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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의 사심록(錄)]영화라는 일상, 평범한 여름을 위해서

작성일: 2020.06.13 13:05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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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시사회 내부 모습.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맞이한 바이러스의 시대. 극장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매출의 절대치를 극장에 기대고 있는 한국 영화계도 마찬가지입니다. 2004년 집계 이래 최저를 기록한 지난 5월의 영화관객은 지난해보다 90% 넘게 줄었습니다. 황금연휴로 4월보다 훨씬 관객이 늘었는데도요.

위기를 버티고 버텨 여름을 앞둔 6월, 극장가는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영진위의 6000원 할인권 시행, '침입자' '결백'에서 '사라진 시간'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살아있다' 등으로 이어질 신작과 함께 관객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영화계는 정상화를 기다리며 라인업 조정과 함께 여름 준비에도 한창입니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확진자 수가 여전히 하루 수십명 대라, 극장 방역은 더욱 철저해지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참석하는 언론시사회는 극장 방역의 단계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중단되다시피 했던 언론시사회가 재개된 건 지난달부터. 마스크는 기본이요,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거쳐야 할 단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시사회가 최신 버전이니 소개합니다.

일단 2m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표시된 선에 따라 줄을 서서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해 티켓을 받습니다. 테이블마다 손소독제가 놓인 가운데 '온워드' 측 스태프는 마스크는 물론 보호 안경까지 쓴 채였습니다. 다음은 CGV가 마련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할 차례. 용산CGV는 이달 들어 이 카메라를 통과해야만 영화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동선을 새로 짰습니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입장불가입니다. 

다음엔 시사회가 열리는 아이맥스관 앞에서 3차로 체온을 잽니다. 이름과 연락처, 소속을 표기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면 입장입니다. 사용한 펜은 반납하지 않고 가져가거나 버리라더라고요. 상영은 좌석 띄어앉기는 물론이고 한 줄 걸러 한 줄을 비워놓은 채로 진행됐습니다. 광활하게까지 느껴지는 아이맥스관에 띄엄띄엄 마스크를 낀 관객이 앉아있는 모습은 꽤 생경했습니다. 

체온 측정만으로 무증상 감염자를 걸러낼 수 없기에 극장 관람 절차는 점점 더 까다로워집니다. 이 가운데 잠시 숨을 돌리던 영화계를 긴장시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8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한 시사회에 확진자가 다녀간 일이 10일 알려진 겁니다. 이 20대 여성은 관람 이틀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송파구에 따르면 3개 관에서 진행된 해당 영화 시사회 참석자는 총 470명. 각 관은 층이 달랐는데, 확진자와 같은 5관에서 영화를 본 사람은 140명입니다. 발열체크를 했지만 확진자가 걸러지지 않은 겁니다.

다행히 이로 인한 추가 감염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해당 상영관은 380석이 넘는 규모지만 띄어 앉기 등으로 140석만 썼습니다. 마지막 회차여서 영화가 끝난 뒤엔 평소처럼 방역을 실시했고, 다음날도 방역이 이뤄졌으며, 10일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상영을 중단하고 전문업체가 3차 방역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보건소도 이를 점검하고 좌석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문진표 작성 등이 이행된 것을 확인해 다음날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이전에도 극장에 확진자가 다녀간 일이 몇차례 있었으나 극장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추가감염이 없길 모두 고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운데 관객을 극장으로 초대하는 건 퍽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영화를 선보이는 배우들도 "코로나19 상황에 극장에 오라는 게 말이 되나 아이러니를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극장은 코로나19 고위험시설 업종에 빠져 있고, 접촉하거나 대화 나눌 일이 적어 거리 두기가 비교적 수월한 장소인 것도 사실입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일이 조심스러웠던 영화진흥위원회와 주요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12일 만남을 갖고 일반상영보다 밀집도가 높기 마련인 시사회 관객을 전체 좌석의 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견을 모은 겁니다. 조금 더 안전하기 위해서.

관객이 화답한다면 극장은 조금 더 안전해질 겁니다.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고, 거리를 지키고… 그건 극장만 아니라 어디서도 통하는 스스로를 위한 에티켓이자 안전수칙이기도 하고요. '극장 관객이 늘어야 한국영화가 산다' 같은 거창한 목표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스크가 답답하긴 하지만, 이따금 어두운 극장에 앉아 눈 앞의 화면과 음향에 푹 빠져 오롯이 두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많은 일이 단절된 요즘 더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영화만일까요.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즐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미션 동안 일부러 물도 한 모금 안 마시는 열혈팬도 있다더라고요. 

여름이 다가오고, 모험을 감수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습니다. 극장의 최선에 관객의 주의가 더해지면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이전엔 평범했던, 문화가 있는 여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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