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는 KBO 역대 기록을 쓸 수 있을까… 지금처럼 던지면,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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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요새야 투수들의 구속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기는 했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에 대한 목마름은 전 세계 야구단이 모두 가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150㎞를 던지는 좌완은 지옥에서라도 데려 와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KIA에는 그런 좌완이 있다. 입단 이래 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으는 이의리(24·KIA)가 그 주인공이다. 이의리는 신인 때부터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져 화제를 모았다. 불펜이 아닌 선발 투수가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KBO리그에서는 특별한 재능으로 평가될 만하다. 리그 역사에 그런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의리는 올 시즌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이동해 더 강한 공을, 더 일관적으로 던지고 있다. 사실 선발로 시작했으나 올해 제구 난조, 그리고 이상하게 맞아 나가는 타구에 고전했던 이의리는 5월 2군으로 내려가 조정을 거쳤다. 이때 구단을 통해 일본에 단기 연수를 다녀왔고, 투구폼이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돌아와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구위는 단연 최고라는 예전의 평가가 되살아났다.
선발과 달리 불펜은 짧은 이닝을 강하게 던진다. 처음에 불펜으로 보낸 것은 기존 선발 로테이션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이의리에게 ‘리프레시’의 시간을 주려는 의도였다. 결국 다시 선발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곽도규의 부상으로 이의리가 불펜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연장됐고, 이제 불펜에도 어느 적응하면서 일관적인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우완 150㎞과 좌완 150㎞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은 “왼쪽들 같은 경우는 각도도 굉장히 다르다”면서 “이의리는 변화구 스핀도 많아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변화구 같은 경우는 치기가 어렵다. 그런 각도를 가지고 있는 좌완이다. 아무래도 좌타자들이 느꼈을 때는 등 쪽에서 오는 공들을 정확하게 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150㎞ 빨라 보이는데 155㎞는 놓자마자 쳐야 한다”고 이점을 설명했다.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도 많이 안정됐지만, 역시 1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다보니 화제가 되는 것은 구속이다. 사실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은 변화구도 있겠지만 역시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이다. 물리적으로 대처할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지금까지 구속이 빠른 공은 가지고 있었지만,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불펜에서 그런 공들이 나오고 있다. 선수의 자신감이 붙으면서 경기력이 더 좋아지는 양상이다.
KBO리그 좌완 역대 최고 구속 기록과도 그렇게 멀지 않다. 이의리는 지난 15일 광주 두산전에서 최고 시속 158㎞의 강속구를 던졌다. 다만 구단 트래킹시스템인 ‘호크아이’의 측정치는 157.02㎞였다. 물론 구속이 KBO리그 공식 기록은 아니나, 그래도 꽤 큰 화제를 모으는 카테고리다. 이의리는 시속 157㎞ 이상의 공을 던진 역대 세 번째 좌완 투수로 기록됐다.
역대 좌완 최고 구속 기록은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알렉 감보아(보스턴)가 가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뛴 감보아는 구속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의 좌완이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에 따르면, 감보아의 지난해 최고 구속은 시속 157.8㎞였다. 158㎞ 이상의 공을 던진 우완은 총 8명이 있었지만 좌완으로는 역대 최고 구속이었다.
2위 기록은 삼성 불펜의 파이어볼러인 배찬승(삼성)이 가지고 있다. 배찬승은 지난해 시속 157.5㎞의 공을 던진 공식 기록이 남아 있다. 감보아 배찬승의 기록까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의리는 남은 시즌은 선발 전환이 아닌, 불펜에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 이 기록에 도전할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물론 구속이 빠르다고 해서 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158㎞짜리 볼을 던지는 바에는, 150㎞ 스트라이크가 더 나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최고 구속에 너무 집착할 이유도 없다. 지금 구속으로도 충분히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오히려 구속을 의식하면 간신히 잡은 밸런스가 깨질 우려도 있다. 선수도 최고 구속 자체에는 별로 미련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의리의 최근 구속은 제구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좋은 밸런스에서 공을 힘껏 눌러줬을 때 더 빠른 구속이 나온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무 생각 없이 지금처럼 계속 공을 던지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조건들이 한데 모여 158㎞ 이상의 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다. 내년에는 다시 선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올해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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