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김민경 기자] 한국 펜싱이 아시아 최강국의 힘을 보여줬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 6개, 은 3개, 동 6개를 획득했다. 목표로 했던 2014년 인천 대회 금 8개 은 6개 동 3개를 뛰어넘진 못했지만, 충분히 값진 결과를 얻었다.

환희와 눈물, 열정과 투혼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펜싱이 19일부터 24일까지 6일 동안 보여준 명장면 톱5를 꼽아봤다. 

▲ 포옹하는 남자 사브르 구본길(왼쪽)과 오상욱 ⓒ 연합뉴스
1. "(오)상욱아, 이제 두 발 뻗고 잔다"

남자 사브르는 세계 최강의 저력을 보여줬다. 19일 개인전 결승에서 '간판' 구본길과 '신성' 오상욱이 맞붙었다. 팽팽한 접전 끝에 구본길은 오상욱을 15-14로 꺾고 대회 3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은메달. 그러나 구본길은 웃지 못했다. 후배의 '병역 혜택'을 가로막았다는 생각 때문. 구본길은 "마음이 복잡하다. 기쁘지만 마음이 안 좋다"며 눈물을 흘렸다. 

"단체전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한 구본길과 오상욱. 23일 김정환, 김준호와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결승전에서 이란을 45-32으로 꺾고 약속 대로 정상에 올랐다. 오상욱은 "(구)본길이 형이 미안해 했는데, 이제 두 발 뻗고 잔다고 하더라. 나도 같이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구본길 역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 무릎이 피스트에 닿았다는 판정을 받은 여자 에페 최인정 ⓒ 연합뉴스
2. 女 에페, 통한의 은메달 "찌르고 넘어졌는데"

통한의 1점 차 패배였다. 강영미(33, 광주 서구청) 최인정(28) 신아람(32, 이상 계룡시청) 이혜인(23, 강원도청)으로 이뤄진 여자 에페 대표 팀은 24일 열린 단체전에서 중국에 28-29로 졌다. 28-28로 9피리어드까지 마친 가운데 마지막 1분이 주어졌다. 공격 우선권이 중국에 있어 1분 안에 점수가 나지 않으면 중국이 이기는 경기였다. 

최인정이 주저앉으며 공격을 시도한 순간 한국의 득점을 알리는 초록색 불만 들어왔다. 금메달을 확신한 한국 선수들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최인정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는 판정에 따라 득점 무효가 됐다. 경기는 재개됐고, 중국의 득점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눈앞에 있던 금메달을 놓쳤다. 최인정은 "확실히 찌르고 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심판은 넘어지고 찌른 걸로 본 거 같다. 열심히 응원해 주셨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남자 에페 박상영 ⓒ 연합뉴스
3. "할 수 있다" 박상영, 또 한번의 투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남자 에페 박상영이 이번에도 투혼을 보여줬다. 박상영은 19일 열린 개인전 결승에서 알렉사닌 드리트리(카자흐스탄)에게 13-1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느껴 수차례 피스트에 주저앉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치렀다.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가 잘하는 선수다. 이긴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박상영은 22일 열린 단체전에서 한번 더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 '금메달이다!' 환호하는 남자 플뢰레 선수들 ⓒ 연합뉴스
4. '관심 받지 못했던' 男 플뢰레, 24년 만에 亞 정복

남자 플뢰레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남자 사브르, 에페와 달리 국제대회에서 금메달과 인연이 적었다. 그래도 최근 단체전에서는 정상을 노릴 만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태규(29) 손영기(33, 이상 대전도시공사) 허준(30,광주시청) 이광현(25, 화성시청)은 단체전 세계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리고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난적을 차례로 물리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에이스 허준의 활약이 빛났다.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45-43으로 꺾고, 결승전에서 홍콩을 45-37로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며 그동안의 설움을 날렸다.

▲ 왼쪽부터 여자 플뢰레 전희숙, 여자 에페 강영미, 여자 플뢰레 남현희, 남자 에페 정진선 ⓒ 연합뉴스
5. 값진 메달, 베테랑들의 '화려한 피날레'

그동안 한국 펜싱을 이끈 베테랑들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여자 플뢰레 전희숙과 여자 에페 강영미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포디움 정상에 오른 두 선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 플뢰레의 역사나 다름 없는 남현희는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동생들과 함께 단체전 동메달을 걸었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역대 하계아시안게임 금메달 7개로 최다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통산 6개로 수영 박태환과 공동 1위를 유지했다. 남자 에페의 정신적 지주 정진선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한국 펜싱 메달 종합

19일
남자 에페 박상영 은메달, 정진선 동메달
여자 사브르 김지연 동메달

20일
여자 플뢰레 전희숙 금메달
남자 사브르 구본길 금메달, 오상욱 은메달

21일
남자 플뢰레 손영기 동메달
여자 에페 강영미 금메달, 최인정 동메달

22일
여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23일
여자 플뢰레 단체 동메달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24일 
여자 에페 단체 은메달
남자 플뢰레 단체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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