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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의 사심록(錄)]유재석 기자회견 이유? 왜 부끄러움은 저의 몫인가요

작성일: 2019.12.21 02:1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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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슬' 유재석.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지난 19일, 화제의 신인가수 유산슬씨를 만났습니다. 데뷔 99일 만에 1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이 열린 겁니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 내방 인터뷰를 1등으로 요청했으나 불발된 터라 소속사 대표(김태호 PD)에게 툴툴댔습니다. '악개'(악성 개인팬)로 의심받는 악덕 대표는 "일주일에 하루만 신인가수라 저희도…"라고 말을 줄이더니, 기자회견인줄 모르고 올 유산슬이 도착하기 전에 자리를 뜨겠다고 했습니다.

유재석 아닌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로 탄생했습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유일한 고정출연자 유재석과 함께하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허를 찔러가며 이어지는 확장과 실험의 연속입니다. 릴레이 카메라 출발점과 천재 드러머를 거쳐 신인 트로트수 유산슬이 된 유재석은 '합정역 5번출구'와 '사랑의 재개발' 두 곡을 받아 3사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지방 행사를 뛰는 중입니다. 굿바이 콘서트도, 굿바이 기자회견도 그 몰래 정해지고 열리는 거죠.

출입기자들이 '굿바이 기자회견' 공문을 받은 건 행사 이틀 전인 17일. 제작진은 "유산슬이 알지 못한 채 방송 아이템을 전제로 갖는 간담회"라며 개시 전까지 이를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재밌는 방송으로 보답하겠다"면서요. 엠바고는 지켜졌습니다. 당사자도 몰래, 결혼발표 이후 처음 하는 단독 기자회견이 열릴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모두가 유산슬을 위한 깜짝쇼의 '공범'이었습니다.

중국집 매출 신장에 기여한 이름에 딱 맞게 기자회견장도 중식당. 미팅인 줄 알고 식당 문을 연 유산슬씨의 얼떨떨한 표정은 '김태호 PD가 이맛에!' 싶을 만큼 짜릿했습니다만, 취재 열기가 뜨거워 현장은 고요했습니다. 아는 기자들이 보인다면서도 "기자 맞느냐, 식당만 가면 긴장된다"고 몇 번을 묻던 유산슬은 이내 적응한 듯 신이 내린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즉석 요청에 일취월장한 라이브 실력도 과시했습니다. 꿈도 못 꾸는 콘서트를 열게 된 유산슬과 꿈도 안 꾸던 콘서트를 열게 된 유재석을 자연스레 오갔습니다. 유쾌했습니다. 기자회견인지 방송녹화인지, 일하러 왔는지 즐기러 왔는지 깜박할 만큼요.

흥겨웠던 분위기가 술렁인 건 마지막 인사 직전이었습니다. 유산슬 아닌 유재석이 묻지도 않은 말을 꺼낸 겁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기자들이 꽉찬 식당 문을 열어젖혔을 때만큼, 그의 얼굴에 난감한 빛이 스쳤습니다.

"'무한도전'이 오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저에게 그 인물이 아니냐 하는데 (기자들이) 많아서 순간 너무 당황했습니다. 어유, 뭐지. 놀랐었는데 저는 아닙니다만, 그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자리가 난 김에 이야기를 드립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재석이 언급한 건 지난 밤 모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근거없는 '묻지마 의혹'이었습니다. 최근 가수 김건모 성폭행 의혹을 제기해 주목받는 이 유튜브채널은 폭로라며 연일 낯뜨거운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전날인 18일 오후, 유명 연예인의 성추문을 고발하겠다며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제보자와 통화를 공개했습니다. 녹취는 "당시 '무한도전' 나온 것"이라는 말로 끊겼습니다. 해당 연예인이 김건모와 가깝고, 바른생활 이미지를 가졌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무한도전'을 이끌던 바른생활 연예인 대표주자 유재석이 즉각 소환될 수 밖에요. 터무니없어도 밤새 그 이름이 검색어를 장악했더랬습니다.

현직 변호사와 전직 기자들인 문제의 유튜버들은 신이 나 19일 아침엔 김태호 PD 탈세 의혹을 운운했습니다. 기자회견 전 만난 김태호 PD는 "처음이 아니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는 샐러리맨이 탈세요? 지난 7월에도 떠들었으나 별 화제가 안 된 내용입니다. 검토가 끝났지만 MBC 차원에서 대응은 없을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실익이 크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관심이 고파 자극적 단어를 골라 떠드는 이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거니까요.

그런데 유재석이 이야기를 한 겁니다. 톱스타의 언급에 이때다 싶었는지 유튜버들은 몇 시간 안 돼 '유재석 첫 단독 기자회견 이유'라는 꼭지를 올렸습니다. "저희가 어제 유재석 얘기를 했습니까. 한마디도 안했다"며 발뺌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죠. 

하지만 제 상상력이 모자랐습니다. 그들은 김태호PD가 탈세 의혹이 부각될까 유산슬을 내세워 급히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유재석이) 등 떠밀렸다", "기자회견이 뭐가 있냐, 쇼지"라고도 했습니다. 

아이고야. 왜 부끄러움은 저의 몫입니까. 원래 서울 가본 놈과 안 가본 놈이 싸우면 안 가본 놈이 이깁니다. 더 시끄러워서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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