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대표 팀을 지도하고 있는 홍성진 감독(왼쪽)과 김연경, 김수지, 박정아, 김희진, 한수지, 김유리 ⓒ 진천선수촌,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진천선수촌, 조영준 기자] 험난한 여정을 펼친 홍성진호가 올해 마지막 국제 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홍성진(53)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지난 6월 중순 처음 소집됐다. 이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그리고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출전했다. 빡빡한 일정을 치르며 선수들은 몸도 마음도 지쳤다. 대한배구협회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 위 올랐고 몇몇 민감한 문제도 발생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털어내며 한가지 목표를 위해 다시 뭉쳤다. 지난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소집된 대표 팀은 최정예 멤버로 구성됐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20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본선 티켓을 따는 것이다.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출전하지 않았던 김연경(29, 중국 상하이)과 김희진(26, IBK기업은행) 박정아(24, 한국도로공사)가 합류했다. 붙박이 미들 블로커 양효진(28, 현대건설)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생긴 부상으로 결국 대표 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올해 모든 국제 대회에서 뛴 김수지(30, IBK기업은행) 황민경(27) 김연견(24, 이상 현대건설) 한수지(28, KGC인삼공사)는 여전히 대표 팀 자리를 지켰다. 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합류한 김유리(26) 나현정(27 이상 GS칼텍스) 이고은(22, IBK기업은행)과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서 뛰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재영(21, 흥국생명) 하혜진(21, 한국도로공사) 최수빈(23, KGC인삼공사)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2016~2017 시즌 세터 상을 받은 조송화(24, 흥국생명)가 새롭게 가세했다. 14명 엔트리를 꽉 채운 대표 팀은 짧은 시간 호흡을 맞춘 뒤 오는 18일 결전지인 태국으로 떠난다. 15일 선수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연습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의 눈빛은 모두 진지했고 코트는 선수들이 흘린 땀으로 젖어있었다.

모든 국제 대회를 뛰며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도 있었다. 황민경은 "원래 부상이 있는 무릎 통증이 있다. 계속 경기를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대회가 눈앞에 있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왼쪽부터 하혜진, 이재영, 조송화, 최수빈, 황민경, 이고은 ⓒ 진천선수촌, 스포티비뉴스

양효진이 빠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돌아온 선수도 있다. 홍성진 감독은 "다행인 점은 현재 큰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부상으로 그랜드 챔피언스 컵 기간 동안 휴식을 준 선수들이 있는데 많이 회복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혜진은 그랜드 챔피언스 컵 한일전에서 두 팀 최다 득점(20점)을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에서 부상이 생겼다. 다행히 큰 부상을 피한 하혜진은 16일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또한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세터 포지션에 조송화가 합류했다. 홍 감독은 "조송화는 과거 23세 이하 대표 팀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다. 조송화도 올해 테스트할 세터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아직 합류한 시간이 짧아 잘하다가도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러나 선수들과 호흡은 나쁘지 않고 연습은 물론 실전 경기를 치르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김연경 이후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세대가 많이 나오지 않아 고민했다. 그러나 올해 국제 대회를 치르며 황민경이 27살의 나이에 뒤늦게 껍질을 벗었다. 또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서는 하혜진이란 보석을 얻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강소휘(20, GS칼텍스)는 현재 천안에서 진행 중인 코보컵 첫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세터 이다영(21, 현대건설)은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기량을 펼치며 팀은 물론 한국 여자 배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런 점을 볼 때 내년 대표 팀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 주전 선수 상당수가 빠진 한국은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서 '호된 체험'을 겪었다. 애초 성적에 연연하지 않은 대회였지만 매 경기에서 한국은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자칫 선수들의 사기에 문제가 있을 듯 여겨졌다.

▲ 리시브 연습을 하고 있는 김연경(가운데)과 나현정(왼쪽) 김연견 ⓒ 진천선수촌, 스포티비뉴스

황민경은 "이렇게 계속 지는 경기만 한 대회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팀들과 맞붙은 점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고 배운 것은 결국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지난 대회는 털어버리고 국제 대회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밑거름 삼아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한국은 태국, 베트남, 북한, 이란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경기는 싱글라운드로빈(풀리그)으로 치러지며 상위 두 팀이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티켓을 확보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이 가장 먼저 만나는 상대는 북한이다. 북한은 아직 국제 대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다. 베일에 가려있기에 경계심은 매우 높다. 최근 영상을 비롯한 자료를 얻은 대표 팀은 남북전에 집중하고 있다.

김연경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은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다. 목표는 당연히 본선 티켓을 따는 것이다. 좋은 경기력으로 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SPOTV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한국 팀의 전 경기를 위성 생중계한다. SPOTV+는 오는 20일 오후 5시 20분부터 한국과 북한이 맞붙는 남북전을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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