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nd 칸]女흑인감독 첫 경쟁부문 입성…젠더이슈는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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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지난해 칸영화제의 최대 화두는 '여성'이었다. '미투'도 화제였다. 71년 역사를 지닌 칸국제영화제가 1600편 넘는 남성 감독들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초청하는 동안 여성 감독 영화의 초청편수는 82편에 지나지 않았다며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한 82명의 여성이 팔레 드 페스티벌의 레드카펫에 올라 시위를 벌였다.
칸영화제는 심각한 성적 불균형을 해소하겠노라 다짐했다. 성폭력 신고를 위한 핫라인도 개설했다. 폐막식에선 미투 폭로도 터져나왔다. 무대에 오른 아시아 아르젠토가 21살이던1997년 하비 와인스타인과 칸영화제를 방문했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칸) 영화제는 그의 사냥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1년, 칸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14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2회 칸영화제는 여전히 젠더 이슈로 부글부글하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여성 감독의 작품은 총 21편 중 4편이다. 3편이었던 지난해보다 한 편이 늘었고 역대 최다였던 2011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의 뜨거운 외침 이후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이 가운데 의미있는 기록도 나왔다. 첫 장편 '아틀란티크'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세네갈 출신 프랑스 감독 마티 디옵은 72년 칸 역사상 최초로 경쟁부문에 입성한 흑인 여성 감독으로 기록됐다. 칸영화제는 경쟁부문을 비롯한 각 부문 심사위원단의 남녀 비중을 1대1로 맞추는 등 구색 맞추기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오렌지빛 공식 포스터엔 올해 작고한 여성감독이자 유일한 여성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아녜스 바르다의 모습을 담아 예를 표했다. 친 가족 노선을 표방하며 수유실을 마련하고 보모를 위한 출입 배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뜨거웠던 '미투'의 외침을 잊은 듯한 영화제 초청 인사의 면면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알랭 들롱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세기의 미남 스타이자 수많은 대표작을 남긴 알랭 들롱이지만 프랑스 내에선 동성부부의 아이 입양을 반대해 논란이 있었고, 과거 여성 폭행 사실을 인정했던 인사다. 칸은 "칸의 역사와 함께한 전설적 배우"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프랑스 여성단체는 "칸영화제는 여성 폭력을 시인했던 알랭 들롱을 기념하면서 여성과 폭력의 희생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4개월간 편집실에 틀어박혀 마무리 작업을 완료한 덕에 화제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올해 칸 경쟁부문에 선보이게 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1997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판 도중 해외로 도피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두고 "강간이 아니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것뿐"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때문에 이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안팎의 관심이 상당하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넷플릭스와의 대치는 현재진행형이다. 2년 전 70회 영화제 당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노아 바움벡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즈' 두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초청했다가 프랑스 극장업계의 반발로 곤욕을 치렀던 칸영화제는 이후 사실상 경쟁부문의 문을 닫았고, 넷플릭스는 지난해 칸영화제 보이콧으로 이에 응수했다. 비슷한 시기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보란듯이 넷플릭스를 환영하듯 받아들였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베니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도 넷플릭스 영화를 칸에서 찾을 수는 없다.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쉬 맨', '스티븐 소도버그'의 '란드로맷'이 소개될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결국 칸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옥자'의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을 들고 다시 칸을 찾아 어떤 평가를 받을지 더욱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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