잘하고 치료도 받으면서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번 랭킹전에서 나타난 부족한 점도 보완하겠다. 점프 기술과 표현력을 더 깨끗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영 ⓒ 스포티비뉴스

새로운 무기 타노 점프 보여 준 유영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챔피언은 이제 겨우 12살이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에 매우 어린 나이다. 언니들이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할 때 유영(12, 문원초)은 국내에서 이번 랭킹전을 준비했다.

올 시즌을 앞둔 유영은 타노 점프 연습에 집중했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는 점프인 이 기술은 미국의 전설적인 스케이터 브라이언 보이타노(53, 미국)가 처음 펼쳐 보였다. 타노 점프에 성공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번 랭킹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유영은 더블 악셀을 제외한 나머지 점프를 모두 타노 점프로 뛰는 실력을 보였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 그는 첫 점프는 물론 후속 점프에서도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점프의 회전은 한층 생동감이 넘쳤다.

유영은 여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7.51점 예술점수(PCS) 51.94점 감점(Deduction) 1점을 합친 118.4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2.97점과 합친 총점 181.42점을 기록한 그는 180.66점으로 2위를 차지한 김나현(16, 과천고)을 0.76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경기 도중 머리 장식이 빙판에 떨어져 감점을 받았다. 유영은 "점수가 감점돼 1위를 할 줄 몰랐는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머리 장식이) 떨어졌을 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이것도 경험이 된 것 같고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덧붙였다.

▲ 김연아(가운데)와 유영(오른쪽), 임은수 ⓒ 한희재 기자

살벌한 빙판 위에 꽃길은 어디 있을까.

세계 상위권 선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노력을 갖춰도 빙판에서는 생각처럼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 한국은 물론 피겨스케이팅 강국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유망주들이 많다.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특별한 재능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차준환은 지난해 훈련 장소를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으로 옮기며 급성장했다. 이곳은 선수들을 위한 전용 링크다. 대관 시간에 맞춰 다른 아이스링크로 이동해야 할 부담이 없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경험도 있기에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차준환은 그저 재능 있는 꿈나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찾아온 기회를 잡은 그는 어느덧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우승 후보가 됐다.

그가 계속 꽃길을 걸으려면 부상 관리는 물론 인내심도 필요하다. 아직 15살인 차준환이 걸어가야 할 길은 멀다. 남자 싱글의 벽은 매우 높다. 이번 랭킹전에는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55, 캐나다) 대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의 점프 전문 지도자인 지슬란 브라이어드 코치가 차준환을 이끌었다.

▲ 차준환(왼쪽)과 지슬란 브라이어드 코치 ⓒ 한희재 기자

지슬란 코치는 "차준환은 지금 쿼드러플 살코를 뛰고 있지만 쿼드러플 토루프는 물론 쿼드러플 루프도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루프를 연습때 뛴 적이 있다. 계속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슬란 코치는 "내년에 차준환은 4회전 점프 3개를 뛰는 선수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유영의 앞날도 중요하다. 그는 싱가포르에 이민을 갔지만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꿈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1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어린 나이 때문에 유영은 올 시즌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는 지난 3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컵 오브 티롤과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안 트로피 노비스(13살 이하)부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국가 대표 규정이 바뀌면서 태극 마크를 반납했다. 올해 12살이 된 그는 국가 대표 자격을 갖췄다. 랭킹전에서 우승한 유영은 내년 1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태극 마크를 달 수 있다.

유영의 1차 목표는 태극 마크를 되찾는 것이다. 다음 시즌 주니어 무대에 도전한다. 올 시즌 임은수(13, 한강중)와 김예림(13, 도장중)이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도전했지만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의 벽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의 성장 속도를 잘 유지하는 것과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점도 유영에게 중요하다.

이번 랭킹전은 내년 2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결정되는 무대였다. 한국은 남자 싱글 3명 여자 싱글 3명이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15살 이하 선수들은 대회 규정으로 4대륙선수권대회 무대에 서지 못한다.

14살인 차준환은 내년 4대륙선수권대회에 나가지 못한다. 유영과 임은수도 마찬가지다. 남자 싱글은 랭킹전 2위에 오른 김진서, 3위 이준형, 4위 이시형(16, 판곡고)이 출전권을 얻었다. 여자 싱글은 2위 김나현과 4위 박소연(19, 단국대), 5위 최다빈(16, 수리고)이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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