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만 바꾸면 끝인가” 맨유 팬들 분노 폭발…0-3 참패에도 사령탑 연호→진짜 화살은 구단 수뇌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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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감독에게는 응원을, 선수에겐 야유를 퍼부었다. 구단주와 경영진을 향해서는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또다시 감독 교체 기로에 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지만 정작 팬들 분노는 '벤치를 넘어' 구단 수뇌부로 향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6일(한국시간) “마이클 캐릭 감독과 맨유의 결별이 다가오고 있지만, 팬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냈다”며 성적 부진을 계기로 터져 나온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을 조명했다.
맨유는 25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지난 21일 코모전 1-4 패배에 이어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무너졌다.
8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2015-2016시즌 이후 최악의 무승 행진에 빠졌다.
캐릭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구단 수뇌부는 그의 거취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캐릭은 본머스전을 앞두고 “일요일(25일)에는 달라진 팀이 될 것이다.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 반전은 없었다. 경기 뒤엔 오는 31일 첼시 원정에서도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 확답하지 못했다.
그는 “책임은 내게 있다. 지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언제나 구단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관중석에서는 감독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팬들은 캐릭이 경기장을 돌며 인사하는 동안 그의 이름을 거듭 연호했다. 그러다 그가 라커룸으로 향하는 터널 안으로 사라지자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비난은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있던 디오구 달로트가 퇴장할 때까지 이어졌다.
BBC는 팬들이 선수들의 기량과 헌신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짚었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팀을 위해 뛰려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가지 모두 문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분노는 구단 수뇌부를 향했다. 경기 시작 1분도 지나지 않아 글레이저 가문과 짐 랫클리프 경을 비난하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글레이저 가문은 2005년 차입매수 방식으로 맨유를 인수한 뒤 줄곧 팬들의 반발을 받아 왔다. 구단에 떠넘긴 막대한 부채와 이자 부담이 선수단에 투자할 여력을 갉아먹었다는 불만이다.
BBC가 인용한 최신 회계 자료에 따르면 맨유의 부채는 11억5000만 파운드(약 2조320억 원)를 넘어섰다.
축구 재정 분석 매체 ‘스위스 램블’이 집계한 누적 이자 비용은 8억5200만 파운드(약 1조5055억 원)에 이른다.
직전 회계연도에 지출한 이자만 3700만 파운드(약 654억 원)다. 전년도 3400만 파운드(약 601억 원)보다 늘었다.
팬들은 이 돈이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쓰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맨유를 응원한 랫클리프가 2023년 말 소수 지분 인수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후 거듭된 감독 인선과 선수 영입을 둘러싸고 그의 구단 운영 능력에도 의문이 붙었다.
맨유는 2024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뒤 다른 감독 후보들과 접촉하고도 에릭 텐하흐 체제를 유지했다.
이어 레니 요로와 마테이스 더리흐트, 마누엘 우가르테 등을 데려오는 데 2억 파운드(약 3534억 원) 넘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텐하흐를 경질했다.
텐하흐는 최근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구단이 유스 출신 스콧 맥토미니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우가르테 영입에 필요한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84억 원)를 마련하기 위해 맥토미니를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후임 사령탑을 데려오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맨유는 여름까지 기다리고 싶어 했던 후벵 아모림을 설득해 시즌 도중 스포르팅을 떠나도록 했다.
이후 리그 15위라는 참담한 성적에도 아모림을 유임했다.
리그2(4부리그) 그림즈비에 리그컵에서 덜미를 잡혔을 때도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아모림이 경기 운영 방식을 놓고 제이슨 윌콕스 풋볼 디렉터와 충돌하자 지난 1월 결별을 택했다.
그렇게 시즌 종료까지 팀을 맡은 인물이 캐릭이었다.
그는 맨유를 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복귀시키며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이제 그 역시 경질 위기에 놓였다.
BBC는 “세 시즌 동안 세 번째 감독 경질이 이뤄진다면 누구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수 영입을 둘러싼 불신은 윌콕스에게 집중됐다. 이날 경기 도중 그를 겨냥한 욕설 섞인 노래가 나왔고, 경기 종료 약 두 시간 뒤 경기장을 떠나는 차량에 오를 때도 야유가 따라붙었다.
BBC에 따르면 영입 예산은 윌콕스보다 높은 선에서 결정됐다.
그럼에도 많은 팬은 최근 선수 영입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묻고 있다.
윌콕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본 오마르 베라다 최고경영자(CEO)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맨체스터 시티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BBC는 라이벌 구단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맨유 요직을 맡은 만큼, 성적이 나빠지면 팬들의 반감이 커질 소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입장권 정책도 갈등을 키웠다.
맨유가 지난여름 암표 거래 조사에 나서자 주요 팬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구단은 암표상을 적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던 일반 관중을 밀어내고 기업 고객 대상 판매를 늘리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구단이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팬들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만 명을 수용하는 신축 구장 계획도 마찬가지다. 구단은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이 새 구장 건설에 찬성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팬들은 그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신축 비용은 20억 파운드(약 3조534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맨유는 올해 초 부지 매입에만 6350만 파운드(약 1122억 원)를 지출했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랫클리프를 향해 새 구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거친 표현으로 전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트레트퍼드 엔드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은 팬들 요구를 압축했다. 전설적인 주장 브라이언 롭슨과 에릭 칸토나, 로이 킨의 얼굴과 함께 적힌 단어는 ‘기준(Standards)’이었다.
맨유가 지켜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 경영진에게 되묻는 메시지였다.
BBC는 감독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팬들의 분노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구단 고위층이 생각한다면, 이날 관중석 반응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릭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하나 팬들이 요구하는 변화는 이미 감독 교체만으로 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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