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음반 시장, 뜻밖의 호황기…코로나19에도 판매량 대폭 상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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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가요계도 딜레마에 빠진 지 수개월째. 콘서트, 쇼케이스, 팬 미팅 등 오프라인 행사는 멈췄고, 음악방송도 무관객으로 고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음반 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외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가온차트와 한터차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퍼진 2020년 2월부터 최근 5월까지 상위 10위권의 음반 판매량 총합계는 약 971만 장으로, 작년 동기 711만 장보다 약 259만 장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수치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특히 2월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7'은 지난 3개월간 누적 판매량 422만 장으로, 지난해 4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의 연간 누적 판매량 317만 장을 3달 만에 100만 장이나 더 앞질렀다. 현재 솔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백현의 기록도 놀랍다. 지난해 7월 공개한 첫 솔로 앨범 초동의 두 배 가까운 신기록을 달성, 솔로 가수로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매한 '딜라이트' 초동은 70만 장으로, 전작 초동 38만 장에서 무려 32만 장이 뛴 수치를 기록했다.

NCT 127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지난 3월 발매한 NCT 127 정규 2집 '네오존'은 80만 장, 5월 발매한 2집 리패키지가 40만 장으로 총 121만 장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발매한 '위 아 슈퍼휴먼' 누적 판매량이 26만 장, 커리어하이를 찍은 2018년 정규 1집 '레귤러-일레귤러'가 리패키지와 합한 판매고가 45만 장이라는 점에서 '성장 시티'의 서사를 알 수 있게 한다. NCT 127과 형제 그룹 NCT 드림은 4월 발매한 '리로드'가 50만 장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면서, 하프 밀리언을 달성했다. 특히 NCT 드림은 초동만 41만 장 넘게 판매, 이는 전작이자 커리어하이를 찍은 지난해 '위 붐' 초동 18만 장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비교적 음반 시장에서는 고전한다는 걸그룹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갔다. 아이즈원은 지난해 4월 발매한 '하트아이즈' 누적 판매랑 25만 장이었지만, 2월 발매한 정규 1집 '블룸아이즈'는 45만 장을 판매했다. 최근 컴백한 트와이스는 발매 하루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직 발매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새 앨범 '모어 앤 모어'를 33만 장 판매, 지난해 '필 스페셜' 초동 15만 장의 두 배를 기록했다. 신인 걸그룹도 올해 눈에 띄는 성적으로 차세대 K팝 걸그룹에 자리매김했다. (여자)아이들은 전작 '세뇨리타' 초동이 2만 장에서 4월 발매한 '아이 트러스트' 초동은 11만 장, 다섯 배 넘는 성장을 선보였다. 있지도 3월 발매한 '있지 미' 초동이 지난해 발매한 '있지 아이시'의 2배인 6만 장을 기록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 33%, 백현 84%, NCT 127 361%, NCT 드림 127%, 아이즈원 80%, 트와이스 120%, (여자)아이들 450%, 있지 100% 등 지난해 대비 높은 음반 판매 증가율을 자랑했다. 이 밖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50%, 갓세븐 27%, 오마이걸 91% 등 많은 K팝 가수들이 지난해보다 높은 음반 판매량으로 놀라운 증가율을 기록, 올해 각자 저마다 자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국내외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 및 연기된 가운데, K팝이 음반 시장에서는 때아닌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통상적으로 인기 아이돌의 새 앨범은 전작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라지만,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대폭' 증가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음원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전후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 유독 음반 시장에서는 자체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역대 음반 차트도 함께 움직이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이제 겨우 2020년을 절반 가까이 보냈는데, 지난해는 물론 역대 기록을 하루가 멀다 하고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돌 음반 판매의 주요 마케팅인 대면 팬 사인회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코로나19 여파로 팬 사인회 등 오프라인 팬 이벤트가 불가하자, 가요계에서는 음반 시장의 불경기를 점쳤다. 하지만 비대면 영상통화 팬 사인회가 대안책으로 떠올랐고, 예상보다 호응을 끌면서 음반 판매량에 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물리적 공간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그간 서울 혹은 몇몇 지역 도시에서 팬 사인회가 개최돼 해외 팬들과 사인회가 개최되는 도시 거주민 아니면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바다. 그런데 공간의 제약을 깬 비대면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전 세계 팬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K팝 시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기인 터, 그런 만큼 SNS 활동이 더더욱 원활해지면서 이런 영상통화 팬 사인회 수요가 더 늘었다고 보고 있다. 기존 대면 팬 사인회는 사인받는 동안 녹음 및 녹화가 불가능하지만,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녹화가 가능해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SNS에 업로드하면, 다른 팬들의 영상통화 팬 사인회 욕구를 더욱 높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영상통화 팬 사인회가 기존 대면 팬 사인회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고.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영상 통화는 녹화 기능도 되니깐 좀 더 친밀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팬들이 더 좋아하고, 해외 팬까지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그렇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공연이 불가하면서, 팬들의 소비가 실물 음반으로 집중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요즘 시대의 실물 음반은 팬들에게는 하나의 굿즈인 셈이다. 스마트폰, MP3 등 발달로 대부분 음원으로 음악을 소비하면서, 실물 음반의 CD로 음악을 즐기는 현상은 비교적 적기 때문.
이 같은 현상에 K팝 아이돌 음반은 듣는 CD의 기능보다는 보고 즐기는 MD의 역할을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음반은 화보집을 능가하는 페이지수와 포토카드 등 다양한 굿즈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굿즈 소장 욕구가 코로나19로 음반에 더욱 집중, 음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 가요계 관계자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실물로는 볼 수 없지만 그 아쉬움을 음반으로 달래려 한다. 요즘 음반도 단순 CD 형태가 아니라 화보집처럼 구성돼 볼거리가 많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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