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톤 밴 랭크벨트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천안, 김민경 기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소신이 다시 한번 통했다. 

최 감독은 자기 생각이 뚜렷하다. 인터뷰 때 그의 생각을 들어보면 현대캐피탈이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코트를 밟는 선수들은 저마다 그 자리에 서는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코트에 나서는 이유를 충분히 느끼고 이해하게 했고, 선수들은 주어진 몫을 해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쳤다.

외국인 선수도 다르지 않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곧 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공격력보다 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먼저 생각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에 필요하지 않으면 손을 잡지 않았다. 지난 시즌 세계 1위 센터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 대신 오레올 까메호(31)를 선택한 것도 스피드 배구에 적합한 선수가 필요해서였다.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오레올은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까메호'로 뛰면서 실패한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 초반 스피드 배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맬 때 최 감독의 선택이 '틀렸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려를 씻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레올은 현대캐피탈이 빠르게 스피드 배구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서브와 리시브, 블로킹은 물론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는 공격력을 뽐냈다. 정규 시즌 789득점 공격 성공률 59.45%로 공격 종합 1위에 올랐고, 현대캐피탈의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됐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뛴 외국인 선수 오레올 까메호 ⓒ 한희재 기자
최 감독은 오레올에 이어 2번째 백조 후보로 톤 밴 랭크벨트(32)를 선택했다. 톤은 올해 남자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최종 후보 가운데 사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포로 활약하기에는 공격력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의심의 눈초리를 받자 최 감독은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톤에게 가스파리니(대한항공), 바로티(한국전력), 우드리스(KB손해보험) 정도 공격력을 바라지 않았다. 수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수비에 치중했던 톤은 점점 공격에 가담하는 횟수를 늘리면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즌 공격 성공률은 52.96%까지 끌어올렸다. 최 감독은 "저희는 톤을 조금 키 큰 국내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경기 끝나고 기록지를 보면 '왜 이렇게 잘했어'라고 할 때가 있다"며 기대 이상의 활약에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톤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1, 2위 맞대결에서 다시 한번 최 감독을 놀라게 했다. 블로킹 4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2개를 포함해 14점을 뽑으면서 트리플크라운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3-0(25-19, 25-22, 25-20)으로 완승하며 12승 5패 승점 35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톤은 "시즌 중반이 되면서 조금 더 편해진 것도 있지만, 캐나다에서 공격이랑 블로킹을 잘하는 편이었다. 수비는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팀 스타일에 맞추려면 수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 노력하고 있다. 팀에서 보완이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가르쳐 줘서 좋다. 수비는 여오현 플레잉코치에게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단정하긴 이르지만, 톤이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며 오레올과 비슷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선택의 힘이 느껴지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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