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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n 도쿄, 온에어] 회견장을 강의실로 만드는 할릴호지치, 명장의 품격

작성일: 2017.12.13 10: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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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임창만 기자]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취재원은 일본 대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다. 대회 남자부 미디어 데이를 시작으로 매 경기 후 회견마다 ‘명언’을 만들고 있다. 


한 가지 질문에도 꽤 성심성의껏 자세하게 설명하는 할릴호지치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강의실로 만든다. 집요하게 디테일을 추구하는 일본 취재진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본인의 성향이 그런 것인지 할리호지치 감독과 인터뷰는 늘 가슴에 남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을 처음 본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취재할 때였다. 알제리 기자들과 관계가 험악했는데, 한국전 4-2 승리를 거둔 이후 알제리 기자단의 사과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알제리는 당시 H조에서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독일을 16강전에서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갔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일본 대표 팀을 맡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얻었다. 할리호지치 감독이 떠난 알제리는 본선 티켓을 놓쳤다. 

북한과 1차전을 마친 뒤 “말 한마디로 선수의 오랜 습관을 고칠 수는 없다”며 쉽게 경기력을 비평하는 언론을 향해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꽤 세심하게 풀었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중국과 2차전에서 상당히 진전된 경기력을 보이며 J리거에서도 상당수 선수들이 빠진 채 소집된 이번 대표 팀의 성취에 대해 기쁨을 나타냈다.

북한과 첫 경기를 마친 뒤 북한 대표 팀 경기력을 칭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일본 취재진은 “습관을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빠르게 이룬 비결이 무엇이냐”는 칭찬이 담긴 질문을 던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 줬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답. 그는 기자회견을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사용했다.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단계에는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을 갖고 있었다. 소속 팀에서 몸에 밴 것이다. 비디오를 보거나 미팅을 하거나, 코치들이 철저하게 계획을 짰다. 누구와 무엇을 얘기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 간격을 유지하라고 지시하는데,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지시하고 있다. 난 선수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기를 바란다. 빨리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경기에는 성취를 보였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언제든 호평이 악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여러분에게 첫 경기는 너무 엄격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천천히 바뀔 것이니 너그럽게 봐 달라고 첫 경기가 끝나고 얘기했다. 내가 일본에 있으면서 조금 후회하는 것은, (선수들과 훈련할)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했다. 두세 번의 훈련으로는 조금은 개선할 수 있지만, 원하는 만큼 개선할 수 없다. 작전판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운동장에서 하는 훈련이다. 그 시간이 부족한 게 정말 아쉽다. 어제(11일) 훈련 같은 경우는 여러분께도 보여 주고 싶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사실 가장 피곤한 것은 나다. 계속 얘기해야 하는 처지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했고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팀의 정신 상태는 최고다. 비판해도 되지만 따듯한 눈으로 봐 주기 바란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세와 태도, 선수들의 정신을 강조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의지가 강하다면 그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정신 상태가 매우 좋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선수들이 아주 좋은 정신력으로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첫 경기는 주저하고 초조해 하는 면이 있었다. 난 미팅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얘기했다. 난 너희들은 능력이 있어서 뽑은 것이다. 그 능력을 발휘해 달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다 살려 보자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그것을 제대로 표현해 줬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정말 기쁘다. 오늘(12일) 경기는 정말 기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금 일본 대표 팀에 모인 선수들이 외부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들러리처럼 모인 것이 아니라고 여기게 신경 썼다. 그래서 이날 회견에서도 월드컵 본선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선수를 발견했다고 강조해 말했다. 실제로 북한과 첫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 골을 얻은 일본의 힘은 기술적, 조직적 완성도보다 정신적 강인성과 투쟁심에 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 대표 팀에 부임한 뒤 이미 갖춰진 기술적 측면, 패스 플레이에 대해 강조하기 보다 개개인이 일대일 상황에서 이겨 내는 힘과 정신, 직선적이고 강하게 부딪히는 팀 정신을 더 강조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이 직선적인 축구, 거친 축구를 가미하지 않으면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봤다. 팀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잘하는 것을 더잘하게 하는 방법,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방법 등 다양한 처방이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금 일본 축구에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힘이라고 봤다. 그것은 신체 조건이 아니라 정신에 기반한다.



“오늘(12일)은 지난 경기와 달리 선수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하고 피치에서 표현한 것 같다. 처음으로 뽑힌 선수가 이렇게 많은 가운데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어떻게 이런 팀을 꾸릴 수 있었나?”

할릴호지치 감독의 성취를 칭찬하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은 이어졌고,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신의 방법론을 숨기지 않고 풀어 놓았다.

“항상 훈련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전술 훈련을 철저하게 했다. 소집 후 첫날, 둘째 날은 클럽 습관이 있어서 바꾸기가 어렵다. 대표 팀 합숙 기간에는 소속 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훈련한다. 조직적인 면에서, 공격은 더 빠르게 움직이게 지시했다. 빨리 전방으로 나아가면서, 움직이면서 패스하라고 지시했다. 몇몇 선수들에겐 배후를 노리라고 얘기했다. 뒤에 있는 선수들에겐 중국 선수들에게 힘으로 대항하라고 얘기했다. 체격이 좋은 선수, 덩치가 큰 선수도 뽑았다. 그런 것을 다 포함해 전술 훈련을 철저하게 했다.”

“중국이 스리백과 포백을 함께 구사했다. 그것도 대비를 철저하게 했다. 수비 블록이나 조직력에서 빨리 움직이는 것을 가장 많이 지시했다. 첫 경기에 못했던 배후 공간을 노리는 지시를 많이 했다. 첫 경기와 오늘 경기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였다. 첫 경기를 제대로 분석해서 훈련을 오늘까지 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전원이 다 좋은 플레이를 했다. 선수들이 훈련 내용을 잘 이해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월드컵 대표 팀에 이번에 참가한 선수가 몇몇 포함되길 바란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미디어 데이 첫날 기요타케 히로시와 니시 다이소의 부상 소식을 전하며 대체 발탁 선수를 부르는 과정에 농담을 섞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중국전에도 멋진 장거리 슈팅을 성공한 수비수 쇼지 겐에 대해 위트 있게 말했다. 표정은 진지한데 말하는 내용은 익살스럽다.

“쇼지의 골은, 득점을 올리고 싶다기 보다 볼을 걷어차려던 것 같다. 우연히, 매우 훌륭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이건 농담이지만 선수들과 미팅에서 20~30m에서 슛을 노리라고 했는데, 그걸 해 준 것 같다. 근데 쇼지에게는 그런 지시를 하지는 않았었다. 절대 안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축하해 주길 바란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기존에 일본 대표 팀의 터줏대감이던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에게 특권을 주지 않고 있다. 대표 팀 선발 경쟁은 매우 동등하다. 그렇다고 할리호지치 감독이 선수들에 대해 배려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안컵 대표 팀 주장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할릴호지치 감독은 그 뒷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곤노 야스유키에게 주장을 시키고 싶었다. 곤노는 주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주장을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할 정도로 겸손한 사람이더라. 곤노와 같이 의논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선수를 시켜 달라고 본인이 요청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곤노의 플레이를 칭찬하면서 동시에 지시 사항도 내렸다. 

“곤노는 좋은 플레이를 했다. 수비도 잘했고, 공격 면에서도 조직적으로 다른 선수와 연계를 잘 해 줬다. 하지만 오늘은 왼쪽으로 많이 패스를 했다. 우에다가 오른쪽에서 많이 올라왔으니 오른쪽으로 더 패스를 했으면 내용이 더 좋았을 것이다. 우에다가 올라왔을 때 패스했다면 좋았을 장면이 있었다. 그래도 곤노는 잘했다. UAE전 당시의 곤노가 돌아왔다. 이 상태를 유지하며 발전하길 바란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일본 취재진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중국전에 라이트백으로 기용된 186cm의 장신 수비수 우에다 나오미치의 경우 소속 팀 가시마앤틀러스에서는 센터백으로 뛰어 왔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변칙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우에다는 오랫동안 미우라와 경쟁 상대였다. 둘 다 젊은 선수지만 매우 능력이 좋다. 중국 대표 선수를 보면 중원 선수를 비교하면 프리킥 상황에 대한 싸움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우에다에게 오른쪽 사이드를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상의해 보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싶다. 매번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정할 필요도 있다. 가능한 많은 선수를 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예를 들어 이토 준야는 아주 재미있는 선수다. 아주 좋은 스타트를 했다. 타박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지만, 두세 번 정도 큰 기회도 있었다. 허벅지 타박상으로  많이 아파했다. 그게 좀 안타까웠다. 하지만 우에다 나오미치는 좋은 플레이를 보였다. 상대와 거리를 잘 잡지 못한 점도 있었다. 빨리 상대를 막을 수 있는 스피드를 올리면 좋겠다. 특히 왼쪽 사이드는 위험했다. 오른쪽도 그렇지만 좋은 크로스가 상대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임무를  다해 줬다. 후반전에는 개선이 됐다. 공격에서도 좋은 돌파를 보여 줬다.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싶은 것을 다 봤다. 만족한다.”


이날 부상으로 빠진 미드필더 오시마 료타에 대해서도 대표 팀간 소통이 화두에 오르자 “여러분이 놀랄 정도로 오시마 선수가 말 수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질문이 많지는 않았는 데 워낙 답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3차전 한일전에 대한 질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일본축구협회 언론 담당관이 얘기했다. 손을 들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 기자의 마지막 질문은 역시 한일전과 관계가 없었다. 한국 취재진에게 필요한 말은 한국전에 대한, 한국 대표 팀에 대한 이야기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5년 한국이 우승한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을 만나 본 인물이다. 한국 대표 팀의 변화상도 알고 있는 지도자다.

여러 번 손을 들며 일본축구협회 언론 담당관에게 손짓했으나 안된다고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할릴호지치 감독이 기자를 바라보고 손짓을 하며 질문을 하라고 했다. 일본축구협회 언론 담당관에게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라며, 답을 하겠다고 했다. 친절한 할릴호지치 감독이었다. 할리호지치 감독의 배려 덕분에 마지막 질문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 팀이 결정될 한일전에 대해 물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기자가 듣고 싶어 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해 줬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물론, 대전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팀은 이 대회에서 가장 강한 상대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일등을 목표로 뛸 것이지만, 어떤 일이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승리를 거둘 수 있었기에 의욕이 향상되고 있다. 약간 피곤하고 부상이 걱정되기는 하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가 매우 많다. 여기는 안 왔지만 프랑스에서 아주 평판이 좋은 선수들(권창훈, 석현준)이 있다. 이번 대회는 국내 선수 위주로 왔다고 들었지만, 토요일(16일)에 매우 좋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번에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대회의 복수를 하고 싶다.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국가 가운데엔 한국이 가장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다른 문제다.”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축구에 대한 그의 식견과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에 감탄한다. 직설적이지만 배려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명장의 품격을 느낀다. 보스니아 출신에 프랑스 국적자. 옛 유고 슬라비아 대표 선수 출신, 낭트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는 할릴호지치는 감독으로 라자 카사블랑카의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 우승, 릴의 프랑스 리그두 우승 및 리그앙 돌풍, 파리 생제르맹의 쿠프드프랑스 우승, 디나모자그레브의 체코 리그 우승 등으로 가는 곳마다 성과를 냈다. 

감독으로 프랑스 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그리고 알제리를 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을 이뤘다. 아시아 도전은 일본이 처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미 아주 좋은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은 여전히 한국 축구에 상처로 남아 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기대를 받지 못하던 이번 대회 일본을 강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일전이 진정한 시험대다. 중국, 북한을 상대로 각각 절반의 성공만 거둔, 여전히 여론의 의심을 받고 있는 신태용 감독에게도 한일전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우승 컵이 걸린 3차전은 대회 전 예상처럼 결승전이 됐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일전을 마친 뒤에는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궁금하다. 전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꽤 흥미진진한 한일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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