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 영상 편집 윤희선] NC 이호준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호준은 16일 창원 마산구장 옆 올림픽공연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신년회에 앞서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94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그는 해태에서 프로 야구 선수로 데뷔했다. 투수로 입단해 1996년 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은 결과적으로 그를 20년 넘게 프로 야구 선수로 살아남게 한 '신의 한 수'였다. 2000년에는 SK로 이적했고, 여기서 2012년까지 13년(12시즌)을 뛰었다.

2012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9번째 구단으로 1군 합류를 앞둔 NC에 입단했다. 곧바로 주장을 맡아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2년 만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고 1년 7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타자로만 통산 1,976경기 출전에 1,831안타, 330홈런, 타율 0.282를 기록했다.

▲ 이호준 ⓒ NC 다이노스

다음은 이호준과 일문일답이다. 

- 왜 은퇴를 결심했나.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고, 시기를 잡고 있었는데 이때가 딱 좋을것 같아서, 저도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어서 결정을 조금 빨리했다. 저도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려서 시무식 때 단장님과도 이야기했고, 감독님과도 이야기해서 결정했다."

"매년 은퇴를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생기더라. 제 욕심으로 계속 야구를 하다 보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LG 이병규(9번) 선배와 정성훈 선수 사례도 봤다. 좋을 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했다."

- 은퇴 후 진로는.

"하와이에서 이승엽을 만났다. 저와 비교할 수 없는 경력을 남긴 선수이기는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했다. 세 가지 중에 하나 아니겠나. 코치를 하거나 연수를 가거나 해설 위원을 하거나. 일단 잘 공부를 하겠다." 

"계속 은퇴 시기를 잡고 있었다. FA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생각하지 않았다. 1년 1년 야구를 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큰 동요 없이 받아들인 것 같다."  

- 2008년 수술한 뒤 힘들었을 것 같은데. 

"2008년이 생각난다. FA 계약하고 첫해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SK 팬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2년 가까이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했다.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생긴 게, 그 뒤로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더 노력할 것 같다. 모든 타석을 진실한 마음으로 뛰고 싶다. '1년 더 하면 안될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 NC에서 우승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기회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 몸은 어떤지. 

"훈련을 시작하면서 작년이랑은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겨 내야 한다. 매년 시즌 초반에 몸이 좋았던 적은 없다. 허리가 갑자기 아프다. MRI를 찍어 보니 허리는 괜찮다고 하는데 근력 문제인 것 같다."

- 하와이에서 이승엽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이승엽과는 은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승엽도 아름다운 이별을 많이 생각하고 있더라.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구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개인 훈련 다녀오고 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이 생각을 존중해 주셨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 뒤로 구단에 뜻을 전했다. 예전부터 '언제 은퇴할 거냐'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성적이 안 좋으면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는 멋지게 은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호준 ⓒ 곽혜미 기자
- 2,000안타를 채우기 전 은퇴할 것 같은데. (2016년까지 1,831안타)

"2,000안타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목표를 잡고 내년까지 야구를 하고 싶을까 봐 걱정이 됐다. 대신 오른손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은 넘고 은퇴하고 싶다. 이것 역시 욕심이다. 300홈런에서 은퇴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오른손 타자 최다 홈런 장종훈 340개)

"이야기하다 보니 많이 떨린다. 은퇴식 때 우는 선수들 보며 왜 우나 싶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손이 찌릿찌릿하다. 은퇴식이 벌써 걱정이다." 

"양준혁 선배 치고 열심히 뛰는 거 보면 멋있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나. 그래도 올해는 열심히 뛰는 걸 보여 드리고 싶다." 

- NC에서 은퇴하는 기분이 특별할 것 같다.

"처음 들어왔을 때 다들 꼴찌할 거라고 하고, 다른 팀 선수들이 얕잡아 본다고 생각해서 그걸 깨고 싶다는 오기가 들었다. 캠프에서 후배들 운동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밤 늦은 시간까지 경쟁을 이기려고 훈련하는 걸 보면서 어릴 때 열정을 다시 느꼈다. 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크게 한 것도 없는데 후배들 덕분에 좋은 별명이 생기고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고맙다."

- 후배들이 뭐라고 하던가. 

"어려운 선배라 그런지 말은 못 하더라. 미리 은퇴를 발표한 이유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더 생길 거라고 본다. 그걸 노렸다."

- 선수협 회장을 해 보니 어떤가.

"어렵다. 두 번 하라면 못 할 거 같다. 모든 선수들의 요구를 채워 줄 수가 없더라. 선수들이 선수협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선수들에게조차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올해 숙제는 그거다. 선수협 관련 기사가 나오면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다. 언제쯤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협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 하나씩 바꾸고 싶다. 작년에는 한번에 바꾸려다 실패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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