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리 한테는 결과도 중요해요. 국제 대회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한국, 대만, 일본 3개 나라 미래들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대회였다.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대회 관심도가 다소 떨어졌다.
홈팀 일본이 나선 3경기 모두 도쿄돔 46,000석을 꽉 채우지 못했다. 16일 한국-일본전 32,815명, 18일 일본-대만전 35,473명, 19일 한국-일본 결승전은 3경기 가운데 가장 적은 30,498명이 관람했다.
친선 대회 성격이 강했지만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의 자세는 진지했다. 김하성(22, 넥센)은 "태극기를 달고 뛰는 경기라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지 말라고 해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선동열 한국 감독은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선수들의 승리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사실 메달이 걸린 대회도 아니고 친선 경기잖아요. 한일전이 2번 있어서 이 정도 관심을 받고 있는 건데.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 뭐든 하려고 하고, 찾아서 하는 의욕적인 자세가 참 좋아요."
선수들은 휴식일이었던 18일에도 야구장을 찾아 결승 상대가 될 일본과 대만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KBO 관계자에게 표를 구해달라고 요청해 경기를 관람했다. 선 감독은 또 한번 미소를 지었다.
"호텔에서 TV로 보는 게 더 정확하고 좋을 거예요. 강제로 보라고도 안 했는데 본인들이 표를 구해달라고 했다길래 감독으로서 기특했어요. 바람도 쐬면서 도쿄돔도 경험하고 좋죠."
끈끈한 팀워크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필준(29, 삼성)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일전 패배로 의기소침해진 불펜 동생들을 달랬고, 주장 구자욱(24, 삼성)의 짐을 나눴다. 선 감독과 코치진은 "이기자"고 한목소리를 내며 똘똘 뭉치는 선수들을 기특하게 지켜봤다.
박민우(24, NC)는 결승전을 하루 앞둔 저녁 늦게 급체해 한숨도 자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코치진의 걱정에도 박민우는 "뛸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과 함께 한일전 승리와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경기 전 컨디션을 묻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잘할 거 같아요. 힘 빼고 하니까"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박민우는 6회를 마치고 위경련이 심해져 급히 병원을 찾았다. 선수들과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함께할 수 없었지만, 의지는 높이 살 만했다.
과정은 만점이었지만, 결과는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일본에 0-7로 무릎을 꿇었다. 설욕을 다짐한 경기에서 투타 모두 무너지며 경기를 내준 뒤라 충격이 컸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지켜본 KBO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은 건 처음 본다. 막내인 이정후(19, 넥센)가 유독 충격이 커 보였다"고 했다. 이정후는 대회 운영위가 요청한 공식 인터뷰도 정중히 거절했다.
귀국을 위해 20일 오전 하네다국제공항을 찾은 선수들은 조용히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인터뷰에 응한 임기영(24, KIA)은 "아쉽죠. 준비는 다들 잘했는데 결과가 아쉬워요. 경기 끝나고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서로 이야기해 줬어요. 일본과 2경기 중에 한 경기라도 이겼어야 했는데 그게 가장 아쉬워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선 감독은 이번 대표 팀에 함께한 25명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올림픽 엔트리를 꾸릴 때 같은 실력이라면 이번 대표 팀에서 뛴 선수를 뽑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결과'를 바랐고, 선 감독은 '과정'을 원했다. 선수들이 갈망했던 승리는 충분히 챙기지 못했지만, 선 감독은 25명이 태극 마크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데 높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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